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나'는 독서교육을 하려고 할까? 교과서는 이상적인 평범한(?) 학생을 염두해 두고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과 생활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교과서의 내용(이른바 '정전'을 선택하는 등 '공급자 중심의 내용)'이 아이들이 살고 있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음을 알게된다. 그래서 아이들의 '지금, 여기'의 상황을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것이 좀더 삶과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독서란 생각이 들었다. 2. 교사의 독서량 부족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교사가 읽은 책이 너무 한정돼 있고, 분량도 적었다. 우리 역시 '고전' 중심의 책을 읽어왔고, 교과서만 외우면 되는 학교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군데서 추천한 책들(전교조, 교육청, 여러 단..
도서목록을 선정하는데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것일까? 올해 읽기로 한 책들은 분량이 많지 않고, 읽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전해주는 메시지가 참으로 많다. 또 책 읽는 대상을 잘 고려해서 선정한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읽었던 책은 ‘민물고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영화로 말하면 로드, 액션, 어드벤처, 멜로, 다큐멘터리, 대서사시의 성격이 합쳐져 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 아이들에게 읽히면 ‘오노’와 ‘F-15K’로 촉발된 반미감정을 잘 이용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접근하기 힘든 물 속의 생활을 그들의 시각에서 보여줘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함께 어떻게 공존해야하는지 또 잘 드러내준다. 사전을 찾아가며 읽듯 책앞머리 민물고기의 모습을 여러 차례..
‘비인간화’로 대표되는 현대산업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특히 현대사업사회의 수혜자인 유럽과 미국인들에게서 더 급박하게 유행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이는 동양철학에서 그것을 찾는다고 하고, 어떤이는 원주민들의 삶에서 찾는다고도 한다. 그래서 빈약한 내용에 비례한만큼 돈과 과학으로 덧칠하는 헐리우드 영화(이것 자체가 바로 산업사회의 문제점이 집약되어 있고,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에서 조차 어쭙잖게 동양의 무술이나 철학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꽤 유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물론 매트릭스 같은 명작은 0과 1로 대표되는 산업사회의 코드를 동양적인 사유로 마무리지었지만). 또 미국에서는 그들이 무참히 학살하고 터전에서 격리시켰던 인디어들의 삶의 방식을 ..
아이들이나 나나 시차적응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난데없이 봉사 주무로부터 이번 봉사활동 차례가 우리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안내를 하다보니 어느새 토요일이 되었다. 가는 방법 외에 아는 것도 전혀 없이.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반 32명 중 21명이 어제까지 봉사활동에 가겠다더니 갑자기 종례시간 즈음에 할머니댁을 가야한다는 둥, 갑자기 감기에 걸렸다는 둥, 부모님을 도와 드려야한다는 둥.. 하여간 별로 설득력이 없는 핑계를 대며 못 가겠다는 것이다. 얼른 인원을 점검해 보니 희망자는 14명. 아이들을 모두 모아놓고 봉사활동의 의미며, 봉사활동시간 20시간을 모두 채워야한다는 협박을 조용히 하는 한편, 마음의 평정..
우리반 쉬는 시간, 여러 선생님들의 말소리가 가득하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만 모여 지내는 교실이라 당연히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반에는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의 목소리와 똑같거나 어설픈 구절이 반복되어 들린다. 아이들이 연습을 시작한 모양이다. 세태가 개인기를 요구해서인지 올해 아이들 중에는 노래와 춤, 성대모사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여럿 있다. 한 춤 하는 승용이와 성대모사에 능통한 양기, 온갖 춤을 섞어 자신만의 몸짓으로 학교 댄스계를 평정한 형식이, 성대모사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똑같이 흉내내는 규훈이는 반과 학교에서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내 목소리나 말버릇은 아무나 낼 수 있는, 그래서 개인기에도 끼지 않는다. 그 중에 규훈이는 세심한 관찰력과 꾸준..
개학한지 일주일. 이젠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듯 싶다. 아이들도, 나도 수업시차에 적응하기 시작한 듯 싶고 서로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있다. 학기초에 품었던 학급운영과 국어수업의 목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역시 학기초에 품었던 다짐을 잊어버려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 2학기 개학은 좀 애매하다. 나와 같은 국어교사에게는 새로운 교과서가 시작되기에 계획과 다짐의 시기이지만 현실은 1학기를 마무리하거나 1학기와 마찬가지의 일이 지속되기에 그다지 새로운 것도 없다. 결국 나만 마음이 급한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업무로 바쁜 새 학기를 보냈다.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의 변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