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배유안)

서로 앞서 나가려다 결국 죽고 만다는 "스프링 벅"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목이다.
성적을 더 높이기 위해 동아리 활동까지 그만두게 하려는 어머니와 갈등을 창제는 한 달이 넘게 가출한다.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명문대 의대에 합격한 형은 현실을 나름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살아가는 동준이를 부러워한다.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읽으면 쉽게 알 수 있는) 형의 죽음은 우리 교육의 파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연극을 하며, 시를 쓰며, 밴드를 연주하며 힘겹고 때론 부당하기까지한 고등학교 현실을 열정과 실천으로 건강하게 극복하는 아이들을 보며 비현실적인 아이들에, 비현실적인 학교 상황이라 고개를 젓기 보다는, 어떻게 아이들이 성장해야 우리 공동체가 밝고 힘있게 생활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건 아이들이 헤쳐나가야할 부분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주어야할 일이며, 그 이전에 어른들도 잘못하고 있다는, 어린 아이들보다도 더 이기적이라는 솔직한 인정이 먼저 필요할 것 같다.

(48) "그런데 이 어처구니없는 짓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 같다. 왜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경쟁하는 데 습관이 들어서 피 터지게 달리기만 하고 있어. 결과가 보이지 않니?"

"대학에 가려면 할 수 없어요."

"너희는 대학생이 되기 위해 사니? 지금 이 순간순간이 너희들의 삶이야. 앞만 보고 달라지 말고 풀을 뜯어 먹으라고. 풀, 맛있는 풀!"

-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벅의 이상한 습성을 이야기하고 나서.


(161) "동준아, 그러면 네가 너무 힘들잖아. 엄마 아빠를 너무 미워하지 마. 어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현명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는 거 알잖아. 너희 엄마 아빠도 그렇게 이해해줘야 해. 어른들을 요서하라는 말을 생각해."

똑 부러지는 엄마와 빈틈없는 아빠도 자신의 인생과 아들의 인생을 분간하지 못하는 미숙한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창제 어머니나 미키 아버지도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아이에게 새벽부터 밤까지 일과를 짜주고는 아이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스스로 속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돈 벌기 바빠서 정작 제 아이를 내팽개쳐 두고 있는 민구 부모님도 가히 현명한 부모는 아닐 것이다.


(163) "우리도 그럴까?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미숙할까?"

"죽는 날까지 어리석음이 끝나지 않는 게 사람이래. 새 엄마는 살림하는 걸 좋아하고 집 안 꾸미고 자잘한 일에 정성을 다하는 걸 행복해해. 말썽 피우는 나를 오랫동안 받아줬고. 그러니 아빠와 맞아. 사람마다 저 하고 싶은 게 다르고 그걸 하고 살아야 행복한 거니까 엄마 아빤 이혼하길 잘한 거야. 내가 어른을 미워한 것도 따지고 보면 나를 불편하게 해서 미워한 거니까 나도 나만 생각한 거잖아. 나 때문에 엄마더러 불행을 견디라고 할 순 없는 거였어. 그걸 이해하니까 나도 더 이상 불행하지 않았어."

스프링벅
국내도서
저자 : 배유안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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