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서바이벌(박하령)

 

기필코 서바이벌

제목처럼 절박하다. 누명을 쓰고 전따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러나 제목처럼 기필코 살아남는다. 긍정적이고 해결방안도 있다.

 

주인공 서란이는 왕따 상황에서 정면 충돌, 무시, 못들은 척, 선생님께 말하기, 비행기로 항의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본다. 그러나 누명을 쓰고 당하는 왕따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문제를 찾아가며 만난 '기억의 창고'라는 사이트의 도움을 받으며 강한 내면의 힘으로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있는 아이들도 친구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히키코모리 수림이가 코스프레 등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이 나오자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모습도 이해된다.

 

교사로서 주인공 서란이처럼 도와달라는 신호를 제대로 받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해 본다.

 

**인상적인 구절 

(73) 남의 기억을 빌려서 내 기억에 덧대어 쓴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회의가 들었지만, 목차의 제일 앞부분에 있는 한 예를 읽다 보니 마음이 훈훈해져 오는 걸 느꼈다.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 자매가 서로의 문제점을 극히 객관적인 잣대로 늘어놓고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다. 나는 만약 내게 언니가 있다면?’ 하고 가정한 후 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잠시 상상했다.

당당해져 봐. 네 잘못이 아니잖아!”

상상 속의 언니가 내게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 고통을 나 혼자 껴안아야 한담?”

이렇게 생각해 봐. 만약 누군가... 너에게 욕을 하는데 그게 네 몫이 아니라면 그저 받지 않으면 그만이야. 그럼 그건 그 사람의 몫으로 남는 거지. 넌 그냥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구. 선의는 마치 우산을 씌워 주는 것과 같아서 두 사람이 같이 비도 피하고 온기도 나누면서 훈훈해지지. 반면 잘못 배달된 적의는 내가 안 받으면 되돌아가서 보낸 사람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되는 물폭탄 양동이 같은 거야.”

 

(77) 야자가 끝나고 과학실로 향하기 직전 난 화장실에서 거울을 본다. 그리고 상상 속 언니를 불러 본다. 언니가 말한다.

뭐야? 스타일 구기게 떠는 거야?”

그러네.”

잘못은 잘못한 자의 몫이야. 넌 결백하다구.”

그치!”

그러니까 쫄지 말고 당당하게!”

오키!”

언니가 돌아가고 거울 속에 내가 보인다. 난 양쪽 입꼬리를 쫙 찢어 올려 웃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뇌에게 뻥을 치기 시작한다.

이봐! , 난 절대 쫄지 않는다구.”

온몸이 서서히 끓기 시작한다. 몸 저 안쪽부터 지글지글.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열이다. 주먹을 날리면 벽이라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단단한 패기가 담긴 열이다. 이로써 찌질해 보이는 눈을 가졌으나 순순하고 거대한 체구의 코끼리 한 마리가 힘을 얻는다.

  

(129) “도망친다고 문제가 없어지진 않잖아. 문제를 덮어놓는다고 없어질 것도 아니고.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태생적으로 도돌이표가 달려 있어서 해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다시 되돌아오게 되어 있지.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누군가는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라나? 근데 워낙 고약한 애니까 그냥 피하는 게 나은 거 아닐까? 그런 말이 있잖아.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

그건 합리화지. 무서워서든 더러워서든 한번 피하면 자기 삶의 이력으로 남아서 반복되기 쉽거든. 살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계속 피하게 된다고.”

반복된다구?”

그렇잖아. 아예 몰랐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쁜 애인 게 뻔히 드러났는데 모른 척할 수 없는 거잖아. 하다 못해 짱돌이라도 던지고 끝내야지, 안 그래? 하나는 사고로 없고, 하나는 방으로 숨어들었고, 하나는 비겁하게 배신을 때리고 꼬붕으로 들어갔다니, 남은 친구가 뭔 행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내가 듣기로는 거기까지 문제를 캐고 들어갔을 정도라면 힘이 있는 친구 같은데, 어때?”

 

기필코 서바이벌!
국내도서
저자 : 박하령
출판 : 살림Friends 201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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