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비옷을 살며시 벗으며 날아가는 소녀..
몇 개월 전부터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이나 우리교육에서 보아온 책표지이다. 도무지 제목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었기에 인상 깊게 남았나 보다. 상황 도서 목록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봐왔던 왕따 관련 책들이 머리를 스쳐 간다. <깃털이 전해 준 선물>부터 <해피버스데이>까지..
모두들 저마다의 생채기를 고통스럽게 짊어지며, 힘겹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다른 책들과 유사하지만 좀더 경쾌하며, 간결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또한 무엇보다 섬세하다. 초등학교 때의 기억을 중학교까지 잊지 못하고, 밤마다 악몽을 꾸고, 가해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장난 전화를 거는 주인공은 무척 애처로워 보인다. 그리고 같은 상처를 지닌 미즈에와 사라의 얼굴도 거기에 겹쳐진다.
초등학교 때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의 집을 찾아가, '그만해!'라고 외치는 주인공에게 언제적 이야기를 끄집어 내냐고 가해자는 되려 화를 낸다. 주인공은 그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는 현실이라고 절규한다. 상처를 몇 년간 가슴에 담아온 사람의 아픔을 어떻게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상상 속의 '초록 아줌마'가 아닌 자신이 바로 해결자임음 자각하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상처가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에게 힘을 주는 모습도 좋았다.
그런데 이런 류의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왜 가해자의 입장에서 쓴 책은 없는 걸까?
그들은 그냥 사람을 괴롭힌 성격파탄자들일 뿐인가?
왕따 관련 책들을 보며 허전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 - 불균형
- 국내도서
- 저자 : 우오즈미 나오코 / 이경옥역
- 출판 : 우리교육 200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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