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뺏기(박하령, 살림)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가족과 갈등할 때
- 2017. 8. 18.
의자 뺏기. 치열한 경쟁과 눈치 게임이 상상되는 제목이다.
홀로가 아닌 쌍둥이로 태어나 한정된 상황 안에서 ‘의자 뺏기’가 ‘의자 갖기’로 바꾸기까지 심각하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목소리 덕분에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마다, 청소년의 갈등 상황이 청소년 자체에서 발생되기 보다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라는 느낌을 받
을 때가 많다.
쌍둥이 은오와 지오의 갈등도, 이 둘이 갈라져 살아가는 데에는 엄마의 욕심과 아빠의 애매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사고로 엄마를 잃고 난 뒤에도 아빠는 회피로 일관한다.
그 과정에서 지오는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할머니 댁에 버려진 은오는 솎음남새의 처지로 살며 울분을 쌓게 된다.
핏줄로 연결된 ‘선천적 우애’가 주위 상황으로 ‘태생적 갈등’ 관계로 변질 될 때, 갈등 상황에 거리를 두어야 모두가 살 수 있다. 살면서 생기는 상처의 불은, 뜨거움을 먼저 맛 본 사람이 풀어가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그 열기에 자신이 먼저 휩싸이기 때문이다.
읽다 보니,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Amor Fati’
(109)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선 파괴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다고 한다. 고로 나의 삐뚤어짐은 성장의 전조다. 예전의 삐뚤어짐이 엇나감이었다면 이제 나의 삐뚤어짐은 존재의 외침에 부응하는 건강한 파격이다.
‘난 삐뚤어져야 한다! 그게 마땅한 일이다.’
(121) 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마이 턴(My turn)! 마이 턴이라꼬! 알아듣나? 인자 내 차례라꼬!”
웬 뜬금없는 말이냐는 표정으로 세 사람이 나를 바라본다. 충분히 주목받았다고 생각한 나는 힘주어 말하기 시작했다.
“내 목숨을 걸고 말하는 건데! 난 갈라 뽕도, 의자 뺏기도 안 할 거고 절대로 포기 안 한다. 왜 또 내가 양보를 해야 하는데? 인제 난 암것도 포기 안 해! 이제 내 차례야, 내 차례라고!”
(137) 내 안에서 이글거리는 지오에 대한 분노. 그게 아줌마가 말하는 불씨일까? 그리고 엄마에 대한 원망도?
“근데요... 그 불씨는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니까 결국 우리 책임이 아니잖아요! 솔직히 암줌마 것도 아줌마 엄마가 준 상처잖아요!”
“뭐, 굳이 출처를 따지자면 그렇겠지만... 살면서 상처 안 받고 사는 사람이 어딨니? 누구 때문이든 내 안의 상처는 내가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겠지. 똑같은 상처를 받고도 복수를 하는 사람과 용서를 하는 사람이 있잖아. 부처님 왈, 원한을 품는 건 다른 사람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석탄을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래. 화상을 입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란 소리지.”
(169) 수다쟁이 간호사가 호출을 받고 사라진 뒤 난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지오를 보며 ‘선천적으로 깊은 우애’에 대해 생각했다. 선천적이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갖추고 있다는 말이니, 우리 안 어딘가에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실종된 우애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실종된 그것은 저저로 돌아오지는 않을 테니 노력을 해서 찾아야 할 거란 생각도 했다. 분만실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을 쌍둥이 아가를 위해서 그리고 쌍둥이 선배로서 귀감이 되기 위해서 나도 노력이라는 걸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거룩한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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