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문제의 원인을 나 아닌 다른 데로 돌리는 이유는, 인정하고 싶지 않고, 회피하고자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재스퍼 존스'는 술, 담배, 절도, 무단결석, 폭력을 휘두르는 문제아다. 그러나 엄마 없이 술주정뱅이 아빠와 살고 있는 재스퍼 존스에게 절도와 술, 담배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에 사람들의 말이 이유가 돼 재스퍼 존스는 실제보다 몇 배 과장돼, 좁은 지역 사회 안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혔다.
그런 재스퍼 존스의 은신처에서 사람이 죽었다. 재스퍼 존스는 자신을 범죄자로 지목할까 두려워 자신을 믿어줄 사람으로 동급생인 주인공, 찰리 빅턴의 창문을 두드린다.
찰리는 운동과 힘쓰길 좋아하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성적이 높은 까닭에 따돌림 당하는 아이다. 찰리는 재스퍼 존스를 직접 만나보며 소문과 다른 재스퍼 존스를 이해하게 된다. 재스퍼 존스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말못할 비밀이 생기면서 가족, 특히 어머니와의 갈등이 커진다.
찰리 벅스에게는 '재프리 루'라는 베트남 전쟁을 피해 호주로 피해온 친구가 있다. 누구보다 크리킷을 잘 하지만 팀이나 학급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고, 재프리 존의 아버지는 유색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며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찰리 벅스에게 사회는 진실 보다는 알 수 없는 소문, 비합리적인 곳이다. 그래서 재스퍼 존스와 찰리 빅턴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학교와 사회로부터 소외된, 세 아이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이야기에,
죽음에 얽힌 반전이 어우러져 500쪽 가까운 분량이 쉽게 읽혀지는 재미있는 이야기 책이다.
(94) 그것 봐, 배트맨은 달라. 배트맨은 보통 사람이거든. 위험에 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그런 보통 사람 말이야.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만 조심하면 되잖아. 정말 대단하지. 슈퍼맨은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엄청나게 거대한 바위를 만나다든가 하는 몇 가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를 해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배트맨은 우리와 똑같이 연약한 존재지. 그렇기에 우리와 똑같이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배트맨의 용기가 최고라는 거야. 그런 장애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싸우니까. 내 말의 핵심은 이거야. 잃을 것이 많을수록 용기가 더 많이 필요한 법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배트맨이 슈퍼맨보다 우월하고 내가 너보다 무한정 똑똑하단 말씀. (찰리와 루의 대화에서)
(209) 개떡 같은 세상이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을까, 아니면 지난 며칠간 그동안 숨겨 왔던 본색을 드러낸 것일까? 이런 식으로 항상 불공평했던 말인가? 저울을 기울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일까? 이해할 수 없다. 무슨 놈의 세상이 예쁜 여자아이가 두드려 맞고 목매달려 숨지도록 내버려 둔단 말인가? 무슨 놈의 세상이 앨버트 피쉬나 에릭 에드거 쿡 같은 인간들을 세상에 내보내서 그들의 상처를 곪아 터뜨린 후 무고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도록 하여 착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단 말인가? 무슨 놈의 세상이 어려운 문자 좀 썼다고 주먹을 휘두르냔 말이다...
부모를 죽이고 아이들을 고아로 만든 후 크리켓 공 날리듯 내던지고는 얄팍한 거짓말이나 해 대는 세상. 남들보다 가난하고, 피부색이 어둡고, 또 부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람이 평생 스스로를 쓰레기로 여기도록 만드는 세상. 삼십억이나 되는 사람을 초청해 놓고 전부 외롭게 만드는 세상. 사분의 삼이 물로 이루어졌다면서 아무도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할 수 없는 세상.
(349) 믹 톰슨이 바보 겁쟁이라서 그래. 시궁창 인생을 사는 인간이지. 두고 보렴, 계속 저러고 살 테니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느니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편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하지만 언젠간 벌 받을 날이 오겠지. 그런 사람이 있는 곳엔 언제나 해리 롤링스씨 같은 사람들이 버티고 있으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