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걸즈(김혜정)


자전거를 넘어 걷기가 유행이다.
속도에 대한 반발이다. 빛의 속도만큼 빠른 속도록 달려 왔으나 세상은 더 어둡고 절망적이라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서서히 걸으며 골몰하기 시작했다.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속도를 거스르는 이야기가 많다.

아빠와 함께 함메르페스트를 향해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의 과거를 받아들이게 된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도 있고, 수배자가 된 친구의 형을 돕기 위해 떠난 여행에 여러 사람이 동행함으로써 여행 아닌 모험으로 성숙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도 있고, 오랜 가정 폭력의 결과 잔인한 가해자가 된 아이가 자신의 마음 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의 마음까지 풀어주게 되는 "스프릿 베어"도 그렇다.


이들 책에 비하면 <하이킹 걸즈>는 밋밋하게 걷는 이야기이다. 절도와 폭행의 가해자로, 사막의 도시를 벗어나 진정으로 걷고 있는 이 책은 밋밋할 수밖에 없다. 
그냥 걷고 걸으면 막힌 것이 뚫린다. 응어리가 많으면, 쉽게 돌아올 수 없고, 말이 통하지 않고, 사막이라는 혹독한 환경을 설정해 두고도, 걷지 못하면 소년원으로 가야한다는 몇 개의 장치를 걸어놓으면 마음의 빗장이 열린다. 마음의 짐이 응어리가 되기 전이라면 여러 날 걸으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139)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해. 후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래도 조금 덜 후회하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지금 네 나이 가장 열정이 넘치는 나이잖아. 온몸에 힘이 불끈불끈 솟는 때잖아. 그런데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문제야. 십 대의 에너지는 십 대에 다 써 버려야 되는 것 같아. 에너지는 축적되는 게 아니라서.

(224) 이곳 사람들이 인상 쓰고 있는 거 한 번도 못 봤어. 모두들 적응해서 잘 살고 있는 거 같아. 깨끗한 화장실과 좋은 집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얼굴들을 하고 있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주보라, 너는 깨끗한 화장실 쓰면서, 덥지도 않은 곳에서 실컷 물 마시면서 왜 그렇게 힘들다고 징징거리니? 도대체 넌 뭐가 불만이야?'라고 말이야.
하이킹 걸즈
국내도서
저자 : 김혜정
출판 : 비룡소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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