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베어(벤 마이켈슨)

왕따나 학교 폭력에 관한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일반화 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왕따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결국 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가는 그런 줄거리 말이다. 대개의 소설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극복하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대체로 가해자는  중심에 없다. 오로지 피해를 당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조금은 상투적으로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스피릿베어는 특별하다. 자칫 지루할 수도, 또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독특함이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완성도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특별한 점이 눈에 띄고 그 점을 중심으로 이 책의 가치를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먼저 이 책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한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잘못된 일을 저지르는 순간,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것이 가져올 결과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이 소설은 인디언식 원형평결 심사에 의해 외딴 섬에 고립된 소년이 자신에 대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자신의 추악했던 과거의 모습을 직면하는 과정을 매우 고통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가지는 두려움과 피해의식, 가해자에 대한 원망과 복수의식도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원형 평결 심사라는 인디언식 재판에 따라 외딴 섬에 어린 소년을 보낸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깊이 생각해야 하겠다. 학교에서 문제 학생에게 내리는 처벌 과정이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 말이다. 아흔 아홉 마리의 어린 양들을 위해서라는 구차한 변명 때문에 길 잃은 어린 양 한 마리를 형식적으로 구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부적응 아이들의 가슴 속에 담겨진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주었는지, 그에 합당한 마음을 변화시키는 벌을 주었는지, 그리고 피해 학생들이 가지는 고통에 대해 얼마나 귀 기울이고 그 아픔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을 어떻게 제시했는지 말이다.

 

이 소설의 인디언 심사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 심사 제도가 가지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믿음과 그것에 기반한 죄에 대한 깊은 천착과 벌의 선택, 아픔의 치유과정을 함께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들보다는 부모가 그리고 교사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195) 하늘, 이 삭정이, 소시지, 인생, 이 모든 게 다 똑같은 거란다. 네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네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그대로 이루어지는 거야.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 속에 분노를 담고 있단다. 하지만 동시에 행복도 담고 있지. 분노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늘 화를 내게 마련이야.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 삭정이의 오른쪽 끝을 행복으로, 왼쪽 끝을 분노라고 하고, 왼쪽 끝을 분질러 분노를 없애 버리려 해도 항상 삭정이 왼쪽 끝은 남아 있다. 결국 분노는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이 행복보다 분노에 초점을 맞추도록 몸에 배었다면 분노만 보일 뿐이다. 행복도 습관이다.

 

스피릿 베어
국내도서
저자 : 벤 마이켈슨(Ben Mikaelsen) / 정미영역
출판 : 양철북 200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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