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들이 떴다(양호문)

 

공부 못하고, 자격증도 없어 취업은 물론 실습조차 나가지 못해 지긋지긋한 시험을 치러야하는 아이들. 집안의 눈치 때문에 밖으로 돌고, 시간을 때우려 해도 돈이 없어 피씨방을 전전하다 밥 먹으로 학교에 오는 꼴찌들이 (횡성으로) 떴다.

그러나 우연은 필연의 또 다른 모습. 어디로 봐도 비주류인, 그러니까 못 배웠고 돈 없고 능력 없고 끈기 없고 게다가 자기 인생마저도 뜻하는 대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주인공들이 실습을 계기로 주체적인 자아로 떴다.

 

이경화의 "나의 그녀"처럼 복잡한 내면을 그리지도 않는다. 뭘 좋아하는지 찾기엔 실업계에 고3이란 상황에서 너무 멀리 왔다. "열네 살의 인턴십"처럼 좋아하는 일에 온몸을 바칠 수도 없다. 집에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 90만원 받는 월급을 60만원이라 속이는 삔질함도 있다.

 

단순하다. 돈을 벌어야할 사정이 꼭 있는 아이도 있으나 절박하지는 않다.
실업계 고등학교 아이들의 일상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일상적인 흡연과 음주, 오토바이 사고, 차량 절도, 철장까지.

 

그런데 아이들이 겪는 사회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강원도 산골, 노인들만 있는 시골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회의 축소판처럼 다양한 문제를 겪는다.
철탑 하나를 건설하는 데도 수많은 하청업체가 등장하며, 쿠데타와 5.18, 삼청교육대 등 정치 군인들로 인한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 있다. 송전탑 등 혐오시설 건립을 둘러싼 가진자들의 횡포와 없는자들의 무지, 기업의 정신, 쌀수입 개방과 보조금 지급 폐지로 폐허가 된 농촌의 모습과 해결 방안, 약자일 수밖에 없는 실습생을 위한 근로 기준법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전개된다. 학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주눅도 세세히 나타나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원칙과 배려이다. 원주민들과 외지인들의 다양한 삶은 ‘죽음’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영화 <축제>처럼 죽은 사람을 통해 산 사람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 김대통령 서거가 남북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처럼.

 

문제를 풀기도 하고 도움을 받는 과정이 꼴찌들의 성장이다. 그러니 이 소설은 “사회적인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꼴찌이지만, 사회에서 이들은 새 삶을 시작했다. 그러니 떴다.

 

꼴찌들이 떴다!
국내도서
저자 : 양호문
출판 : 비룡소 20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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