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들(장주식)


1. 서평

'이게 사는 거야? 나는 뭣 때문에 이러고 사는 걸까?’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무력한 상황의 고성만은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강호를 떠돌았으나,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해 포기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속고 만다. 도피하듯 계획 없이 뛰쳐나온 세상은 현실을 떠나기 전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 그래서 검정고시 합격은 성만에게 중요한 의미가 된다. 무력하고 속수무책인 고성만이 몸부림 끝에 처음으로 쟁취한 것이므로.

하루에도 여러 번 무기력한 모습으로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고성만의 모습을 본다. 우리 아이들도 고성만처럼 ‘이게 사는 거야? 나는 뭣 때문에 이러고 사는 걸까?’하며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풀지 못한 답답함을 판타지나 게임 속에서 풀어내며, 실제와 허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상현실을 위해 현실을 저당 잡히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들에게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자기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안내하거나, 학교에서 보호받으면서 미래를 안전하게 준비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 조언일 뿐이다.
아이들과 <순간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목적과 실천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겠다. <순간들>의 고성만이 고등학교 그상태로 졸업했다면, <꼴찌들이 떴다>와 같은 사회적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

2. 밑줄 긋기

(23) 배가 또 고팠다. 성만은 버릇처럼 밥솥을 보았다. 눌러붙은 라면과 밥알이 보였다. 

“부모님 모시고 오이라.” 담임이 옆에서 소리치는 듯했다. 학교에 가고 싶른 마음이 천리만리 달아났다. 성만은 방바닥 한가운데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뭘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거야? 이젠 정말 지겹다. 하루 세끼 밥 먹기가 너무 힘들다. 이 냄새나는 옷과 이불과 베개와 양말은...?


(55) 성만은 일검향이 되고자 강호로 나섰다가, 겨우 달포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모든 시간을 겪었다. 현실을 좀 더 정확한 눈으로 바라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험이었지만, 뭔가 눈치는 채기라도 할 만한 시간이었다. 천하제일검은 무협지 속에나 있다는 성만의 깨달음은,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선택은 상당한 내면의 발전이었다. 성만은 첫차를 타고 상주역을 거쳐 집으로 향했다.


(144) ‘아버지는 나를 보고 뭐라고 하실까? 이 철없는 녀석이라고 하실까? 아니면 이 줏대 없는 녀석이라고 하실까? 아니면 말없이 그냥 바라보기만 하실까?’

성만은 불현듯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한번 마음묵었으마 끝까지 해 봐야제.” 하던 그 말. 성만은 가슴에서 배로 뭔가 날카로운 것이 지나가면서 긁어 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성만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어떡하지? 이대로 집으로 가는 게 옳은 일일까? 잘 생각한 것일까?’


(157) 검정고시 합격증을 들고 발광하듯 소리를 지르며 행복을 만끽하는 성만의 지금 이 순간은, 하나의 절정이다. 사람이 인생이라는 고난의 길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가끔 '절정'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통과 절망과 아픔과 설움이 몸을 에워싸더라도, 한두 번이라도 감동의 절정을 맛본 사람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아, 가슴이 벅차다. 숨이 콱 막힐 정도로!'


3. 상황
-내적갈등
⑨ 꿈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나 여건이 안 돼서 고민이다.
⑮ 현실보다 다른 세상이 더 편하다.(인터넷 채팅, 게임, 판타지, 꿈, 책이나 소설 쓰기 등)

4. 수준
-중2이상 남학생(중1한테 떠나라고 하기는 그렇고, 중2부터는 진로지도 겸 생각해 보라고 할 수 있겠다.)


순간들
국내도서
저자 : 장주식
출판 : 문학동네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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