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배유안)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가족과 갈등할 때
- 2016. 12. 26.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심청이의 효심을 강조하려다 보니, 극중 여러 인물이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딸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져 홀로 남게 된 심 봉사 옆에서 남은 재산에 눈독을 들였다는 뺑덕 어미는 몰염치한 인물로 비난이 집중된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성품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뺑덕 어미에게 그런 거친 마음을 남기지는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누군가가 그럴 수도 있다는 포용, 공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뺑덕 어멈 뿐만 아니라, 뺑덕이를 쫒아낸 윤덕 어미, 마음이 어긋난 병덕이이와 병덕이와 매일 싸웠던 강재도 이해가 된다.
인물과 배경이 사실적인데 비해, 심청의 선택과 이에 대한 스님의 선문답은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18) 나는 윤덕이를 내려놓고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뿌리가 훌렁 뽑힌 나무처럼 휘청하려 했지만 발꿈치에 힘을 꽉 주었다. 뒤에서 어머니가 보고 있을 테니까. 그래, 나는 쫓겨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세상을 나가는 것이다. 가막동, 안녕이다.
✎ 씨받이에게서 태어난 병덕이는, 본부인에게서 윤덕이가 태어나자 눈엣가시가 된다. 갖은 타박에 결국은 집을 떠나 어미를 찾아 떠난다. 병덕 엄마는 뺑덕 엄마로, 자식을 버리고 떠난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호칭되고 있는 장면은 역설적이다.
(100) 헛간을 잘 정리하면 반은 방으로 써도 될 것 같았다. 구들장까지 깔지는 못해도 꽤 쓸만한 방이 나올 것 같았다.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겨울 아주 추울 때 아니면 밤에 혼자 쉴 수도 있고 보따리나마 짐을 따로 챙겨 두기도 좋을 터였다. 할머니는 괜찮다고 했다.
“나중에 너 가고 나면 손님방으로 써도 되고 광으로 써도 되니 나쁠 것은 없지. 재주껏 만들어 봐라.”
방 들일 궁리를 하자 나는 슬쩍 들떴다.
✎ 많은 지식을 배워도, 정작 독립하려고 할 땐 무용지물에 가까운 지금의 지식과 비견되는 부분이다.
(105)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 있을꼬? 아비도 오라비도 나 몰라라하고, 나를 팔아넘긴 돈으로 논 샀다더니 그것도 노름질에 다 잡혀 먹고 엉엉, 지지리 복도 없는 년! 오라비라는 게 말이다, 강재야, 시집가서 쫒겨 온 년이라고 발도 못 붙이게 하더니 그 기세등등한 여편네가 던져 준 돈만 빼앗아 갔다! 오라비가 뭐 그래!”
“강재야, 나는 착한 거 싫다. 착하면 다 무시하더란 말이다. 내가 먼저 바락바락 안 하면 남들이 나한테 바락바락하더란 말이다.”
(172) 귀덕이는 내 옆에 풀썩 주저앉더니 한참 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생사람이 죽으러 떠나는 걸 배웅하고 왔으니... 어미 말대로 돈에 팔려 가는 건 왜 항상 여자일까? 용왕은 왜 살아 있는 제물만, 그것도 왜 여자애만 원하나? 심 봉사는 눈을 뜰까? 나는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귀덕이가 우는 걸 맥없이 지켜보았다.
(187) “허허, 자신을 구하면 누군가도 함께 구해지는 법이거늘.”
땡중이 등 뒤로 말하고는 두어 걸음 걷다가 갑자기 돌아섰다.
“반대로 누군가를 구하면 자신을 구하기도 하지요. 나무 관세음보살.”(중략)
(195) 어미 눈에 차오르던 눈물이 나한테서 주르륵 흘렀다. 알고나 지껄여라, 알고나 지껄여라. 그래, 어미도 파도에 부딪히며 살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게 패악이든 위악이든 살아 내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어미가 그 파도를 고상하게 받아 내지 못했다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지 못했다고 비난할 자격은 내게 없었다. 그걸 인정하는 게 쓰리고 아팠다. 나도 얼마나 거칠고 또 어리석게 그 파도를 치받았던가? 하루걸러 한 번은 난리를 피우는 저 여자가 가여운 내 어미였다. 어릴 때부터 내 어미는..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 > 가족과 갈등할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자 뺏기(박하령, 살림) (0) | 2017.08.18 |
---|---|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김중미) (0) | 2017.06.07 |
17세(이근미) (0) | 2016.12.24 |
파라나(이옥수) (0) | 2016.04.14 |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코끼를 찾아서(베릴 영) (0) | 2014.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