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한이 많은 할머니, 욕쟁이 언니, 기저귀 차는 오빠, 뇌경색 삼촌. 그리고 이들과 행인처럼 엮여 사는 주인공 권여울. 이들은 가족이라기보다는 남보다 못한 악연인 듯 서로의 상처를 헤집고 생채기 내기에 바쁘다. 류은이와 참새처럼 ‘관리 받는 년들’ 틈에 끼어, 금새 깨어날 마법이 두렵지만, 피오나 공주 코스프레로 자신의 삶을 위안하며 세상을 헤쳐 나간다. ‘저주 받은 가족’을 벗어나고 싶지만, 결국 파탄에 이른 가정을 지키며 재결합을 꿈꾸게 되는 권여울. 작가는 매우 건강하고 씩씩한 캐릭터를 창조한 것 같다. 여러 가지 상황 도서를 읽으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지만, 여울이 캐릭터만큼 신선하고 건강한 여주인공은 드물 것 같다. 여울이의 눈을 통해 희화적으로 묘사되는 가족의 모습..
이 책은 오롯이 ‘아버지’를 위한 책이다. 도박 중독에 빠진 아버지,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 아버지를 위한 그들의 자녀들이 바치는 구원의 메시지? 안톤과 피터를 통해 보여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한 추락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특히 피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덜 자란 채로 어른이 된, 그래서 더욱 초라한 모습이다. 그러기에 너무 일찍 철든 피터와 공상 속에 빠진 안톤의 모습이 애처롭다. 부모님과의 갈등에 빠진 아이들이 쉽게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39) 아무래도 나는 부모를 잘못 만난 것 같다. 텔레비전을 보면 갓난아기들이 병원이 뒤바뀌는 바람에 다른 부모 손에서 자랐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우리 아빠는 정말 최악이다. 이제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도 ..
가난한 유년기의 성장소설은 참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 두 소설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초등 4학년 조연재와 아홉 살 백여민은 그리 나이 차이도 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시대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70년대 연재와 80년대 여민이랄까? 하지만 소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옴망눈(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봐도 없다, 하지만 왠지 초롱초롱하고 총기가 있는 눈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녀의 그것은 다르다. 백여민은 치열하게 세상과 싸우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면-마치 오빠 연후와 닮았다. 공부든 싸움이든 구슬치기든 치열하게 싸우고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린다. 물론 여민이는 오빠처럼 모범생은 아니지만-, 연재는 세상을 조용히 관찰하는 타입이고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신기종과 백여민이 싸우면서 쉽게..
영어 교사, 던프리 선생님은 일기 숙제를 내 주며, 읽지 말라는 일기는 읽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선생님의 약속은 그대로 지켜졌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을 믿게된 '티시'는 친한 친구에게조차 털어낼 수 없는 자신의 고민과 감정을 일기장에 쏟아낸다. 던프리 선생님은 '티시'가 일기를 꼭 읽어달라고 한 부분을 읽으며 '티시'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티시와 동생 매트가 생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다행히 '티시'에게는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를 만나 빠르게 생활의 안정을 찾아간다. 글을 읽는 내내, 정말 완벽하게 무책임한 티시의 아빠와 엄마를 보고 놀랐다. 자식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해 자식의 행동을 교정하지 못한 티시 할아버지와 할머니, 딸에게 자존감을 주고자 했으나, 딸은 거기에 부담을..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 있는 산, ‘시타델’. 단단한 바위와 만년설로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차갑고 날카로운 산이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이는 열여섯 살 루디의 등정 모습은 가볍고 경쾌하며 자연스럽다. 루디의 ‘시타델’은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정복 대상이기보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을 허용하는 공간이며, 인간을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시키는 공간이다. 루디에게 ‘시타델’은 가장 뛰어난 가이드였던,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아간 공간이다. 하지만 루디는 아버지의 흔적과 꿈이 담긴 시타델이 오르고 싶다. 자식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루디의 엄마와 그런 누나를 지켜보며 루디의 재능과 시타델을 철저히 외면하는 외삼촌이 곁에 있지만, 시타델에 오르고자하는 루디의 본능을 막을 수 없다..
