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 이발소

'외모 바이러스'

이 만화에서 실체를 가지고 있는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게 가지고 있는 외모 컴플렉스를 질병화하여 치료 대상으로 정리한 말이다. 바이러스가 전염병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보면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의 심각성을 풍자한 말인 것 같고.


외모 바이러스의 주 대상은 못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용기 내어 고백하거나 조금이라도 상황을 바꾸고자 변화의 몸짓을 내비쳤을 때, 우려했던 반응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외모 바이러스는 활동하고야 만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는 잘난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역풍을 일으켜 결국 대부분의 사람을 아프게 한다. 

이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방법은 마치 수술하듯 큰 가위로 고통에 빠져있는 환자의 가슴을 찌른 뒤, 자극적인 말로 피해자 자신의 내적인 아름다움이나 장점을 찾아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평소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여러 노력들은 백신이 될 수 있겠다.
 

외모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주제 의식이 분명하고 인터넷 만화이라는 특징 때문에 글자 크기를 다양화하거나, 그림보다는 글자를 잘 활용하여 표현하는 신선함도 있다.
그러나 외모 컴플렉스를 일반화하기 위해서인지 유사 사례가 여러 편 등장하여 지루한 감도 있었다. 대학 때 숙제로 제출한 부록의 단편이 완성도가 더 높았다. 장편이라면 삶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담아야 할텐데, 즉 외모에 감춰져 있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살피기보다는 외모 컴플렉스의 여러 양상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주로 등장하는 소재들의 상징성도 좀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고양이 '믹스'
왜 등장할까, 3권을 보면 외모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믹스가 결국 사람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 고양이를 영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고양이도, 믹스도 잘 정리되지 않는다.
 

*치료용 '큰 가위'
새출발을 하거나 외모에 변화를 주기 가장 좋은 것이 머리이다. 머리 카락의 변화는 곧 머리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이발소의 거울은 반성적 사고의 과정이며, 머리 모양은 내적인 치유의 과정을 거친 자존감의 또다른 표현일까? 중도 제 머리는 깎지 못한다는 말에서, 머리 깎는 행위 자체가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과정일수밖에 없고. 그럼 큰 가위는? 무거운 짐 같은 것일까.

*삼봉이
축복 받은 외모에 다소 촌스럽게 '삼봉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 이건 정리하기 정말 어렵다.

(167) 사람은 마음속에 모래성이 있다. 
처음부터 좋은 모래와 좋은 기술로 착 착 실수 없이 
잘 쌓아 단단한 모래성을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난 돌이 많이 섞인 모래에, 요령도 없어서 
위태위태 쌓아가 허술한 모래성을 짓는 사람도 있다. 
나의 모래성은 언제나 스르르 무너지기 십사이었다. 
하지만 부숴지면 어때. 
다시 쌓으면 되잖아.

(202) 웃기고 있네.
그런 거야말로 아무런 의지도 없는 너희들이 현시에서 도망치려고 만들어낸 정신병 같은 거잖아!!
어렸을 땐, 이런 거 잘 몰랐는데, 그냥...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는데..
왜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잊어버리는 걸까?
밝은 성격이었는데 점점 어두워지고
5년 전의 나는 어땠지? 10년 전의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뭐든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때의 난
지금 어디로 가버린 거지


삼봉 이발소 세트
국내도서
저자 : 하일권
출판 : 소담 200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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