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een(포틴, 이시다 이라)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05. 7. 12.
14살, 사춘기 남학생 4명의 이야기다. 보통 집에 평범한 생활을 하는 데츠로, 뛰어난 머리의 수재 준, 조로증을 앓고 있는 나오토, 가난한 집의 뚱뚱한 다이. 이들 넷은 조금 독특하지만, 사춘기 소년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인다. 성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과 욕구로 뭉친 아이들은 서로 많이 다른 모습을 인정하고 함께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이런 점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조로증에 걸린 친구, 게이친구, 재능은 없으면서 계속 나대는 재수 없는 친구, 거식증과 폭식증을 넘나드는 여자친구 등의 다양한 상황을 보여 준다는 점은 대단히 훌륭한 성장소설의 요소다.
조로증에 걸린 친구를 위해 원조교제를 모의하고 그 상황을 몰래 훔쳐 보려고 하는 모습에선 사춘기 아이들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하지만 결국 친구의 비밀을 알고 조용히 비밀을 지켜주는 모습에선 가슴 따뜻하고 인간적인 배려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된다.
특히 '다이' 이야기 부분은 남학생들의 우정을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부분이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다이의 아버지가 얼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간접적인 살인 혐의를 받은 다이는 경찰에 잡혀간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들은 모두 다이를 믿어준다. 사춘기. 이런 멋진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이들도 그 사실을 아나보다. 마지막 부분에 이들은 여행을 떠나고 어른의 세계를 엿본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하나씩의 비밀을 풀어 놓는다. 어떠한 고민도, 비밀도 없이 평범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던 데츠로는 ‘지금’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릴까봐 겁난다고 말한다. 청소년기의 이런 소중한 기억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릴까 겁이 난다는 데츠로의 고백이 가슴에 와 닿는다.
친구관계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이 시기 남학생들이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 조금 야하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소설 속 아이들처럼 포르노를 즐겨(!) 보겠지만 말이다.
(55) “반 친구들 다 잘 지내니?”
“응, 아마도”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난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몇몇 친구를 제외하면, 우리는 우연히 같은 전철 같은 칸에 올라 탄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다.
(65) 그렇지만 중학생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건 아니잖아. 언젠가는 나도 루미나도 변할 거야. 빛을 반사하며 저렇게 아름다울 수만 있다면 달이라도 나쁘진 않아.
(74) 중학생의 삶에는 바보 같은 면이 많다.
(79) 딱히 즐거운 일이 없어도 문득 기분이 최고일 때가 있다. 양말 색깔이나 디자인까지 교칙으로 억압받는 중학생이라도.
(87) 대부분의 중학생은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 입시전쟁이란 것도 있고, 학교 바깥의 사회도 감옥 같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즈루의 무신경은 급우들의 그런 불안한 심리를 긁는 것이기도 했다.
(113) 다들 아는지 모르겠다. 하늘을 나는 것 정도는, 중학생에게 너무도 간단하다는 사실을.
(316) 아무리 어려울 때도 누군가 한 사람은 반드시 내 편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
(321) "너희들은 저 소리가 들리지 않니? 지구가 맹렬한 기세로 자전하면서 하루를 새기는 구릉구릉 하는 소리 말이야. 난 저 소리가 정말 무서워. 생각해봐, 내게는 너희들보다 세 배나 빠르게 지구가 돌아가니까. 이런 말, 우리 부모님에게도 한 적 없어.“
“지금은 안 들려. 너희들에게는 지구의 자전을 늦출 만큼 대단한 힘이 있어. 늘 나와 같이 놀아줘서, 정말 고마워.”
(326) "난 변한다는 게 무서워. 다들 조금씩 변하다가, 어느 순간 오늘 여기서 우리가 느꼈던 이 기분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거.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 거야. 세상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이런 시절을 무시해버릴지도 몰라. 그건 중딩 시절의 놀이였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꼬마였다고.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지금의 마음을 되새겨야 해. 변해서 좋은 게 있고, 변해서 안 좋은 게 있어."
"지금부터 몇 년이 지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으면 오늘을 생각하자. 그때 정말 괜찮은 네 놈이 모여 있었다고. 인생의 최고 좋은 시절에는 자신도 그 그룹에 속했을 정도로 좋았다고. 지금의 이 나약함과 불안을 잊지 말도록 하자."
<베껴 쓰고 생각해 보기>
[253~255] “나는 바지를 벗기려는 어머니를 제지하고, 료헤이와 함께 아버지를 바깥으로 끌어냈어. 도저히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양동이로 물을 끼얹었어. 아버지는 몸을 동그랗게 말았을 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어. 그래서 방으로 돌아와 자버렸어. 아침이 되어보니 죽었더라구. 놀라긴 했지만, 난 울지 않았어. 이제야 아버지에게서 자유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큰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서 안도감이 들었어.”
밤이 내려와 우리 주변을 덮었다. 멀리 츠쿠다 쪽에서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원의 수은등이 눈부셨다.
“우리 아버지는 최악이야. 죽은 후에 내게 이런 선물을 하다니. 계속 미워해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미워할 자유도 주지 않아. 이 자전거를 볼 때마다 그런 아버지에게도 부드럽고 상냥한 마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 마는 거야. 이걸 그냥 스미다 강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들었는지 몰라. 그렇지만 안 되더라. 자전거방에서 우리집까지 울면서 끌고 왔어. 아버지가 죽고 나서 내가 운 건 그때가 처음이야. 준, 데츠로, 나오토, 내 말 믿을 수 있니?”
다이는 더 이상 눈물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우리 얼굴을 차례차례 바라보았다.
“그 개똥 같은 아버지에게도 상냥한 마음이 있었던 거야. 난 그런 아버지를 죽였어. 아버지가 만일 살아 돌아온다 해도 아마 똑같은 짓을 하고 말 거야. 난 살인자가 돼버렸어. 나 같은 놈하고 같이 다니면 너희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야. 너희가 보낸 편지를 몇 십 번이나 읽었는지 몰라. 답장을 쓰고 싶었어. 그렇지만 이제 너희들과는 같이 다닐 수 없어.”
다이는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통곡했다. 우리는 벤치로 다가가 다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얼마 동안 우리는 같이 울었다. 이윽고 준이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나쁜 일은 절대로 없어. 가장 나쁜 일은 벌써 지나갔으니까.”
평소의 비꼬는 듯한 준의 목소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나도 참을 수 없어 입을 열었다.
“만일 아버지가 다이와 어머니와 료헤이를 저주한다면, 상대가 뼈건 유령이건 우리가 가만있지 않겠어. 절대로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아버지는 너를 이해한 거야. 그래서 이 자전거가 네게 온 거고.”
나오토가 광대뼈를 두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
“아아, 너무 울어서 머리가 아파. 다이, 다음 주부터는 A 그룹 그만두고 우리한테로 돌아와.”
다이는 어리광부리는 아이처럼 고개를 저었다.
“이제 무리야. 이걸 봐.”
다이가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팔뚝 안쪽에 검은 화상 흔적이 보였다.
“이게 그룹의 표시야. 이제 간단히 빠져나올 수 없어. 나가려다가는 집단폭행을 당할 거야.”
준이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이, 정말 애썼어. 이번에는 우리가 나설 차례야. 그놈들 일은 우리에게 맡겨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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