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붕어 하킴(박윤규)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02. 4. 27.
도서목록을 선정하는데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것일까? 올해 읽기로 한 책들은 분량이 많지 않고, 읽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전해주는 메시지가 참으로 많다. 또 책 읽는 대상을 잘 고려해서 선정한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읽었던 책은 ‘민물고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영화로 말하면 로드, 액션, 어드벤처, 멜로, 다큐멘터리, 대서사시의 성격이 합쳐져 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 아이들에게 읽히면 ‘오노’와 ‘F-15K’로 촉발된 반미감정을 잘 이용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접근하기 힘든 물 속의 생활을 그들의 시각에서 보여줘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함께 어떻게 공존해야하는지 또 잘 드러내준다.
사전을 찾아가며 읽듯 책앞머리 민물고기의 모습을 여러 차례 살펴보면서 읽어야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여러 번 반복하고, 읽을수록 민물고기의 이름이 입에 익고, 눈에 익기 시작했다. 꼼꼼하게 그려진 삽화는 민물고기의 특징이 잘 나타나 민물고기들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민물고기에 대한 엄청난 지식이 들어있으면서도 소설처럼 읽기가 쉬운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안도현의 ‘연어’와도 큰 맥이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러나 ‘은빛연어’가 산란하러 가는 과정(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성장의 필수과정인 통과의례가 보수성을 띄고 있어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부담스러운 책이 연어였다면 이 책은 ‘서로 개성이 다른 물고기들이 공존하는 방법’과 함께 至誠感天 즉, 이루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하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것(숨은하늘에 불이 났을 때, 푸른바다거북이 하킴에게 ‘오로지 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할 때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넘어서게 되며, 모든 생명은 하나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소망하고 바라면 충분히 그 뜻을 이룰 수 있다)을 버들붕어 하킴을 통해 희망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바다에서 숨은하늘로 돌아가려고 댐 물쌀을 뛰어오르는 하킴 가족들이 모습이 무모하기보다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고, 결국에는 인간과 자연의 화합의 상징인 수로를 통해 올라가는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게된 것 같다.
한편으로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을 하거나 준비로 인한 자연파괴, 가축과 공장의 오폐수 방출, 도덕성을 상실한 비올 때 무단 방출, 댐건설로 회귀성 어종의 산란 방해, 생태계에 대한 고려없이 행해지고 있는 외국산 물고기 도입은 그동안 인간의 기준에서 행해져온 생태계 파괴의 모습이었다. 인간 행태의 문제점은 그것들이 충분히 고칠 수 있고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것은 인간들이 생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욕심으로 인한 잉여물과 생산과 관련 있거나 도덕성의 상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연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시각이 아닌 물고기의 시각(물고기를 옆에서 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또 어조의 특성에 따른 명명행위가 특징적이다. 아름답거나 파괴된 자연(지명)을 명명하는 단어들과 토종 물고기들의 아름다운 이름과 베스나 불루길의 날카로운 영어식 이름은 명명행위가 또 하나의 관심과 인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지명이 외국것과 다른 우리 고유의 것들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주요등장물고기]
1. 금강모치
2. 쉬리=‘여울각시’--여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고기
3. 열목어 왕치 ‘노랑점’
4. 칠성장군: 가물치
5. 애꾸 베스
6. 아이런투쓰, 라지마우스: 베스(미국 미시시피강이 고향), 큰입우럭
7. 레드스팟, 블랙데블(오염으로 인한 기형 불루길): 블루길(약삭빠름), 아감덮개에 푸른점이 있는 물고기, 파랑볼우럭
8. 끄리: 작은햇빛강의 으뜸싸움치로 별명이 ‘날개바람’
9. 뱀장어: 동아줄장군, 꼬리치기와 조르기가 특기
[물고기 특징]
1. 버들붕어-상새기관이 있어 공기중에 숨을 쉴 수 있고, 적응력이 좋다.
2. 퉁사리: 퉁가리와 자가사리의 중감. 침이 강함=이들을 독침 삼총사라 함
-침이 있는 물고기: 퉁가리, 자가사리, 동자개. 밀자개, 미유기, 메기
3. 꺽지: 가시장군(등지느러미가 가시로)
4. 어름치: 예언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5. 서호납줄갱이: 멸종된 어종
6. 떡붕어, 찬넬메기, 무지개송어, 베스와 불루길 : 외래어종
7. 푸른바다거북: 지혜의 바다
[인상 깊은 구절]
∙82: 모든 생명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배웠어. 그걸 모르면 늘 방황하게 돼. 우리가 바라는 건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물 속 나라의 평화
∙176: 너와 친구들의 소망이 뭉쳐져 큰 힘이 되어 되살아날 것이다. 모든 생명은 하나로 이어져 있으니까, 그 힘이 사람들까지 차차 변하게 만드는 거란다.
∙177: 오로지 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자시도 모르게 그것을 넘어서게 된다. 네 자시도 모르는 사이에 수평선을 넘어선 것처럼, 너의 뜻도 이미 세상에서 힘을 키워 가고 있단다.
[퀴즈 문항]
이 책의 독서퀴즈 문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① 줄거리 자체에 대한 질문도 가능하며 ② 우리 토종물고기에 대한 상식이나, 삽화를 보여주고 토종물고기를 맞추는 방법도 가능하다.
[토론거리]
1. 바다에 다녀와서 황금잉어나 버들붕어의 비늘이 황금색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는 상징적인 의미는?
2. 하킴은 머머리섬에서 비로용담을 만나고 댐을 넘어서기 위해 매년 노력한다. 다행이 사람들이 어도를 만들어 이번에는 뛰어넘을 수 있다고 했는데 결국 이 장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업방법]
1. 토종물고기와 외래종의 싸움을 법정으로 끌어올 수 있을 듯하다. 사람 역시 등장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가 옳고 그르다거나 누구때문이다의 논쟁보다는 ‘사랑과 전쟁’ 식의 배심원 재판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과정에서 이 작품의 주제인 물고기끼리 그리고 물고기와 인간의 화해는 가능해지지 않을까?
1-1. 또는 서로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싸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자.
2. 안도현의 ‘연어’에서 ‘카메라를 든 인간형’과 ‘낚시대를 든 인간형’의 모습을 소개하고, ‘낚시대를 든 인간형’의 모습으로 가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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