마인드 콘트롤을 시켜주는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화해의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해주는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싫은 사람이 먹고 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행운의 ‘비즈니스 에그 머핀’,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이상야릇한 영어 이름이 향기롭고 맛있을 거라는 기대보다는 마녀가 만든 약물처럼 신비스럽고 기괴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이 책 자체도 그렇다. 판타지라는 데코레이션을 입힌 성장소설. 신비한 마법의 힘을 지닌 점장이 만들어낸 빵이나 쿠키 맛을 궁금해 하는 동안 ‘나’의 상처 많은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눈물 젖은 빵처럼 축축하게 다가온다. 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 현실을 청소년의 꿈과 희망에 ..
가출 엿새 뒤, 아들이 ‘기적같이’ 들어왔다. 그날 부부는 가출 청소년을 모험가, 반항자로 부르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조심스레 어디에서 먹고 잤느냐고 묻자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친구 집에서….” (확인 결과, 아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가출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싫어!” 소리를 반복하더니, 마지못해 “그냥 집이 싫었어. 갑갑해!”, “휴대폰을 일방적으로 끊은 것도 짜증났어.”라고 말했다. “겨우 그것 때문에 가출한 거야?” 김씨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결말이 ‘개과천선을 다룬 사춘기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자신이 아들의 경이로운 외적 성장(8개월 만에 키와 몸무게가 14cm, 10여kg 늘었다!)에만 관심을 쏟았지, 내적 성장통과 심..
서로 앞서 나가려다 결국 죽고 만다는 "스프링 벅"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목이다. 성적을 더 높이기 위해 동아리 활동까지 그만두게 하려는 어머니와 갈등을 창제는 한 달이 넘게 가출한다.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명문대 의대에 합격한 형은 현실을 나름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살아가는 동준이를 부러워한다.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읽으면 쉽게 알 수 있는) 형의 죽음은 우리 교육의 파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연극을 하며, 시를 쓰며, 밴드를 연주하며 힘겹고 때론 부당하기까지한 고등학교 현실을 열정과 실천으로 건강하게 극복하는 아이들을 보며 비현실적인 아이들에, 비현실적인 학교 상황이라 고개를 젓기 보다는, 어떻게 아이들이 성장해야 우리 공동체가 밝고 힘있게 생활할 수 있..
표지 그림이 이야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코끼리 등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지만 표정은 밝은 유쾌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매 순간 홀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사회와 경제와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것도 거대한 역사의 상황을 중학생의 이야기로,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막상 펴기 시작하면 쉽게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를 재미 있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입담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큰 줄거리는 시국 사범으로 공안 당국의 수배 중인 친구 형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 주기 위해 수원에서 목포까지 비밀스럽게 떠나는 여행 구조다. 거기에 여행의 시작이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에 선택한 일이 아닌 갑자기 집을 나간 아버지와 재혼하는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혼..
요한, 테호, 안나, 파파스. 익숙한 듯 낯선 이국적인 이름들(우리 아이들 이름에도 요한, 태호, 안나 등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처음엔 외국작가의 소설인 줄 알았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미국 어느 중산층 가정의 풍경처럼 다가왔다. 작가가 누구인가 봤더니 스물 후반의 젊은 한국 작가였다.(빈민촌 어딘가에 산다는 젊은 여성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정도였다) 인물과 배경의 이국적인 설정은 분명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특히 가정 폭력이라는 까다로운 소재를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버무리기 위한 배경과 인물 설정은 매우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단순한 줄거리와 인간관계, 쉽게 빠져드는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잘 짜여진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어지는 2편과 3편의 이야기들도 꽤나 감동적이고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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