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이꽃님)

몇 차례 담양도서관에서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찾았으나 계속 대출 중이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른 작품을 살펴보다 이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은 가정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재는 아빠의 화풀이 대상이다. 아빠는 일이 잘못되는 모든 원인이 은재에게 있다는 듯 수시로 때리고 감금한다. 그 속에서 은재는 자포자기하게 된다. ‘우영은 엄마의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이다. 쉴 틈 없이 학원으로 내몰리며 성적에 따라 끊임없이 언어 폭력을 당한다가정 폭력을 당하는 은재에게 주변 사람은 조금 심하지만 가정 교육이라며 참견하지 않는다. 언어 폭력은 당하는 우영에게는 이것이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가정 폭력을 다룬 이야기들은 읽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잘 포착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 확증이 강해지는 성인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관심이 변화의 힘이다. 그만큼 아이들은 덜 굳어 있으니까. 그래서 아이들이 희망일 수밖에 없다.

 

서술자가 행운 또는 운이라는 설정도 재미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작은 변화가 삶을 바꿀 수 있으며, 그래서 어떤 힘겨운 상황이라도 먼저 자신을 놓지 않고 버티면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행운이 우리에게 오는 있는 중일 수도 있으니까.

 

중학생들이 읽고 힘 냈으면 좋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정 폭력에 대한 주위의 시선 및 국가의 개입은 아직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또한 우영이의 폭력적인 상황은 더욱 어려운 문제이고.

이 책 읽기 하루 전, “불편한 편의점을 읽어서인지 우영이의 상황이 편의점 오전 근무 담당 오선숙씨 가족 이야기와 묘하게 겹친다.

 

*밑줄 긋기

(88) 못난 어른들은 네 앞길이나 잘 챙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 생각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너나 잘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하는 말들이 비겁해지라는, 눈을 감으라는 말인 줄도 모르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시간이 흘러 비겁한 어른이 된다. 그렇게 또 다른 이름을 하고 또 다른 모습을 한 수많은 은재를 못 본 척하고 눈을 감으며 내 앞가림이나 잘하자고 생각할 것이다. 폭력 앞에서 창문을 닫던 누군가처럼,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해 왔던 매년 새로운 담임 선생님들처럼.
나는 두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리고 나는 언제고 아직 비겁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두 녀석의 인생에 타이밍이 되어, 운이 되고, 행운의 여신이 되어 줄 생각이다. 녀석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겠지만 상관없다.
인생은 길다.

(105)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거다. 살을 조금 더 빼면, 키만 조금 더 크면, 말을 조금만 더 잘하면, 공부를 조금만 더 잘하면끝없이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을, 그 전부를 좋아해 주는 것.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소년은 부모에게서 배우지 못한 사랑하는 법을, 사랑받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가고 있다.

(139) 우영은 폭발하고 있다. 매번 자신을 향해 독화살을 쏘아 대는 엄마를 향해 분노를 내뿜고 소리친다.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에 숨기고 또 숨기던 분노가 더는 숨겨지지 않고 밖으로 뛰어나오고 만다.
하지만 그게 다다. 우영은 화산처럼 끓어오르는 마음을 다시 꾹꾹 삼켜 낸다. 녀석은 엄가가 자신에게 입힌 상처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크다. 가엾게도.
부모는 잊은 지 오래인 기억들을 우영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자신을 안아 주고 쓰다듬에 주던,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를.

(161) 은재도 알고 있다. 자신의 삶에서 제일 먼저 자신을 포기한 사람이 자기 자신임을.
아빠가 두려워서, 자신을 모른 척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생기는 상처가 끔찍해서, 수치스러운 게 죽기보다 싫어서 은재는 스스로 고통 속에 자신을 가뒀다. 어둠 속에 홀로 몸을 감싸고 꽁꽁 숨기면 적어도 더 나빠지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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