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유년기의 성장소설은 참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 두 소설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초등 4학년 조연재와 아홉 살 백여민은 그리 나이 차이도 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시대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70년대 연재와 80년대 여민이랄까? 하지만 소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옴망눈(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봐도 없다, 하지만 왠지 초롱초롱하고 총기가 있는 눈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녀의 그것은 다르다. 백여민은 치열하게 세상과 싸우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면-마치 오빠 연후와 닮았다. 공부든 싸움이든 구슬치기든 치열하게 싸우고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린다. 물론 여민이는 오빠처럼 모범생은 아니지만-, 연재는 세상을 조용히 관찰하는 타입이고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신기종과 백여민이 싸우면서 쉽게..
외모와 관련된 말들이 부쩍 많이 생겼다. '꽃미남, 조각남'이라는 말이 있고, '짐승남, 꿀벅지, 초콜릿복근' 같은 말은 외모를 먹을 것에 빗대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루저'라는 키가 크지 않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외모에 대한 편견이 결합된 말이다. 이런 말이 생기고 유행하는 이유는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모를 중요한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자각에 의한 것도 있고, 외모를 상업적 이익과 연관지으려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의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이니, 앞으로도 외모와 관련되었거나 외모와 성이 결합된 말들이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외모가 신분 상승, 또는 사회 생활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록, 외모의 한계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 역시 더 많아질 것이..
차오원쉬엔의 글에는 일정한 향기가 있다. 이 책의 서문에 자신의 관심과 문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놓은 것에서 그런 의도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산업화나 현대화된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좇아갈 생각이 없다. 산업화가 진행되기 이전의 중국, 문화대혁명이 있었고, 운하를 배경으로한 농촌의 삶이 배경이다. 특히 내가 읽었던 3편의 소설 , , 가 그랬고, 중 ‘안녕 싱싱’은 와 거의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야풍차’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지만 거기에서 아빠와 아이의 희망이 녹아있다. 산업화 이전에 삶은 결국 하늘에 의지하는 삶이다. 자연의 세세한 변화나 울림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아버지의 꿈과 아이들의 꿈은 겹쳐진다. 갑작스런 태풍에 야풍차는 부서질듯하고 아들은 목숨을 걸고 ..
피아노를 치는 피에르와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뜨게 된 잔느가 음악을 매개로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다. 피에르는 활발하고 예쁜 잔느를 마음에 두지만 부족한 말주변 때문에 일기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잔느는 처음 접한 음악회의 감동에 끌려 클래식 음악에 깊이 심취하고 피에르의 도움을 받아 클래식의 세계로 가려 한다. 그러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녹음 테이프를 발견하고 피에르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상에 알린다는 이야기다. 잔느는 피에르 덕에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하고, 피에르는 잔느 아버지의 작품을 연주하고 잔느와 사랑을 쌓아가는 속에 음악에 대한 연륜도 깊어진다. 같이 있었던 일을 “내 남자친구 이야기”는 잔느의 처지에서, “내 여자친구 이야기”는 피에르의 처지에서 쓴 쌍둥이 작품이다. 클..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무언가 뒤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꽉 차 있다. 두발문제, 가족관계, 친구와의 관계 더 나아가 개발에 관한 사회문제 등 제법 묵직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골치 아프지 않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도 넘치는 유머와 해학 속에서 가볍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냉소도 아닌 지나친 과장도 아닌 딱 열일곱 남자 아이의 시선 속에서 가정과 학교, 세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론 부분. 두발규제라는 어려운 화두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찬탄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결론이 무척 만화적이라는 것! 아버지의 등장부터심상치 않았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를 찾아다니는 아버지의 등장..
난 할 거다! 시대가 변했어도 우리 학교는 공부하는 기관 답게 끊임없이 성적을 강조하고, 그 성적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것을 통제하고 있다. 성적이 모범이고 유일한 희망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면서도 학벌 사회의 유일한 기준은 성적이다. 모든 것이 낯선 도시에서의 삶은 주인공 시우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을 위축시킨다. 성적이란 기준에서 시우는 반항아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다. 그래도 시우는 ‘문학’에서 희망을 찾았다. 책 속에서 길을 보고, 글을 쓰며 길을 찾고 넉넉하고 지긋한 어머니의 믿음 속에 강한 자존심을 되찾는다 “난 할 거다" 구조적이든 구성원의 문제이든 학교에서 꿈과 자존심을 잃은 시우의 오기에 가득찬 말이지만, 주인공의 자존심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
그렇게 배고픈 시절을 살지는 않았다. 하루에 한두 번은 라면이나 수제비를 먹어야 했지만 당시 아이들 꿈이 그렇듯 과학자나 선생님을 꿈꾸었던 시절이었다. 이 책을 읽을 우리 아이들도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만든 분위기 대로 열심히 소비하거나 부족하면 부모님과 협상을 거쳐 소비할 수 있는 기회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어린 시절의 모습은 아닐까. 는 많은 것이 넉넉한 우리 아이들에게 가난 했지만 사람 냄새와 추억만큼은 풍족했을지도 모를 색다른 경험을 보여준다. 항상 배고팠기에 특별한 욕심 없이 신나게 놀면서도 그것으로 얻어먹을 수 있었던 거지가 꿈일 수 있었고, 다들 비슷한 형편이라 가족 같았던 이웃집 친구와 가족들의 이야기, 곡식을 얻어올 요량을 떠난 아버지 고향 사람들과 추억, 누..
“나는 아름답다”는 말은 삶의 주체로 서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학력과 외모, 재산, 여타 능력에 따라 자신을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게 얼마나 많은가. 기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좋은 대학에 보내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지식적인 측면에서 남들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추는 교육보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삶을 계획하며 살아가는 시간에 좀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그것이 공부하고 가르치는 목적이라면. 는 인문계 고등학생의 홀로서기가 눈에 띄는 소설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전제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우리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가장 크게 주관을 잃었고, 삶을 바라보며 계획하는 힘을 잃었고, 또 그런 여유를 잃었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잃었다. 즉 인권을 잃었다. 문제를 느낀 선우는 결국 홀로설..
1. 서평 의 로버트는 어떻게 변했을까? 핑키도 죽고, 아버지도 떠난 자리에 로버트에게 남은 것은 아버지가 남긴 빚과 생계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뿐이었다. 버몬트의 아름다운 자연과 셰이커 교도의 청빈한 삶 속에서 로버트가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할 것을 의심치 않았지만, 삶의 고단함 속에서 힘들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로버트를 바라보는 것은 가슴 저미는 슬픔이기도 했다. 가난, 책임, 그리고 사랑(연인 베키와 시에 대한 풋냄새 나는 알싸한 사랑 이야기)! 이 세 단어 속에서 로버트는 새롭게 성장한다. 도축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사랑하는 돼지 핑키를 잃게 되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후속편에서 로버트는 충실한 일꾼 솔로몬과 데이지를 잃고, 다시 아버지가 힘겹게 빚으로 얻은 땅도 잃는다. 가난! 가난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