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태어나서 따로따로 죽어 가는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사라져 버린대... 하지만 말야. 하지만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들을 더 열심히 찾으라고 하셨어." 학교에서 따돌림당하고 자살 미수로 오해받고 있는 키오스크의 나직한 읊조림이다. 제목이 왜 ‘우주의 고아’인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네 친구들이 등장한다. 부모님이 맞벌이여서 언제나 외로운 남매 요코와 린, 그리고 친구가 된 소극적인 아야코와 왕따 키오스크. 이 네 친구들을 통해,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법, 그리고 공부 외에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이 네 친구들이 갈등을 겪..
광주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것 외에 ‘광주’와 ‘국어’의 정신을 새롭게 잇는 교육활동을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18민중항쟁’의 정신을 새롭게 잇는 수업, 우리말글을 통해 올바른 우리 얼을 세우는 수업이 그것인데, 그래서 우리들-지금 선생님일기를 돌아가며 쓰고 있는-은 훈민정음 창제 558돌을 맞아 나름대로 수업의 체계를 세웠다. ①우리말을 자유스럽게 쓰지만 한글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수업, ②한글의 과학성과 체계성, 창제 배경을 이야기하는 수업, 우리말의 특징을 공부하는 수업, ③우리말글의 파괴 현상과 그것을 올바르게 고치는 수업, ④언어의 바탕에 있는 우리 민족의 삶과 철학에 대한 공부, 영어공용화론과 한자병기론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는 수업이 ..
여름이니까 더운 날씨가 당연하지만, 낮에는 뜨거운 햇빛으로 밤에는 후텁지근한 열기로 사람을 구워삶고 있구나. 날씨에 몸 상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거라. 2주에 한 번은 연락하자는 약속 잊지 않았지? 너희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도 하고 너희들의 답장을 기다리며 내가 보낸 방학 생활을 이야기한단다. 그래야 개학 후 낯설음도 많이 사라지겠지. 방학 첫 날은 우리반 남학생들이 봉사활동하는 날이었단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방학 때 만나니까 반갑고 새롭더라. 14명이 모여 성적표 발송 준비도 하고 학교 창틀과 복도를 구석구석 청소했지. 사람이 온 흔적을 남겨보겠다고 부지런히 덤벼들었지만 학교가 너무 넓었단다. 청소 후에는 얼음과자를 먹으며 1학기에 힘들었던 일, 고쳤으면 하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남학생들하고만 모..
어중간하게 끝난 단합대회였지만, 며칠 동안 고민했던 행사였다.전에 근무했던 학교라면 이미 체육대회나 단합대회로 충분히 시끄러웠겠지만, 신설학교라 굵직한 행사가 많아 아직까지 ‘조용한 학교’다. 이런 분위기를 처음으로 깨는 학급 행사라 부담이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 학급놀이를 찾아보고, 관련 책도 참고해 먼저 함께 참여하는 '보드가드 피구', 모둠끼리 연대해 활동하는 '아메바 달리기', 마지막으로 '모둠별' 줄넘기 시합을 계획했다. 크기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모둠끼리 호흡을 맞추는 놀이를 주로 계획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단합대회 날짜가 다가오자 몇몇은 집안 일이나 학원과외로 참여하기 힘들다고 했고, 또 몇몇은 갑자기 아프거나, 집안 일이 생겨 먼저 들어간다고 했다. 항상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갑작스러움'..
1권만 읽고. 비디오 가게에는 비디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만화책, 할리퀸 문고, 여러 잡스런 소설책이 있다. 비디오 가게에 가는 이유가 뻔하다고 할 때 거기에 있는 모든 것들도 형식만 다르지 결국 똑같은 목적으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놈은 멋있었다"를 내 돈을 들여가며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것을 사 보거나 빌려보는 것 자체가 이런 류의 소설이 비빌 언덕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 잘가던 비디오가게에서 다행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이 너덜너덜하고 군데군데 테이프로 붙인 자국도 있다. 주인 아저씨는 이번이 59번째 빌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음.. 꽤 읽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 토할 것 같이 속이 이상하고, 가끔 소름이 돋기도 했다. 또 1권을 읽고 잠자리에..
“거의 하루의 반은 공부를 한다. 지겹고 서럽다. 학원 갔다 와서 컴퓨터하면 아빠가 뭐라고 하고 서럽다 못해 난 너무 불쌍하다. 지금도 빨리 자고 싶다. 또 잠자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매일 똑같은 하루이다. 지루한 생활이다. 나도 학교, 학원 땡땡이 치고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중학교에 들어와서 부쩍 많이 한다. 중학교 생활은 너무 힘들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공부는 날이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우리반 아이들 일기장에 적혀 있는 내용들이다. 너무나 많이 들어 그만그만한 넋두리로 들릴 수도 있고,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이면 누구나 거쳐가는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중학교 1학년의 글이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학교를 옮기면서 중학교 1학년 아이들..
1. 눈물 쏙 빼는 이야기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눈물샘을 살짝만 자극해도 눈물이 나온다. 이 책을 읽는 이틀 동안, 눈물을 쥐어짜며 자식을 위해 꿈과 양심, 건강 등 모든 것을 포기하는 아버지와 병마에 시달려, 이만하면 죽어도 되지 않느냐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부자의 아픔은, 결혼과 사랑에 대해 다분히 낭만적인 엄마를 보며 더 비극적이다. 일찍 돌아가시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자지간의 정을 돈독히 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떠올리며 나를 성찰하는 시간도 되었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눈물 젖은 이 책 ‘가시고기’를 읽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특히 IMF를 겪은 사람들이라면 경제적 붕괴로 회사나 가정에서 고개숙인 우리 아버지의 모습들을 생각하며 새삼 이..
3월은 만남, 소개의 달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쁨과 설레임으로 가득찬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요시코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의 달이다. 사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부터 장애가 있기에 기요시코에게 3월은 두려움, 고통의 달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기요시코 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남을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는 면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기요시코의 언어장애가 한 아이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의사소통장애에 대해 폭넓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말주변이 없거나, 어눌한 아니, 첫 낯가림이 심한 아이, 자신에 대해 표현하기를 꺼리는 아이, 또는 정반대로 언어구사능력이 너무도 뛰어나서 친구들을 말로 잘 놀..
자신의 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에 대개의 아이들은 이런 말을 한다."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등.'좋은'이란 단어가 갖는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대개의 것에 이 수식어를 즐겨 붙이는 이유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교사와 부모, 학생이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좋은, 교사,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용과 방법에서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시해 준다. 주인공은 모든 문제와 주제에 대해 개방되어 있는 찰리의 가족을 통해, 또는 학교에서 배운 이웃 사랑, 봉사, 정직, 양보 같은 참된 가치와 도덕을 끊임없이 현실에 적응시켜보고, 그런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발견되는 괴리에 대해 '왜?'라고 질문을 던진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