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이금이)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23. 8. 13.
이야기가 재미 있게 술술 읽힌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심리나 관심사를 잘 포착한다. 이번에는 유튜브 제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잘 그렸다.
1학기 때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 shorts 제작 연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지역의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이셔서, 이 소설의 '선우'와 같은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연수원에서 시의적절한 연수를 개설했구나 싶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부유하기도 해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포카리스-4명의 아이들, 이들의 일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선우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유튜브에 긍정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 4명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며 가위질했던 영상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야기에는 코로나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며 어수선 했던 날것 그대로의 상황과 그로 인해 영상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잘 그린다. 유튜브의 '구독'과 '좋아요'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그리고 청소년들의 사랑과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국어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드물지만 학교에서 고민할 문제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 소설의 역할을 새삼 확인했다. 아이들과 성인의 간극을 좁혀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또래의 문제를 고민해 보게하는 좋은 이야기였다.
*인상 깊은 구절
(103) -넌 유튜브 편집도 하는 애가 SNS를 믿어?
미호 말에 잘라 낸 서빈이와 서빈이 형의 일이 생각났따. 미호에게 의논하려다 삼켜 버린 그 일. 내가 편집한 영상을 보는 사람들도 서빈이를 모든 걸 다 가진 아이로 여기며 부러워할 거다. 미호 엄마의 페이스북을 보는 사람들도, 숙모의 인스타그램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현실과 편집된 세계 사이에는 누더기 차람의 신데렐라와 마법으로 화려하게 변신할 신데렐라의 차이만큼이나 거리가 있었다.
✎ 아이들도 이런 속사정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유튜브는 제법 긴 숏의 영상 때문에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 여행 유튜버들의 채널이 인기 있는 이유를 여행 관련 책들이 이른바 편집 가공을 거치는 것에 비해, 유뷰브는 여행을 낯선 상황을 그대로 보여줘 더 신뢰가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상 역시 상황을 선택하거나 장면을 선택했을 터인데...
(113)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2주 뒤로 개학이 미뤄지자 슬그머니 불안해졌다. 내게 학교는 우리 집 다음으로 익숙한 공간이었다.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고, 소리도 냄새도 없는 바이러스가 내가 알던 세계를 파괴하고 있었다.
✎ 코로나를 거치면서 '학교'가 어떤 곳인지 존재의 이유가 분명해졌다. 다만 학교 경험을 통해 사회의 긍정적인 모습을 더 많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17) "아이디는 닉네임 말고 학번, 이름으로 바꾸세요."
선생님 말에 어떻게 바꾸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이 설명하는 동안 개 짖는 소리, 엄마하고 싸우는 소리, 엄마하고 싸우는 소리, 통화하는 소리 들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동생이나 할아버지 등 가족의 모습이 화면에 불쑥불쑥 비치기도 했다. 편집되지 않은 화면 속 세계는 갑작스레 닥친 재난에 우왕좌웅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 같았다.
✎ 코로나 시국에 학교에 있지 않아 이런 난리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온라인을 활용한 수업을 할 때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민방위 훈련 하듯,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해 가며 아이들의 삶과 연관지어 어떤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선제적으로 파악해 보았으면 한다.
(123) 개학 첫날은 6교시를 해서 3시 반에 끝냈다. 내 방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학교에 다녀온 것보다 더 피곤했다. 새로운 수업 방식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줌에 문제가 있는 얘들까지 신경 쓴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회장이라고 부를 때마다 웃기게도 책임감과 사명감이 솟구쳤다.
✎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역할이 주는 긍정적인 면이다. 아이들의 수만큼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면 좋겠다. 가능하면 무작위로. 즉 누구든 리더가 될 수 있게. 그렇게 하면 리더와 리더의 첫 번째 지지자 또는 리더의 두 번째 지지자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하며, 사회가 좀더 변혁적이지 않을까. 문득 오래전 TED 강의에서 들었던 '운동이 시작되는 방법'이란 영상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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