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인터넷 소설가(이금이)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다.
분명 아이들은 봄이 이야기를 '인터넷 소설'로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봄이의 외모를 보았을 때 봄이의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었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서 여운이 남는 것은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일까.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서술자가 등장한다.
먼저, 봄이의 담임교사. 과거 이성교제에서 큰 아픔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담임교사로 보낸 시간만큼 아이의 결석과 이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에 여유 있게 대처한다. 교사로 대표되지만 외모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대표한다. 그리고 봄이.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의 생각을 친구 각각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액자형 소설처럼 담임교사의 외화에 봄이의 치밀한 내화가 겹쳐 있어 이야기의 반전을 주고 있다.
외화는 개인의 과거 경험으로 인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굳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내화는 다양한 여고생들의 모습 속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굳어져 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어떤 일에 대하여 어떤 개인이 받아들일 수 없어 실제와 다른 사실을 기억 속에 담아두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왜곡하여 기억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학교가 그런 경직된 사고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내외적으로.

책의 내용에 몇 가지 불만스러운 것도 있다. 봄이의 내면을 사랑하는 봄이의 남자 친구도 아이러니하게 이모(유모)의 외모를 닮은 봄이를 선택한 것 같고, 외모 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내용인 만큼 봄이 내면의 아름다움이 좀더 구체적으로 나오면 좋았겠다. 사랑의 시작이 우리 나라가 아닌 프라하를 배경으로 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외모에 대한 편견이 강한 것일까.

물론 누구를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으며, 봄이의 내면을 증명해 줄 필요도 없지만.

<내 몸에 날개를 달자>, <니키의 여름방학>,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 같은 책과 엮어서 읽으면 재미있겠다.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국내도서
저자 : 이금이
출판 : 푸른책들 201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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