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델의 소년(제임스 램지 울만)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 있는 산, ‘시타델’. 

단단한 바위와 만년설로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차갑고 날카로운 산이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이는 열여섯 살 루디의 등정 모습은 가볍고 경쾌하며 자연스럽다. 루디의 ‘시타델’은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정복 대상이기보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을 허용하는 공간이며, 인간을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시키는 공간이다.


루디에게 ‘시타델’은 가장 뛰어난 가이드였던,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아간 공간이다. 하지만 루디는 아버지의 흔적과 꿈이 담긴 시타델이 오르고 싶다. 자식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루디의 엄마와 그런 누나를 지켜보며 루디의 재능과 시타델을 철저히 외면하는 외삼촌이 곁에 있지만, 시타델에 오르고자하는 루디의 본능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15년동안 그 누구도 거론할 수 없었던 신성한 공간 시타델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탐험가 '윈터'와 옆마을의 젊은 가이드 '삭소', 크레바스에 빠진 윈터를 구해준 ‘루디’와 마을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프란츠'가 모여 시타델을 등정한다.


산은 적절한 날씨, 등산 기술과 힘, 자본, 용기와 열정, 협력 등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 기계적인 조합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에 산 그 자신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또는 그 산과 가장 비슷한 사람에게 자신을 허락한다는 의미이다.

시타델도 그런 산이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몇 차례의 고비가 있고 해결의 열쇠가 따로 있으며, 마지막엔 가장 어려운 선택을 요구한다. 루디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안내한 루트를 열쇠 삼아 아버지가 못한 이룬 꿈을 자신의 힘으로 잇고 싶었고 시타델 정상에서 그 순간을 맞이하지만, 부상당한 삭소와 함께 하산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 옛날 자신의 아버지가 가이드로서 산악인으로서 삶을 선택했듯이.


‘시타델’은 루디에게, 막을 수 없는 열정이며 성장하고자하는 욕구이다. 위험한 일이기에 주변 사람의 반대가 심하고 그럴수록 또 다른 주변의 놀림과 괴로움이 심하다. ‘시타델’은 루디의 외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시타델’은 가이드로서 내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루디는 등정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모든 사람에게 등정했음을 인정받는다.

 

‘시타델 등정’이 상징하는 의미가 깊다.
교육은 아이들의 본성이 잘 발현되도록, 올라가야할 산을 찾고, 등정하도록 안내하는 가이드일 것이다. 아이가 완만한 산을 오르거나 길이 잘 닦인 도로를 차로 태워 오르게 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함께 오를 수도 없고, 홀로 설 수밖에 없는 곳이기에 아이들이 다소 위험하게 헤매는 것도 받아들여야할 것 같다. 그것이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즐기는 과정이니까. 그러면에서 양철북의 "카르페디엠"의 의미가 잘 나타난 책이다.

(203) 루디는 자기 자신한테 충실할 자유가 있는 거예요. 루디는 산악인으로 태어났어요. 나는 지난 수년 동안 알프스 산맥을 등반했어요. 그리고 루디보다 뛰어난 아이를 본 적이 없어요. 물론 루디는 어리고, 아직 배울 게 많아요. 하지만 그 앤 가장 중요한 걸 알고 있어요. 이미 그걸 갖고 있으니까요. 그 앤 무엇보다 등반을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있어요.-윈터

(282) 이제 알 것 같아요. 마음으로는 줄곧 알고 있었요. 거짓말을 한 당신들 잘못이 아니에요. 내가 당신들이 거짓말을 하도록 만든 거죠. 진실과 마주하기 두려워했으니까요. 내가 생각하는 루디의 인생을 바란 거예요. 루디가 자기 인생을 살도록 놔둔 게 아니었죠. -루디 엄마

시타델의 소년
국내도서
저자 : 제임스 램지 울만(James Ramsey Ullman) / 김민석역
출판 : 양철북 2009.10.29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