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너를 소리쳐(빅뱅)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09. 5. 21.
'빅뱅 스타일'
작년 학생부장을 하며 제 몸집보다 큰 가방을 메고 등교하던 아이들과 입씨름을 했던 일이 떠오른다. 빅뱅과 같은 영향력 있는 연예인들이 단정하게 입었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개성이 결국 아이들에게는 몰개성일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기성세대들의 나와 같은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요상하게 이끄는 것 같지만, 실은 엄청난 노력과 고민 속에 이룩한 자리라는 것. 좀 믿어줘도 된다는 것.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은 진정 모든 것을 다 걸었고, 최선을 다 했으며, 그래서 결실을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또는 제도와의 갈등 때문에 평범한 또래 아이들과 다른 사람을 살아 왔기에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강화하는 구절들도 많이 등장한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듯 보이는 그들도 뮤지컬, 연기, 버라이어티쇼, 작곡 등 자신에게 맞는 영역을 꾸준히 찾는 있는 모습도 새겨볼 만하하다. '빅뱅'은 분명 이름답게 대폭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이 부각될수록 우리 아이들의 삶과 거리를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책은 5명 멤버들의 열정을 각각 어떤 본능으로 묶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그건 결국 모든 멤버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5명이 한 그룹이 된, 그러면서도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빅뱅을 생각해 기획한 것 아닌가 싶다.
사실 '빅뱅'의 시작부터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서바이벌 형식의 결성에, 다큐 형식을 통해 긴장감과 관심을 유도하는 것부터 상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출판 역시 그런 상업적인 계산이지 않는가. 청소년들이 주된 판촉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책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이 많다.
그런데 그들의 탄생이 '상업적'이라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삶을 대변하거나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관심 있는 아이들의 돈만 거두어 가는 꼴 아닌가 비판하는 것이다.
그럼 이 책이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의 위해 출판한 책인가? 아니다.
한 해에 1억 이상씩 투자해도 1%미만의 지망생만 사람들의 뇌리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이 오늘 아침 뉴스의 내용이다. 다섯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평범하지 않다. 그나마 우리 아이들의 삶과 가장 일치하는 멤버는 '대성'이다. 연습생 생활도 늦었을 뿐더러 학교생활을 병행하고 부모님을 설득해야하는 면에서 가장 일상적이다. 그런데 '대성'은 가진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승리'가 역할 모델이 될만하고 그래서 '승리' 부분이 다른 멤버들 이야기보다 더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따지고 빅뱅과 같은 아이들은 1% 정도밖에 안된다.
과학고, 외고, 예술고 등 특목고에 지망할 수 있는 아이들과 빅뱅처럼 연예인으로 지망하여 색다른 출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정도일 거란 얘기다.
99%의 학생은 솔직히 말해 공선옥의 '나는 죽지 않겠다'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인 이 책이 빅뱅에 대한 팬들의 사랑으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너를 소리쳐>를 읽으며 세상이 쉽지 않다는 것,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야한다는 것. 세상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는 것, 그래서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하며,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해야겠다는 것 그런 것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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