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운 지역이 있을까?
무분별한 개발은 한정된 지구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며,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던 동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구조는 결국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돼, 힘이 약할 수록 다른 사람에 비해 더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제목으로만 보면 사냥꾼과 시베리아호랑이 사이의 긴장감 있는 추격을 기대할 만도 하다. 특히 가족을 위해 호랑이를 사냥하려했던 아버지를 죽인 시베리아호랑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떠나는 초반부는 그런 느낌을 더해 준다. 하지만 시베리아호랑이가 사람이 사는 마을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와 물론 본능이겠지만 다양한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주인공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호랑이는 원수도 하찮은 동물도 아닌, 동물의 왕으로 대접하고 싶은, 존중하고 싶은 주인공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폼나게 죽도록 배려해 주어야 하는...
하다못해 '약육강식'의 삶이라는 야생도 그런데,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배려 받아야하는 우리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절박하게 내몰리고 있는지..
요새처럼 더운 여름, 추운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호랑이와 인간의 추격 속에 약자를 배려하는 삶이 필요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해준다.
<인상 깊은 구절>
(51) “일본, 미국, 한국 같은 나라에 있는 세계적인 목재회사들이러시아 회사와 손잡고 그렇게 하는 거야. 남쪽에 있는 대부분의 산이 벌거숭이산이 돼버린 것을 그동안 많이 봤어.”
그런 일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부 시베리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원시림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시호테알린 산맥이 다른 원시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맹수들이 살고 있는 마지막 서식지라는 점이다.
이제 남아 있는 호랑이가 겨우 400마리 정도뿐이라고 블라디미르가 말했다. 지금까지 수천 마리나 죽임을 당한 것이다. 배고픔에 시달리는 가족이 딸린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나 횡재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렇게 한 것이다.
(62) “호랑이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가요?”
좋은 질문이구나, 유리. 사실 난 호랑이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호랑이가 없으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걸 깨달았지. 이곳에 사는 다른 야생동물들이 유난히 민첩해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경계도 잘하고 눈치도 빠르잖아. 보는 것도 잘 보고. 소리도 잘 듣는 게 왜일까?”
원시 자연환경에서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누가 창조했든 간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돌아갔다. 그런 흐름을 깬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이간이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74) 아마도 아버지가 호랑이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호랑이도 아버지를 절대로 죽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까닭은 잘 모르지만 내 마음속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93) “우리 땅과 우리 자신을 그들로부터 보호해야 해요.”
세상의 모든 것을 멋대로 결정하는 사람들에 대항할 아무런 힘이 없는 우리들의 처지를 생각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용기를 내서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자들을 상대로 싸워야 해요.”
“곡 호랑이처럼 생각하는구나. 유리.”
나는 블라디미르가 한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자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이 나라의 근원을 파괴하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호랑이와 다른 동물의 생존 공간을 파괴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그 다음은 우리 차례다. 여기에 사는 인간들 차례가 되는 것이다. 이 땅에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의 오지에서 수백 년간 살아온 가문의 훈손인 아들, 딸들도 마찬가지다. 호랑이를 죽인 사람은 결국 우리를 죽이게 된다. 블라디므로와 함께 호랑이의 발자취를 쫓으면서 나와 호랑이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하나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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