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정명섭)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24. 5. 16.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할 때 사무실 건물에 확진지가 발생하면서 며칠 격리된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으며 유품을 통해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읽고 메모했던 기억이 난다. 존엄한 삶을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여운이 길었던 책이다.
학교에서 학년 프로젝트로 정명섭 작가님을 초대하면서 작가님의 작품들을 살펴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조선 시대에도 '유품정리사'가 있었을까? 특히 부제 '연꽃 죽음의 비밀'을 보면서 유품을 통해 뭔가를 추리하는 역사소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께가 있어 보였지만 흥미가 생겼다.
일단 조선시대에 '유품정리사'란 직업은 없었다고 한다. 아마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작가가 상상해 낸 직업인듯 싶다.
책을 읽다 보니 유품정리사 주제목 밑 '연꽃 죽음의 비밀'이란 부제는 확실히 '조선 명탐정 시리즈' 같은 영화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 죽고,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개인의 일탈이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잇닿아 있었다.
이 책에는 세 가지 사건이 연결돼 있었다. 큰 사건은 사도세자와 연관된 아버지의 죽음, 세부 사건들도 아버지의 죽음과 비슷하거나 사도세자와 연관되었다는 점에서 관련이 있었다. 범인이 누구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예측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지만 조선시대 여성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소설의 유품정리사 역시 여성 시신들을 전담하는 유품정리사가 필요하기에 하게 된 일이고, 그 과정에서 조선시대 여성들의 억울함, 특히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마치 전설의 고향처럼. 그러나 주요 인물과 사건의 핵심에 있다고 생각되는 여성들이 서로 연결돼 있으며 이들이 '여권'과 관련돼 있다는 설정은 다소 의외였다. 주제 의식으로서는 공감하지만 서사적인 흐름에서 보면 다소 맥이 빠졌다.
그럼에도 이 책은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 주었다. 특히 그 시대를 그려보게 하는 복색, 무기, 사건들을 찾아보며 읽는 재미가 컸다. 생각해 보면 조선 시대 '유품 정리사'란 역할 자체가 여성의 한을 담을 수밖에 없다. 역사는 기록된 '사실'이지만 관점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소설에서 '세계관'이 참 중요한데, 작가의 세계관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219)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강요받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그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아. 당사자들은 체념해서 받아들일 뿐이고.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어.
(293) 세상은 책 밖에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308) 진실과 정의만 세우면 모든 게 좋아 질 거라 믿었는데 세상에는 또 다른 법칙이 있더군요.
(316) "남편이 부인을 때려죽였는데도 아무런 처벌이 없네요."
"국법에 따른 고의가 입증되지 않는 이상 죄를 물을 수는 업습니다."
"그럼 반대로 아내가 남편을 죽이면요?"
"강상의 법도를 어지럽혔으니 엄하게 처벌받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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