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로 하나가 되는 우리

광주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것 외에 ‘광주’와 ‘국어’의 정신을 새롭게 잇는 교육활동을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18민중항쟁’의 정신을 새롭게 잇는 수업, 우리말글을 통해 올바른 우리 얼을 세우는 수업이 그것인데, 그래서 우리들-지금 선생님일기를 돌아가며 쓰고 있는-은 훈민정음 창제 558돌을 맞아 나름대로 수업의 체계를 세웠다.


①우리말을 자유스럽게 쓰지만 한글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수업, ②한글의 과학성과 체계성, 창제 배경을 이야기하는 수업, 우리말의 특징을 공부하는 수업, ③우리말글의 파괴 현상과 그것을 올바르게 고치는 수업, ④언어의 바탕에 있는 우리 민족의 삶과 철학에 대한 공부, 영어공용화론과 한자병기론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는 수업이 우리가 생각한 수업이다.(관련자료: 광주국어교사모임

http://gj.naramal.or.kr)

한글날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한글의 우수성에 새삼 놀라지만, 정말로 머리 숙여 그 뜻을 헤아리게 되는 것은 창제 배경과 그 철학에 있다. 사대주의에 빠져 우리말에 맞지 않는 한자를 사용해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려고 했던 양반층을 물리치고 누구나 쉽게 배워 쓸 수 있는 한글을 만드신 까닭이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문화 창조에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 민족 모두가 만들어 가는 민족 문화 총체로서 우리말글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말글의 파괴현상은 심각하다. 방송이건 신문이건 외국글자말, 중국글자말을 쓰지 못해 안달이며, 우리말글에 더 친숙한 세대들을 향해 수준이 낮다고 하거나 세계화에 뒤처졌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소리치고 있다. 어른들이 이렇게 우리말글에 대해 중심을 잡지 못하는 사이 우리 아이들의 ‘얼’은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아이들이 즐겨 쓰는 말에는 비속어가 가득하고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은어와 그림문자(이모티콘)들이 가득해 교사와 학생 사이, 부모와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을 막고 있다. 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질적인 어른들의 흉내를 내며 친구 사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패거리끼리 ‘맞짱’을 뜨고 있다. 지금은 올바른 말글로 가족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협상과 대가로 가족관계가 근근히 이어지고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우리 학교 1학년 2학기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 목표는 창작시 한 편을 짓는 데 있다. 창작시를 쓰기 위한 과정으로 지금 유행하고 있는 노래 가사를 바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부모의 관심을 지나친 간섭으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거부하고 있다.
우리 모임에서 아이들의 문제상황을 알아보기 위한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북구의 어느 학교는 선생님에 대한 거부가 30%가 넘고, 서구의 어떤 학교는 “이유 없이 부모님이 싫다”고 대답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조사한 모든 학교에서 “부모님은 내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님의 기대가 지나쳐 부담스럽다”는 대답이 고민 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이 우리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말과 글을 주고받으면서 우리들은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면 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말글을 제대로 살려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문제일까? 한글날을 맞아 생각해야 할 것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들이 평소에 쓰는 말과 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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