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할 거다(이상권)

난 할 거다!
시대가 변했어도 우리 학교는 공부하는 기관 답게 끊임없이 성적을 강조하고, 그 성적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것을 통제하고 있다. 성적이 모범이고 유일한 희망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면서도 학벌 사회의 유일한 기준은 성적이다.

모든 것이 낯선 도시에서의 삶은 주인공 시우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을 위축시킨다. 성적이란 기준에서 시우는 반항아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다. 그래도 시우는 ‘문학’에서 희망을 찾았다. 책 속에서 길을 보고, 글을 쓰며 길을 찾고 넉넉하고 지긋한 어머니의 믿음 속에 강한 자존심을 되찾는다

“난 할 거다"
구조적이든 구성원의 문제이든 학교에서 꿈과 자존심을 잃은 시우의 오기에 가득찬 말이지만, 주인공의 자존심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말이다.

(180) 학교란 나에게 달콤한 꿈을 주는 곳이 아니다. 화가의 꿈을 앗아간 곳도 학교요, 과학자의 꿈을 앗아간 곳도 학교요, 선생님의 꿈을 앗아간 곳도 학교다. 나에게 학교란 그런 곳이다. 그렇지만 그런 학교 때문에 책을 알았고, 문학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학교는 나한테서 책을 빼앗아 버렸고, 그것도 모자라서 문학마저 뺏으려고 한다. 더는 잃고 싶지 않다
나는 책을 보면서 문학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가슴 둥우리에 다 품게 되었다. 이제 지켜 내겠다. 내 가슴에서 움튼 희망을 지켜 주겠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로 돌아갈 거다. 그 지옥 속에는 세상 모든 슬픔과 기쁨과 사랑을 담은 책들이 있다. 문학이 있다. 그것만 생각하자. 난 문학을 할 거다. 나를 욕한 놈들, 비웃은 놈들, 다 쓸 거다.

책 속에서 그려진 학교의 모습은 지옥이다. 꿈은 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저마다 커트라인이 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희망은 멀어진다. 그리고 학교는 성적에 의하지 않는 꿈은 잘못된 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교는 오기를 품게 하고, 성적으로 재단된 불합리한 곳이다.
학교는 태생적으로 수구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사회보다도 더 혹독하게 시련을 주는 공간이다. 그러는 사이 학교는 교육에 대한 확신도 없으며, 교육을 하면할수록 이기적이고 무기력해지는 학생들이 많다.


(176) 시우야. 어매는 말이다. 느그 선생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내 자석을 함부로 나브게 말하지 마씨요. 내 자석은 절대 그런 학생이 아니요. 선생님이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요. 그놈은 아직까지 누구하고 쌈박질 한 번 안 해 본 놈이요

(190) 에피쿠로스였던가.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한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어린아이들한테 더 기다리라 말하고, 늙은이들한테 이미 지나갔다 말하고, 노예나 몸 파는 이들한테 당최 그런 것 바라지도 말고 포기하라고 말해선 안 된다. 누구나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등학생들은 그 나이에 맞게 행복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시절 역시 한번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놓치면 다시 오지 않으니 지금 이 시간을 맘껏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미래에 저당 잡힌 현재는 항상 쫓길 수밖에 없다. 미래만 준비하다보면 현재는 어디에 있는가. 미래의 출발점이 현재라면 지금을 여유있게 살펴보면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고 그 여유는 주변 사람의 믿음에서 출발할 것이다. 그것은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까울수록 비례하지 않을까.

반면교사로서의 학교의 모습에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사에게 참 부끄럽고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학교의 역할은 주체들의 합의 속에서 그 의미를 되찾는다고 할 때, 앞으로의 학교가 어떻게 가야할지, 학교자율화란 명목으로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현실에서 교사, 학부모가 먼저 봐야할 책이지 않는가 싶다.


난 할거다
국내도서
저자 : 이상권
출판 : 사계절 2008.05.15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