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박하령)

 

책폴 출판사에서 보내 주셨다.
만화책 같은 표지에, 분홍빛으로 진하게 “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란 제목이 눈에 띈다. 제목에 코팅이 돼, 독서등 아래에 읽으니 정말 빛나기도 했다.
박하령 작가님의 글은 두 편 읽었다. “기필코 서바이벌”과 “의자 뺏기” 두 책 모두 제목처럼 주인공의 힘 있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편집이 재미있다. 일기답게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또 책 구성이 친절하다. 내용에 잘 들어맞는 삽화, 내용 요약 및 핵심어가 들어 있는 해시태그. 중학생들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내용도 재미있다. 청소년 시기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친구 문제, 사랑 그리고 사람마다 경중은 다르게 느끼겠지만 나에겐 무엇보다 커다란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실감 나게 그려진다. 일기란 형식의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작가의 입담 덕분에 그 일기가 공감이 되며 책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건강한 현재가 있어야 미래로 갈 수 있다
-고민은 밖으로 털어 내야 동사가 되고 해결점을 향해 나아간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문제가 있다. 다만 문제 앞에서 보이는 태도에 따라 행불행이 갈린다.
-나를 잃으면서까지 누구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건가?
-애초에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공감은 원석을 캐는 것처럼 잘 찾아서 헤아려야 한다.
-아픔을 나눠 들어 주는 게 공감이며 슬픔의 연대다.

공감이 가는 구절이 많았다. 책을 읽으며 내 청소년기에 아슬아슬했거나 아쉬웠던 순간이 떠올랐다. 어떤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도 하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인상 깊은 구절을 메모한다.

(8) 찰흙을 빚어 무언가를 만들어 내듯이, 글을 써서 나를 빚어내는 거야. 일기 안에 담겨진 나를 내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생각이 명료해질 거야. 있잖아. 분명한 것들에는 힘이 있거든! 그래서 일기를 쓰기로 작정했지. 내 마음을 읽어 내고 글로 적고 오답 체크를 하듯이 나를 들여다보면서 단련해 보는 거지.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매일 줄넘기로 기초 체력을 단련하듯이 말이야. 그래, 이건 일종의 내 ‘마음 단련 읽기’라고 볼 수 있어. 마음이 하는 줄넘기랄까?

(19) “박해나! 고민은 밖으로 털어 내야 동사가 돼. 알아?”
“동사?”
“응. 움직인다는 건 변화하는 거고 변화하는 건 어떤 식으로든 해결점을 향해 가는 거니까!”
순간, 머릿속 창문이 열리고 시원한 바람이 휘~ 불더니 바로 실시간으로 영상 지원이 된다. ‘올챙이 모습을 한 고민이 꼬리를 움직이며 유연하게 헤엄치는 모습.’ 맞아, 그거야! 지난 며칠 동안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그 감정에 꼬리를 붙여 줘야겠어.

(55) “난 가끔 상상해. 인형들이 나란히 쭉 서 있는데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어딘가 하나씩은 다 흠집이 있는 거야.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다 문제가 있는데, 문제 앞에서 징징대는 사람과 해결책을 찾는 사람으로 나뉘고 거기서 행불행이 갈린댔어.”
주희 말대로 내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취로가 되었다. 모두가 다 자기 몫의 숙제를 풀고 있다고 생각하니 분발해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치기도 했다.

(101) 아니, 그건 아니다. 처음엔 상처 치료용 연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애초에 상처를 덜 받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알이 휙휙 날아다니는 전쟁터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는 미련한 병사처럼 되지 않으려면 나 역시 피할 줄 알아야 한다. 상처도 주는 대로 다 받을 게 아니라 골라 받고, 오해는 풀고, 잘못한 일은 용서를 구하고, 또 상처를 받았으면 이겨낼 줄 아는 저항력과 본래대로 돌아가는 회복 탄력성도 지녀야 한다고.

(120) 주희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상처가 새겨졌을까 상상하니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았다. 누구하고도 친할 수 없다는 주희가 혼자 얼마나 무겁게 상처를 안고 있을까? 나에게 느꼈을 배신감에 할머니의 죽음까지,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다. ‘공감은 원석을 캐는 것처럼’ 잘 찾아서 헤아려야 한다던데, 사과조차 변명으로 땜빵하려던 나 자신이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