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김혜진 외)


청소년 소설로 익숙한 7명의 작가가 마음먹고 쓴 글이라 주인공이 겪는 상황도 평범함에서 특별함까지 다양하고, 그들의 목소리 역시 다양했다.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그들의 전작을 대부분 읽었을 터라 목소리 역시 친숙하다. 책을 읽어보며 이른바 '청소년 문학'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있으며 나름의  범주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우리 아이들(중학생)과 읽을 책을 고민할 때에는 '청소년 문학'이란 개념도 없었다. 한바탕 큰 홍역을 치른, 주로 작가로 성장한 이들의 '성장 소설'이 주 대상이었고, 관심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아이들의 상황에 관심을 가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자기가 짊어질 수 있는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청소년 역시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이 책엔 본인들에겐 큰 고민이겠지만, 우리의 눈으로는 가벼운 문제부터 인생의 큰 문제까지 나름의 인생의 무게와 고민의 지점에 공감할 수도 있고, 고민의 해결에 대한 나름의 시사점을 얻을 수도 있다.

정오의 희망곡(박정애),

쥐포(이경화), 

Reading is sexy!(이경혜), 

내가 왜 그랬지?(이상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박상률),
학습된 절망(임태희),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김혜진)

지금의 정서로는 시대적인 상황과 결부된 '쥐포'가 마음에 특별하게 닿고, '내가 왜 그랬지'는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고, '학습된 절망' 역시 그렇다. 그런데 작가와 생각은 좀 다른다. 아마 단편이기에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은 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이 거의 일치하는 지점의 이야기이고.

작품 외적인 이야기인데,
바람의 아이들이란 출판사는 청소년과 어른의 차이는 무엇인지, 청소년 문학은 어떠해야하는지 고민하며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본이 돈이 아닌 청소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 무척 신선했다. 일단 출판사에서는 지금까지의 문학 중에 ‘청소년 문학’이다 할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인 우리가 청소년에게 이야기할 때는 어른에게 이야기할 때와는 달리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고르느라 애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인간이 갖는 이해의 폭이라는 건 어차피 양적 질적 경험에 비례하니까 말이다. 인생의 지리멸렬함도 스산함도 아직 모르는, 몰라도 좋은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으면서 삶의 진정성을,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또한 생의 모순과 세상의 부조리를 담아 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은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한 편으론 너무 조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으로는 출판사의 고민을 해결하기 어렵지 않을까. 난 단순해서 청소년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만 할 수 있다면 장르의 특성상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 정도는 되니까.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
국내도서
저자 : 이경화,박정애
출판 : 바람의아이들 2007.10.15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