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제목에서도 잘 느껴진다. 세호 엄마는 집을 떠난 남편 때문에 아들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호는 같은 반 친구 연주에 대한 호감이 커지고 연주의 영향을 받게 된다. 둘 다 이혼 가정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연주를 통해 세호는 자신을 버렸다고 엄마에게 들은 아빠와 만난다.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아빠"아빠를 만난 세호의 감정이 잘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에는 연주와 같은 미술학원을 다녔던 친구들(빨간 머리와 노랑 머리)을 통해 아버지와의 또다른 갈등을 드러내 준다. 아이 보다는 부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다 갈등하게 되는. 이쯤 되면 고1, 열일곱 살 아이들에게 이제 "네 ..
수돗물을 받아 주전자에 끓인 물에 설탕 한 숟가락을 넣은 따뜻한 설탕물이 오랜 여운을 준다. 행복구, 해원동, 낙원동, 난장이. 읽다 보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뒷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재개발로 쫓겨난 난장이네 가족들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는 무관하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거나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다’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물론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살기 어렵겠다는 건 상식이고. 주인공 란이는 ‘남자’, ‘여자’ 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아빠와 가족을 떠난 엄마가 있다.(116) 란이는 청주분식을 나오며, 그게 그렇게 힘든 건가 생각했다. 남들처럼 아침에 출근해 저녁까지 일하는 것.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을 가져오는 것. 그리고 월급날..
의자 뺏기. 치열한 경쟁과 눈치 게임이 상상되는 제목이다. 홀로가 아닌 쌍둥이로 태어나 한정된 상황 안에서 ‘의자 뺏기’가 ‘의자 갖기’로 바꾸기까지 심각하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목소리 덕분에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마다, 청소년의 갈등 상황이 청소년 자체에서 발생되기 보다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라는 느낌을 받 을 때가 많다. 쌍둥이 은오와 지오의 갈등도, 이 둘이 갈라져 살아가는 데에는 엄마의 욕심과 아빠의 애매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사고로 엄마를 잃고 난 뒤에도 아빠는 회피로 일관한다. 그 과정에서 지오는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할머니 댁에 버려진 은오는 솎음남새의 처지로 살며 울분을 쌓게 된다. 핏줄로 연결된 ‘선천적 우애’가 주위 상황으로 ‘태생적 ..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과로사한 사회복지사인 아내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온 힘을 다한 남편, 가진 자 중심의 재개발에 저항하지만 큰 상처를 입는 사람들, 그 속에서 방치되거나 빗겨난 아이들,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버려졌으나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고양이들까지. 그러나 이야기는 서로 맞물려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는 이야기들이 다소 뻔해 보이는 플롯을 감동적인 것으로 이끌어 낸다. 1. 인간 소외를 낳는 재개발(120) “우리 대책위 사람들 거의 다 분노 조절 장애라고 했어. 외상 후 스트레스라고. 날마다 싸우고, 툭하면 연행되고, 모욕당하고. 그런데다 억울하게 교도소까지 들어갔으니...”✎ 이웃과 함께 따뜻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깊은 상실감으로 트라우마를 앓아가는 모습은,..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심청이의 효심을 강조하려다 보니, 극중 여러 인물이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딸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져 홀로 남게 된 심 봉사 옆에서 남은 재산에 눈독을 들였다는 뺑덕 어미는 몰염치한 인물로 비난이 집중된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성품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뺑덕 어미에게 그런 거친 마음을 남기지는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누군가가 그럴 수도 있다는 포용, 공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뺑덕 어멈 뿐만 아니라, 뺑덕이를 쫒아낸 윤덕 어미, 마음이 어긋난 병덕이이와 병덕이와 매일 싸웠던 강재도 이해가 된다. 인물과 배경이 사실적인데 비해, 심청의 선택과 이에 대한 스님의 선문답은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책을 읽으며 누구에게든 글쓰기가 그 자체로 치유와 성찰을 통한 긍정적 에너지를 충천하는 활동임을 다시 확인했다. 특히 엄마가 17세를 회상하며 현재의 시각으로 당시를 재단하지 않고 그 과정을 인정하는 점이 좋았다. 당시의 결핍 또는 갈망을 채우려 선택했던 모습들이 살아보니 어리석은 게 아닌,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음을 인정해야, 현재 딸의 선택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람이 홀로 성장할 수 없듯, 이 책에는 멋있는 어른들, 사회인들이 많다. 지금의 어른들의 모습과 견주어 볼 때, 우리 사회는 얼마나 성숙해 졌을까. (51) 회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부산여고를 까맣게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랬다. 갑자기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 나는 며칠 전 소녀 적 ..
'파라나'는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파란 아이'를 줄인 말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야기는 퍽 부담스러운 단어인 '착한다', '착한 아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착하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인데, 대상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단어이기에 '착하다'는 절대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착하다가 자주 쓰이는 맥락은 다음과 같다. '우리 선생님은 착해요', '우리 아이가 착해서 문제예요', 또 '착한 가격'이런 말을 들으면, 착하다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자체가 힘의 균형을 잃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한쪽의 언어, 정치적인 단어라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 정호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싫어 어렸..
제목처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빈자리에 가족과 갈등하며 게임에 빠져 있는 벤에게, 학창시절 펜팔 친구를 찾아 인도로 떠나는 할머니와의 여행은, 여행이 그렇듯, 낯섦 속에서 성숙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인도인들의 다양한 생각을 종교적 의식과 종교인과의 만남을 통해 체험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또 어른이라는 이유로 벤을 지나치게 참견해 왔던 할머니도 자신의 민감함을 성찰하며 손자를 인정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결국 벤과 할머니 모두 인도 여행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여정을 거듭할수록 잘 나타난다. 또 인도 사람들의 ‘노 프라블럼’이나, 시바와 칼리, 간샤 등 힌두교의 신들 속에 인도 사람들의 인생관을 경험..
책을 먼저 읽은 아내가 “지금까지 너무 많이 아는 척 했다”며 책을 건넸다. 책 날개의 94년생, 대학 재학 중인 작가의 프로필이 눈에 띤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한다는 이야기처럼 고3 세 명의 입장에서 어른들, 특히 교사와 부모의 ‘아는 척’에 대해 비판하고 나름 복수도 한다. 리얼하게 말과 이미지로. 기실 어른들이 꼰대가 된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 경험이 자식의 문제에서는 더 독한 꼰대가 돼 가고 있다. 부모들이야 자식 한둘밖에 키우지 않으니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해도, 매년 새로운 아이들과 관계 형성을 하는 교사가 더 독한 꼰대가 돼 간다는 것은 반성할 부분이다. 역시 부모와 같은 이유로 교사 역시 자신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
스쿼시로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더 빨리 이루기 위해 아들 제이미에게 체벌을 하는 등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그러면서 제이미는 스쿼시가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아버지에게 반항심만 쌓인다. 그런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존재감을 잃어간다. 제이미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할 때 낯선 남자들에게 쫓기는 또래 여자아이 에비를 만나고, 에비를 낯선 사람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아버지와 대화를 하게 된다. 설득력 있는 반전(세 가지), 다 자식을 위해서라는 부모의 욕심,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잘 어울려 몰입도를 높이는 재미있는 소설이다.무엇보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는 청소년기 정체성의 문제를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