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관련된 7개의 소설을 묶은 단편집이다. 이중 '현남 오빠에게', '당신의 평화', '갱년'에는 이 소설이 표방한 '페미니즘'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여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이른바 큰 그림(빅 빅처)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 친구,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여자들끼리 서로 양보하며 살라는 가부장, 여자를 스트레스 해소로 대상화하는 등 모녀로 이어질 것 같은 불편함과 부당한 현실이 잘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자리에', '이방인'은 이 이야기가 왜 페미니즘 소설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남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여성 중심의 능동적인 인물을 그렸다는데 공감되지 않았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여장남자대회를 통해 이유 없이 학살당한 여성들의 ..
스쿼시로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더 빨리 이루기 위해 아들 제이미에게 체벌을 하는 등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그러면서 제이미는 스쿼시가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아버지에게 반항심만 쌓인다. 그런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존재감을 잃어간다. 제이미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할 때 낯선 남자들에게 쫓기는 또래 여자아이 에비를 만나고, 에비를 낯선 사람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아버지와 대화를 하게 된다. 설득력 있는 반전(세 가지), 다 자식을 위해서라는 부모의 욕심,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잘 어울려 몰입도를 높이는 재미있는 소설이다.무엇보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는 청소년기 정체성의 문제를 잘 ..
지금과 같은 저출산 사회에서 임신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모성애는 본능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본능이 꺾이는 경우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정을 이룬 성인의 경우가 이런데,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그 시작이라할 수 있는 ‘성’은 그 존재를 부정해야할 금기시할 일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가 매번 그렇듯, 한 걸음 허용했을 때 학생 생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에 ‘배수진’을 치며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들의 성경험은 빨라지고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IMF 이후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살피는 가정의 기능과 역할을 무너뜨려 버렸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
"리버보이"와 여러모로 비슷해 보여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리버보이" 같은 ‘영혼의 울림’이 두 권씩이나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닌지. 게다가 작가의 말에 마치 ‘리버보이’의 별장과 같은 집무실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에는 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우리가 찾으려는 상황 도서로 적절한 것인지. 하지만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내외적 갈등이 선명하고,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한 사건도 있어 흥미로웠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인한 방황, 어머니 재혼 문제로 인한 내적 갈등, 그런 상황에서 기대려 했던 또래 집단의 무리한 요구와 벗어나지 못하는 괴로움 등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상황에도 설득력 있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지 않는가. 주인공이 ‘천재’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루크는 자신이 천재임..
는 작가가 14살 때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자신이 왕따 당한 경험을 통해 왕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썼다는데 상당히 인상적인 소설이다. 내용 전개가 다소 충격적인데 왕따를 당한 아이가 결국 자살을 한다. 왕따의 과정도 충격적이다. 부끄럽지만 인정해야할 것이 왕따 당하는 아이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데, 사실 학급을 주름잡는 소수의 엄석대 눈에서 벗어나면 결국 아이들은 왕따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왕따가 본인에게 얼마나 충격적인지 가감 없이 보여주며, 결국 죽음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죽음으로써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하지만, 죽음의 최악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혼수상태의 주인공이 작가 시점에서 보여 준다. 결국 왕따를 당하는 본인이 좀더..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남겨졌다고 말할까. 끊임없이 엄지손을 움직여 문자를 보내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컴퓨터와 티비를 보고, 그런 것들이 없더라도 밖은 충분히 소란스러워 홀로, 남겨진다는 느낌을 받긴 쉽지 않다. 도시를 벗어나면 먼저 폐부 깊숙히 공기를 느끼게 되고, 도시의 소음에 묻혔던 수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밤이 되면 내 눈이 허락하는 한 많은 별들을 마주하게 된다. 곧 내면의 나를 만나게 된다. 우린 홀로 남겨진 나와 대면하는 순간이 참으로 어색하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몇 마디의 문자나 무언가를 소비하면서 나를 확인하고 있다. 노쇠한 할아버지와 떠나는 마지막 휴가이자 이별 여행. 할아버지 고향으로 떠난 여행에서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리버보이라는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