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정유정)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가족과 갈등할 때
- 2009. 1. 5.
표지 그림이 이야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코끼리 등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지만 표정은 밝은 유쾌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매 순간 홀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사회와 경제와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것도 거대한 역사의 상황을 중학생의 이야기로,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막상 펴기 시작하면 쉽게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를 재미 있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입담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큰 줄거리는 시국 사범으로 공안 당국의 수배 중인 친구 형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 주기 위해 수원에서 목포까지 비밀스럽게 떠나는 여행 구조다. 거기에 여행의 시작이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에 선택한 일이 아닌 갑자기 집을 나간 아버지와 재혼하는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혼란스러움이 더해진다.
첫 단추부터 순수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여행은 여러 변수가 뒤섞인다. 승주네 양조장에서 몰려 타려고 했던 트럭의 짐칸에는 어머니의 과보호에서 벗어나려는 승주와 알콜 중독으로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벗어나고 싶은 정아,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해 정신병자가 된 할아버지와 정아를 쫓아다니는 미친개 루스벨트까지 타게 된다.
비밀스러운 여행의 목적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 과정이 서로를 이해하는 성장의 여정이기도 하다.
다만 에필로그는 없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 이야기가 개연성이 떨어지는 반면, 에필로그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의 현재적인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이야기만으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스프링캠프: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인 이른 봄, 날씨가 따뜻한 지역에 머물면서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 훈련 또는 그런 훈련을 하는 장소를 말한다.(두산백과사전)
(73) 피곤이 독처럼 온몸에 퍼져 갔다. 자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몽롱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꾸벅꾸벅 졸며 생각했다. 아이젠 하워, 아니 아인슈타인이었나. 아무튼 나보다는 더 똑똑한 사람이 말했어. '문제의 해법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와 동일한 수준의 이해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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