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명랑한 걸!(기예형)


한여름, 명랑한 걸!
중3의 왕따 이야기를 다뤘는데, 인물이나 배경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왕따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왕따가 일어나는 상황 등 왕따의 속성을 잘 다루었고, 왕따 문제의 해결책으로 버틸 수 있는 한 명의 친구라도 있으면 낫지 않겠냐는 조언은 충분히 대안이 될 것 같다. 

또 결국은 다 지나갈 일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의미 있었다.


<인상 깊은 구절>

(80) 약한 척하면서 운다고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다. 미영이가 수정이 문제집을 훔친 걸 나에게 들킨 뒤로 미영이는 늘 나를 미워하고 헐뜯어 왔다. 도둑질을 하고도 재수가 없어서 걸린 거라 생각하는 아이 주변에는 저렇게 모여서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나는 잘못한 것도 없이 당하는데 아무도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는다. 어쩌면 미영이보다 내가 더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넌 너무 튀어. 적당히 조절하는 게 좋을 거야.”

(117) 뮤지컬 또한 마찬가지였다. 노랫말도 못 외우고 춤도 못 추는 나에게는 무리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다. 아니다 싶은건 그냥 빨리 포기하는 게 속이 편하다는 거다. 어른들은 가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안 되면 더 화가 난다. 될 듯 될 듯 안 되는 거랑 안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건 분명히 다르다. 영어만 해도 그렇다. 나는 영어를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데, 쌍둥이는 참 잘한다. (중략)
더구나 따돌림까지 당하고 보니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이번에야 여우비처럼 땅이 젖을 듯 말 듯 당했지만 다음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재수 없으면 당하는 게 따돌림인데 설마 앞으론 별일이 없겠지.

(172) 엄마는 학생도 꼭 좋은 학생만 있는 것 아니듯 선생님도 꼭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모두 사람이니까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는 거라고. 그 실수만 보다 좋은 점을 놓칠 수 있으니 어지간하면 그냥 넘기라고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상대방 손해가 아니라 자기 손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217) 왕따 문제는 한 친구가 한 친구를 믿어 주면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왕따를 챙겨 준 친구가 다음번 왕따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건 믿어 준 친구를 챙겨 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도움을 받았다면, 나도 그 도움을 돌려주면 돼요. 그러면 적어도 둘은 친구잖아요. 혼자는 아니니까 헤쳐 나갈 힘이 생기지요. 또 떠도는 소문, 즉 내가 겪지도 않은 일에 휘둘리면 안 돼요. 이러저런 소문에 휘둘려 누군가를 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누군가를 왕따시키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은 지나간다. 그러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예요.

한여름, 명랑한걸!
국내도서
저자 : 기예형
출판 : 한우리문학 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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