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주택(유은실)

 

자주 이용하는 담양공공도서관에서 올해 ' 읽기' 청소년 추천 도서로 "순례 주택" 선정했다.

어떤 책일까, 청소년 독서 길라잡이로 살펴볼 수밖에^^

 

표지는 빨간 벽돌 담벼락 바탕에, ', , , ' 글자가 안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그런데 글꼴이 조금씩 다르다. '순례'라는 주택을 배경으로 동글동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같은 예감이 든다.

예측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김순례 씨의 다세대 주택. 단순히 건물주의 이름 때문만이 아니라 '순례'라는 이미지처럼 서로의 행복을 위해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순례자(관광객이 아닌)들의 따뜻한 공동체다.

 

그런데 이곳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형제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고급 아파트에서 살다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수림이네 가족이 입주한다. 그나마도 순례 씨의 최측근인 수림이 덕분에 입주가 가능해졌다. 수림이 엄마는 순례 주택 사람들 순례 주택이 있는 거북마을 사람들을 무시하고 상처준 일로 악명이 높다. 과연 수림이네는 쫓겨나지 않고 관광객이 아닌 순례자로서 살아갈 있을까.

 

순례 주택에 사는 사람들과 수림이를 제외한 수림이 가족 사람들의 비교되는 모습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어른스러운 일이고, 어떻게 성장해야할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읽다보니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순례 주택' 순례자의 마음을 갖게 한다.

 

책의 메시지로 보아 어른들이 읽고 되새겨 보아야 하지만 어른들은 책을 읽을 준비가 있을 것이고, 결국 청소년들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설계할 중심을 잡아가도록 안내해야겠다. 물론 나부터 공동체들에 관광객인지 순례자인지 성찰이 필요하고..

 

책을 읽으면서, 요새 틈나는대로 보고 있는 TVN "우리들의 블루스" 떠올랐다. 특히 청소년들의 사랑과 책임을 다룬 "영주와 현이" 편이. 방송 관련 기사들의 댓글엔 비현실적이거나 잘못을 부추기는 방송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하지만 언제까지 어느 정도 갖추고 사회에 나가기 위해 계속 어른을유예할 것인가 고민이 된다. 우리 사회가 '결혼'의 진입 장벽을 지나치게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인구 절벽의 시기에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누구에게 지원을 끊고 누구에게 지원을 하며 세대적인 갈등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서로 공존해야하는 상황 논리로. 이러라고 정치가 필요한 것 아닌가.

 

(53)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순례 씨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글쎄."
막연했다. 순례 , 길동 부부, 박사님, 원장님, 2학년 담임쌤…...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은 금세 꼽을 있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 생각 동의."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들은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99) "순례 씨도 해복하게 살아야 . 1군들 때문에 끓이지마."
"걱정 . 내줄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야. 감사해."
순례 씨는 '감사'라는 말을 한다. 1군들에게선 거의 들은 적이 없는 말이다. 순례 씨가 좋아하는 유명한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떠올랐다. 나도 순례자가 되고 싶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 남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내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는 '수림'이의 말이 인상적이다. 나에게도 울림이 크다.

 

(149) "수림아, 은둔형 외톨이에 비하면 백수는 하늘 같은 자식이다. 백수에 비하면 취업 준비생은 뭐 하늘 위에 계신 분이지. 우리 지희도 작년까진 취업 준비생이었는데…. 그놈의 친구 부모들… 어느 대학 갔는지 궁금해하던 인간들이, 이젠 어디 취직했나 궁금해 죽겠나 봐. 요샌 하나둘 결혼하니까, 그럴싸한 며느리 사위 본 얘기로 경쟁하기 시작했다니까. 좀 있으면 새로운 경쟁이 생길 것 같아."
"뭐요?"
"누구 손주가 먼저 곤지곤지하나."

 

✎ 경쟁 속에서 부모들의 책임은 늘어가고 청소년들의 성장은 그만큼 유예되는 것 같다. 경쟁이 싫어 시골로 들어와 살면서 오히려 출퇴근 시간대에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경쟁에 대해 매번 성찰한다. 제 시간에 학교에 가기 위해 천천히 가는 차들을 추월하게 되는데 결국 한 대를 추월하기 시작하면 한 대만, 한 대만 하다가 정신없이 출근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 크루즈 기능을 실행하고 아내와 하루를 이야기하면서 출근한다.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분명 잃은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유 있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감사한 일이다. 

 

(205) "네 엄마 겁나는구나. 그럴 줄 알았어. 오죽 자신이 없으면 아파트에 산다는 걸로 자기를 확인하고 싶었겠어. 자랑할 게 비싼 아파트밖에 없는 인생처럼 초라한 게 있을까."

 

✎ 수림이 엄마의 빈약한 자존감도 문제지만 자기 삶에 대한 자존감이 크게 다가온다. 생각해 보니 내 주변의 어른들은 다들 그렇게 사신다. 다들 나보다 더 많이 소유했지만 항상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산다.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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