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싱싱(차오원쉬엔)


차오원쉬엔의 글에는 일정한 향기가 있다.
이 책의 서문에 자신의 관심과 문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놓은 것에서 그런 의도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산업화나 현대화된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좇아갈 생각이 없다. 산업화가 진행되기 이전의 중국, 문화대혁명이 있었고, 운하를 배경으로한 농촌의 삶이 배경이다. 특히 내가 읽었던 3편의 소설 <빨간 기와> , <까만 기와>, <사춘기>가 그랬고, <안녕 싱싱> 중 ‘안녕 싱싱’은 <사춘기>와 거의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야풍차’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지만 거기에서 아빠와 아이의 희망이 녹아있다. 산업화 이전에 삶은 결국 하늘에 의지하는 삶이다. 자연의 세세한 변화나 울림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아버지의 꿈과 아이들의 꿈은 겹쳐진다. 갑작스런 태풍에 야풍차는 부서질듯하고 아들은 목숨을 걸고 야풍차를 지킨다. 자식으로서 자신의 몫을 인정받으며, 야풍차는 자연에 대한 대항이라기보다는 순응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현대 의학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곰보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외뿔 소가 물어빠진 아이의 숨을 돌린다. 마음 사람들에게 곰보할아버지는 비사회적인 특이한 존재였으나, 곰보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목숨을 살린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가슴 깊이 품고 살고 있었다. 곰보할아버지의 캐릭터는 전통 사회에 존재하는 한 전형같다.

여자 지청, ‘야 누나’로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세상과 자연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된 씽씽은 ‘야 누나’가 아프자 한 겨울 호수에서 ‘황금잉어’를 낚는다. 부모도 어쩌지 못한 개구쟁이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다. 작가가 문화대혁명기를 긍정적으로 그리는 모습을 여러 편에서 볼 수 있다.

흰사슴을 잡으러 떠난 네 명의 아이들이 산사태를 만나 임시로 만들어놓은 대피소에서 일주일을 버틴다. 눈 속에 갖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먹을 걸 감추고 혼자 먹는 아이도 있고, 쉴새없이 동요를 부르며 살아 나갈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도 있고, 나이 많은 연장자로서의 고민, 사냥 도중에 아버지가 죽고, 죽인 아이들끼리의 갈등이 나타난다.
사람을 살게 하는 건, 동화와 같은 희망과 누군가와 함께했던 추억,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화해인 것 같다.

작가가 선정한 대표작 4편 모음집인데, 유명한 작가들의 성장담이 담긴, "19세"나 "봄바람" 같은 내음이 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안녕, 싱싱
국내도서
저자 : 차오원쉬엔 / 전수정역
출판 : 사계절 201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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