창비 청소년 문학에서 여섯 번째 책을 내놓았다.
부재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의 사랑과 성에 관한 책이다. 사랑과 성에 관한 내용은 대중가요에서, 영화에서, 애니메이션에서, 각종 동영상에서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각종 매체는 혼자서 즐기고 느낄 뿐 타인과 얘기하며 공감하는 사랑은 아닌 듯싶다. 넘치는 감정의 분출만 있는 가요는 잉여된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고, 각종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사랑의 변죽만 울리는 것 같고, 끊기 힘들다는 야동은 성을 더욱 골방으로 몰아넣기만 하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가볍기는 하나 청소년의 사랑과 성을 10대의 눈높이에서 쉽고 친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살펴볼 만하다.
호기심은 어떤 까막득한 대상에 대해 순수와 열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하는 말의 대부분이 의문문이었던 아동기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는 점점 호기심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과 성에 대해서도 대충 지식을 습득했기에 우리는 더 이상 호기심이 없다. 그래서 가끔 여친 때문에 싸움을 하는 남자 아이들, 남친이 있어도 공부가 잘된다는 여자 아이들, 수업 시간에 야동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꺼내는 아이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하지만 아직은 남자친구의 존재가 조금은 버거운 여고생의 심리를 잘 보여준 [남친 만들기]
-초경파티에서 들은 외할머니의 외할머니의 첫날밤 얘기를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여학생의 성에 대한 호기심 [첫날밤 이야기]
-한 여학생의 아픔을 상담하면서 애써 감추고 싶던 자신의 잊지 못할 성과 관련된 과거를 돌이키며 상처를 치유하는 상담원의 이야기인 [서랍 속의 아이]
-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변 상황을 좋아하는 것인지 그녀 자체를 좋아하는 것인지에 혼란을 느끼는 고등학생 남자의 심리를 보여주는 [쌩레미에서, 희수]
-운명이라 생각하며 짝사랑 하던 짝꿍이 유부남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도 그녀를 좋아하는 남학생의 키스받기까지의 과정을 재미난 구어체로 들려주던 [키스 미 달링]
-모범생 친구가 남자친구 때문에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평범한 한 여학생의 속마음을 일기처럼 보여주는 [공주, 담장을 넘다]
-‘쪼다’란 별명의 꼬리표를 떼기 위해 우연히 한 방에 갇힌 여학생과의 이야기를 과장하여 부풀린 한 남학생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이 이 책의 내용이다.
친근하지만 가볍지 않은 이 책은 [남친 만들기],[키스 미 달링], [공주, 담장을 넘다]를 통해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사랑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경험하라는 것은 곤란하고 [첫날밤 이야기]에서는 배경이 옛날이었음을 주지시켜줄 필요가 있다.
[쌩레미에서, 희수]에서는 조기교육과 학원, 부모님의 과잉보호에서 제조된 아이들은 사랑 역시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에도 조건이 따르는 것인지 어른들 먼저 성숙한 가치관을 확립하고 아이들에게 사랑의 맛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듯 무분별한 호기심만으로는 10대의 사랑과 성이 용서될 수 없다.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에서는 호기심에는 반드시 책임감이 따른다는 내용으로 사랑과 성에 대한 주의사항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인상깊은 구절>
너는 더럽지 않아. 너도 어쩌지 못하게 두렵고 혼란스러웠을 뿐이야. 어쩌면 병태도 그랬을지 몰라. 생각해봐, 사람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서랍이 있다고. 그래서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서랍이 몇 개나 되는지, 그 서랍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다른 사람도 모르고, 자기 자신도 모르고, 그러니까 당연히 어떤 서랍을 열었을 때, 거기 알 수 없는 마음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면, 당황하고, 혼란에 빠질 수 있어. 너는 그 때, 그런 서랍을 열었던 거야. 아주 낯설고 두렵지만 때로 평화롭고 충분했던. 네가 더러워서 나빠서 그랬던 게 아니라. 그래, 어떤 사람은 그 서랍을 나처럼 열두살에 열어보기도 해. 하지만 어떤 사람은 열다섯 살에, 어떤 사람은 영영 열어보지 않을 수도 있어. 그건 사람마다 다르니까. 자기 자신도 모르니까. 더러운 거랑은 상관없는 거야. 그건 그냥 어떤 마음이야. 너에게는 한없이 혼란스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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