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지 않겠다(공선옥)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여러 상황이 담긴 단편집
- 2009. 4. 4.
마을 사람들이 (곡성)옥과장을 보러 다녔다는 산길을 산책 삼아 가족, 이웃들과 걸어다니고 있다. 가끔 마을 어르신들도 함께 하시는데 길을 따라 걸어가며 땔감을 마련하고 배고픔을 해결했던 이야기도 해 주신다. 지난 시절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는 이야기 속에는 재미나 추억과 함께, 힘들었지만 잘 견뎌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도 느껴진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도 저마다 다른 어려움으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어르신들이 어렵다고 말했던 빈곤함으로, 그렇진 않으나 빈약할지 모를 미래로,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할 혼자만의 문제로. 고민의 상황은 혼자만의 것이지만 동류의 어려움을 지고 성장한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나는 죽지 않겠다>는 가난한 상황을 담고 있는 청소년 소설 모음집이다. 책 뒷면 소설가 박완서 님의 말처럼 가난을 담고 있으면서도 절망적이지 않게, 그렇지만 비현실적이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짝꿍이 맡긴 선배들의 수능날 쓸 돈 공금 100만원을 가난한 집안 상황 때문에 이리저리 헐어 쓰고 결국 채울 수 없는 상황에서 안개가 자욱한 강가에 이르렀지만 "죽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나는 죽지 않겠다)
누나 대학 입학금을 마련할 수도 없는 가정 형편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대신 아르바이트하며 세상을 배우고 여자 친구도 만나는 민수에게 현실은, 아르바이트비를 주지 않는 떡볶이집 가게 앞에서 된통 차버린 화분에서도 용캐 살아가고 있는 봉숭아처럼 힘차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게 한다. (라면은 멋있다)(힘센 봉숭아)
미혼모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고 자신에게 술주정도 하는 엄마의 삶이 답답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돼 엄마와 똑같은 상황이 되고, 문제를 해결하며 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절망의 몸부림이나 오히려 새로운 희망을 시작하는 승애 이야기까지. (울 엄마 딸)
단편 소설답게 문제 상황부터 해결까지 공감과 의지는 결국 읽는이 자신이 채워가야할 몫이고, 대책없는 낙관처럼 보이는 단편도 있지만 분명한 건, 책 제목처럼 "난 죽지 않겠다"
<작가의 말(179)>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해가 뜨고 똑같이 비가 오고 똑같이 바람이 불고 눈이 오는데도 내가 청소년 시기였을 때는 변화하는 자연을 보며 나의 상상력이 무한히 확장됐던 것을 기억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햇빛이 나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자연의 변화 앞에서뿐이랴. 똑같은 음악을 들어도 똑같은 그림을 봐도 똑같은 책을 읽어도 그것들이 주는 감흥을 받아들이는 감성이 그때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그러고 암만 생각해도 그때, 내가 아직 온갖 잡다한 지식이라든가 딱딱한 이성의 지배를 받기 전의 상태에서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였던 그때의 감성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짙애시켜주는 강력한 힘인 것만 같다.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 .. 그러하니, 이 글을 읽을 청소년들도 바로 지금 나중에 빼먹고 살 감성들을 최대한 비축하기를 바란다. 청소년 시기에 대학 갈 공부만 해서는 어른이 되어서 빼먹을 가성이 없어 많이 슬픈 삶을 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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