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아빠(이경화)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제목에서도 잘 느껴진다.


세호 엄마는 집을 떠난 남편 때문에 아들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호는 같은 반 친구 연주에 대한 호감이 커지고 연주의 영향을 받게 된다. 둘 다 이혼 가정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연주를 통해 세호는 자신을 버렸다고 엄마에게 들은 아빠와 만난다.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아빠"아빠를 만난 세호의 감정이 잘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에는 연주와 같은 미술학원을 다녔던 친구들(빨간 머리와 노랑 머리)을 통해 아버지와의 또다른 갈등을 드러내 준다. 아이 보다는 부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다 갈등하게 되는.

 

이쯤 되면 고1, 열일곱 살 아이들에게 이제 "네 의지대로 살아봐라"라고 말하는 것보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의지대로 살아가도록 기르고 있냐는 반문을 먼저하게 된다. 결혼의 실패를, 또는 인격적인 미성숙을 감추기 위해,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양육자를 강제로 떨쳐내는 것은 아닌지, 매니저가 되어, 자신의 한을 아이를 통해 풀어내려는 것은 아닌지, 부모로서의 역할을 고민하지 않아 아이를 방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인상 깊은 구절>
(89) "너는 네 의지대로 살고 있어?"
연주는 물었다. 그리고 답은 거기에 있다는 듯 내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 나는 나를 보는 연주를 보면서 연주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한 질문이었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었다.
"의지대로 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적어도 포기는 하지 말아야지."
연주는 미리 주어진 대본이 있어, 내가 그 말을 할 줄 알았던 것처럼 쉽게 대꾸했다.
"끊임없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지. 나 자신은 그렇게 해서 찾아지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자꾸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넌 무섭지 않니? 네 자신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면?"
 
(107) "빨강이, 네 피해 의식 정말 지겨워."
연주도 짜증을 냈다.
"너희들은 내 맘 몰라!"
빨강머리는 분한 듯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왜 내가 네 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연주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빨강머리는 무서운 눈으로 연주를 한참 쏘아보더니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지방에서 사라졌다.
"심했나 봐."
내 말에 연주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사실인데 뭐."
노랑머리가 말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받아 줬어. 근데 위로하고 그러는 거 재한테 하나도 도움 안 돼. 만날 아빠 탓만 하고, 선생님 탓만 하고 그러니까. 요즘에는 우리 탓도 하고. 그렇게 남 탓만 하다 보면 진짜 자기를 잃어버려. 그러니까 아프더라도 이런 소리 좀 들어야 해. 연주가 잘한 거야."
 
(115) 네 인생은 네가 책임을 져라. 나는 이 소리를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거든. 나는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우리 부모님이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암튼 정말 나한테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자기네들 인생도 버거워한다는 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걸. 내 인생 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아, 갑자기 슬퍼진다. 부모님은 대신 나한테 자유를 주겠대. 선택의 자유. 내가 어떤 일을 하건 반대하지 않겠다는 거야. 반대할 자격이 있기는 한 거냐? 부모가 맞냐? 가족이 맍냐? 졸라 해 줄 거 없으면 같이 고민해 보자. 같이 노력해 보자, 같이 책임지자. 이래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우리 부모 왜 그러는지 알아? 왜 내 인생에 전혀 간섭하지 않으려는 줄 알아?"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는데도 묘하게 덤덤한 말투였다. 노랑머리는 재미있다는 듯 웃기까지 했다.

"정말 몰라서 그런 거야. 정말 몰라서. 졸라 제대로 된 집구석이야."

안녕히 계세요, 아빠
국내도서
저자 : 이경화
출판 : 뜨인돌 2014.10.20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