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가족과 갈등할 때
- 2009. 6. 18.
마인드 콘트롤을 시켜주는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화해의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해주는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싫은 사람이 먹고 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행운의 ‘비즈니스 에그 머핀’,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
이상야릇한 영어 이름이 향기롭고 맛있을 거라는 기대보다는 마녀가 만든 약물처럼 신비스럽고 기괴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이 책 자체도 그렇다. 판타지라는 데코레이션을 입힌 성장소설. 신비한 마법의 힘을 지닌 점장이 만들어낸 빵이나 쿠키 맛을 궁금해 하는 동안 ‘나’의 상처 많은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눈물 젖은 빵처럼 축축하게 다가온다.
<완득이>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 현실을 청소년의 꿈과 희망에 절묘하게 접목시켰다면, 이 소설은 지금껏 보아온 청소년 소설 중 가장 참신한 판타지적인 요소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주인공인 내가 겪어야 하는 아픔이 배선생이라는 계모와 아버지의 이중성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은,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라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읽는다면 중학교 3학년 이상 되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른들 중심의 가족관계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해 너무 큰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불쾌한 캐릭터는 배선생과 아버지이다.
먼저 아버지! 아버지의 무기력함, 무감각함, 그리고 그 뒤에 감추어진 야만성은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그렇게 추악했었나? 그리고 배선생은 호칭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배‘선생’이 가진 초등학교 ‘교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집안까지 끌어들이며 비호감성을 두 배로 끌어올리기 때문. ‘나’에 대한 경계나 잔인할 정도로 정을 주지 않는 정신적 폭력성에 더해 초등학교 교사가 지닌 부정적인 성격인 엄격성, 냉정함, 날카로움이라는 텍스트 외적인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두 캐릭터의 불쾌한 이중주로 달콤한 케익의 맛과는 정반의 씁쓸한 여운을 책 읽는 내내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두 사람이 빚어내는 모습이 바로 우리 가족 관계의 폭력성의 극단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씁쓸할 수밖에.
‘나’는 결국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둘 중에 어느 것을 결정해야 할 지는 ‘나’가 아닌 독자들의 몫이다. 독자들이 우리 아이들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우리 아이들이 N의 경우처럼 좀 더 씩씩하게 엄혹한 사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가능성은 0에 가까울 것 같다. ‘나’처럼 마음의 안식이 되어줄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지냈을 리 만무하기에. 그리고 남겨진 것은 영원히 안식처가 될 수 없는 가정만이 존재한다. 이제 가족은 가장 큰 폭력과 상처의 중심지가 된 것은 아닌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하는 소설임에 분명하다.
(56) 긍정이나 부정, 자기가 바라던 어느 쪽의 변화든 간에 이것은 물질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계의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이것을 느끼고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사람이라면 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아닐지?
-중3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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