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요시다 슈이치)

(11)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책을 펼치면 위 구절이 눈에 와 박힌다. (번역이 어색하기도 해서)

1318, 젊음 그 하나만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누가 말해준다 한들 그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테지만 책속의 그들은 팔팔한 돌고래처럼 같이 수영하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그 아름다운 시절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나의 그녀>의 김준희처럼 그저 무기력하하고 막연하게 또는 불안하게 미래를 그릴 뿐이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오로지 컴퓨터 게임에만 열광하는 아이들. 지금 그들의 시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지도 못한 채, 컴퓨터 게임에만, 입시공부에만 매달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아이들……. 현실이 이러하기에 이 책은 우리나라 상황과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이 책은 꿈과 우정, 젊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영장의 소독 냄새처럼 지독하지만 알싸한 상쾌함을 주는 ‘쿨~’한 책이다. 수영에 대한 열망으로 가듣 찬 료운, 다쿠지, 게이치로, 고스케 네 친구들 이야기는 영화 <워터 보이스>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4teen>을 많이 닮아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수영’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친구의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몽정을 하고, 가출한 친구 엄마가 있는가 하면 죽은 형을 잊지 못해 정신치료를 받는 엄마가 있고,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하기도 하며, 가정형편을 고려해 진학을 포기하기도 하는 제법 무거운 고민을 안고 있는 십대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을 물방울 튕기듯 날려버릴 수 있는 건 역시 이들이 십대들이기 때문이고, 수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남학생들의 거침없는 성적인 이야기와 소소한 일상들, 제법 묵직한 고민들과 꿈을 향한 쉼 없는 연습 또 연습! 가벼우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충분한 매우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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