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최성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500쪽에 가까운 시선집. 외국 작가 작품 번역이라는 두려움과 낯섦에 시작이 힘들었지만, 뒤로 갈수록 작가의 마음이 단어들과 함께 전달되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비록 모든 시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으로 와닿는 시들이 많았고 그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아 몇 편의 시들을 옮겨보았다. 작가도 작가지만 옮겨주신 최성은 교수님 덕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해 좋은 시집을 읽은 것이 무척 뿌듯했다.내 생각을 정갈하게 정리하기 힘들어 해시태그로 표현해 보았다. #역사의식 #따뜻하고 섬세함 #모든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 #시인의 감성으로 단어에 천착(시작부터 끝까지) #천상 시인 #유머러스한 #겸손..
400쪽이 넘는 SF 대작.1961년 천재 폴란드 작가가 쓰고, 작가 생전에 영화도 3번이나 만들어졌다는 전설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이토록 엄청난 작품임에도, 물음표만 가득 남기고, 줄거리를 요약하면 100쪽이 살짝 넘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다 더 적은 양이 되는 솔라리스>! 이번 10월 고행 읽을 책인데, 함께 이야기 나무면서 궁금한 점들을 풀어가고 싶다. 1. 왜 행성 이름이 솔라리스? 태양이 두 개인 것과 연관? (*‘솔라리’는 태양, *‘스’는 복수의 의미) 2. 하나의 생명체, 유기체인 두뇌로 이루어졌다는 설정이 상징하는 것? (성장하는 불완전한 모습의 미지의 존재, 신적인 상징일 수도 있고, 단순히 우리 주변의 타인 혹은 이웃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3. 지구에서 온 우주인들(스나우..
올해 첫 독서는 김탁환의 사랑과 혁명> 1권이었다. 역사 소설가로서 필력이 입증된 작가이시기도 하고 담양 바로 옆 곡성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사건(1827년 정해박해)을 다루고 있다니 꼭 읽어야 할 것 같아, 600쪽이 넘는 분량을 1월 내내 읽어 나갔다. 주인공 들녘이 옹기 굽는 마을 처녀 아가다를 만나 옹기를 굽고 천주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만나는 과정이 천천히 굽이치는 섬진강처럼 펼쳐졌다. 1권을 다 읽고 2권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 아름답고 순한 들녘과 아가다가 맞이할 운명이 너무 가혹할 것 같아 올해 안에는 꼭 읽어야지 하며 2~3권은 그냥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쿠오바디스>를 만나게 되었다. 폴란드 작가 작품을 찾으며 언젠가는 꼭 읽을 운명이었던 시엔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 ..
이후로 카렐 차페크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인류를 통찰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로봇' 혹은 '도롱뇽'과 같은 존재를 등장시켜 인류의 미래를 냉철하게 걱정하던 작가는 정원과 식물, 흙을 사랑한 소박한 정원가라는 또 다른 매력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살아 계다면 정말 정말 만나고 싶은 분이다.화분을 가꾸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 이야기들을 마음껏 꺼내고, 본인이 모델이 된 정원가의 모습을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희화화하면서도 흙과 식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듬뿍 느끼게 하는 따뜻한 책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꽃과 식물들을 거의 다 모르고 또 알고 싶지도 않지만, 어떤 존재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을 정리하다 보니, ..
정말 독특한 작품이다. 태고에 살아가는 주요 인물들(귀신이나 개도 포함)의 개별 시간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인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 같더니, 작품을 다 읽고 나니 100년에 걸친 태고 마을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쭉 관통한 느낌이 든다. 유럽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마을이면서,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독특한 장소 태고! ‘태고’라는 단어 선택도 신기하다. 공간의 이름이면서 시간을 나타내는, 단순한 이름이 아닌 뭔가 신화적이고 아득한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주요 인물들의 계보가 남성이 아닌 여성 ‘게노베파-미시아-아델카’ 혹은 ‘크워스카-루타’라는 것도 모계사회를 보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태어나고 죽지만, 특히 전쟁을 통해 많은 이들이 사라져 가지만, 그 안에서도 여성들..
하고 많은 유럽 나라들 중에서 ‘폴란드’라니! 축산업이 발달해서 우리가 먹는 돼지고기 중 수입산의 대부분이 폴란드인 것 정도만 알고 있는 정도의 나라인데... 어쨌든 폴란드가 과연 러시아, 프랑스, 영국처럼 우리가 읽어볼 만한 작품들이 많은 나라인가? 혹은 스페인어처럼 언어와 문화가 방대한 영향을 끼치는 나라도 아닌데, ‘폴란드’라니! 심지어 400쪽이 넘는 분량이라니! 그런데 첫 작품 를 읽고 단번에 생각이 바뀌었다. 대단한 문학적 성취를 느껴서라기 보다는(솔직히 그걸 가늠할 수 있는 안목도 없지만), 폴란드라는 나라가 한국과 비슷한 공감대와 정서를 지니고 있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알퐁스 도데의 을 읽고 느꼈던 그 간질간질한 감동과 비슷한? 스카빈스키에 반영된 폴란드 사람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