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낭도 섬 둘레길 산책(2021년 9월)

어머니 칠순을 맞아 추석 연휴를 여수에서 보냈다. 여정 중 하루를 낭도 섬 둘레길 산책으로 잡았다.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다.

낭도(狼島)는 이름만 여러 번 들었다. 우연찮게 직장 동료들과 두 번 사도를 다녀왔는데 사도 가는 여객선 종착지가 낭도였다. 사도만으로도 섬을 찾는 즐거움이 충분해 낭도를 따로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여수와 고흥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조금 더 편리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여수에서 낭도 가는 길은 연륙교와 연도교가 이어지며 산과 바다가 잘 어우러져 시원스러웠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꺾어지는 섬마을 입구, 그리고 차 한 대가 지나다닐만한 비좁은 길을 지나면서부터는 잘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여러 가족과 함께 온 상황이라. 마을 분들의 안내에 따라 차를 옮기느라 마을 벽에 설치된 그림 액자에 눈도 돌릴 수 없었다.

제법 넓은 공터가 있는 낭도항을 지나 계속 들어가자 낭도해수욕장이 나타났다. 이미 갓길에는 주차된 차들이 많았다. 

 

낭도분교는 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낭도해수욕장 주변으로도 텐트가 여러 동 설치돼 있었다. 캠핑장으로 이름이 알려진 듯했다. 방파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었다. 비교적 폭이 넓은 방파제에 이르자 바로 앞으로 우주발사전망대가 보인다. 고흥이 바로 앞이다.

 

낭도해수욕장 입구에 설치된 PET병으로 만든 꽃
방파제 가는 길에서 바라본 낭도해수욕장.
방파제에서 바라본 우주발사전망대.
낭만낭도 섬둘레길 표지판

 

방파제 입구에 '낭만 낭도 섬 둘레길' 표지가 보인다. 완만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며 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그 풍경에 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사도와 낭도 사이의 섬 '목도'. 섬 둘레길 초반부의 눈길을 끈다.

 

둘레길에 익숙해질 즈음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층암 위로 작은 돌탑이 여럿 보인다. 경이로운 풍경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이지 않았을까. 이 길로 내려가도 신선대가 나올 것 같았는데 경사가 심하고 층암 사이 단차가 커서 둘레길을 따라 좀더 걸었다. 

 

멀리 11시 방향에 천선대, 12시 방향으로 남포등대가 보인다. 오른쪽 섬은 사도.

 

곧 신선대로 가는 길이 나온다. 해변으로 내려 가면 사도에서 보았던 풍경과 비슷한 파식대지들이 눈에 띈다. '신선대'라는 이름은 신선이 살만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상절리, 쌍용굴, 신선샘이 있으며 나로우주발사장이 정면에 위치하여 우주선 발사시 뷰포인트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곧 누리호가 발사된다는데, 방학 때가 아니면 볼 수 없으니 아쉽다. 

바위 위 래커로 표시된 화살표가 눈에 띄어 따라 걸어니 '쌍용굴'이 나온다. 두 개의 파식동굴을 쌍용굴이라 이름 붙인 것 같다.

 

쌍용굴. 사도에도 용과 관련된 바위가 있다. 제주도 용두암이 용의 머리이고, 사도에는 용미암이 있다.
신선대의 주상절리. 멀리 누런 빛이 나는 바위 위에 작은 돌탑들이 놓여 있다.

 

다시 둘레길로 올라와 천선대를 향해 걸었다. 신선대보다 더 넓은 파식대지가 나타났다. 천선대에는 공룡발자국도 많다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찾지 못했다. 안내가 아쉬웠다. 

 

오른쪽 가운데 두 개의 말뚝에 게시판이 있었을 것 같다. 그 아래에 래커로 '천선대' 화살표가 있다. 여기도 충분히 넓고 평범한 곳인데 더 깊숙한 곳, 바로 다음 지명을 이야기하는 듯 싶다.

 

산타바 해변 표지판이 나타났으나 무릎이 약한 어머니가 힘들어 하신다. 결국 걸음을 '산타바오거리'로 돌렸다. '산타바, 산타바오'란 지명이 이국적으로 느껴져 특이했다. '산타바해변'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타바오거리'는 산타바의 오거리를 말하는 것 같다. 한참을 구글링 해도 뜻이나 유래를 알 수 없었는데 여수관광 블로그에서 '산타박'이란 지명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럼 '산타박'은 또 무슨 뜻일까.

 

 

산타바오거리로 넘어가는 길에 벤치가 두 개 설치돼 있었다. 산타바 해변 쪽에서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소리만큼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사도 주변 섬까지 훤히 보이고. 낭도를 다시 둘러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풍경이다.

 

산타바오거리로 넘어 가는 길에 보이는 산타바해변과 사도.
왼편에 산타바오거리가 있다. 보이는 해수욕장이 모래가 길게 펼쳐져 있다고 해서 '장사금해수욕장'으로 불린다.

 

산타바오거리, 장사금해수욕장 쪽에 설치된 영화 촬영 안내문. 아직 개봉한 것 같지는 않다.

산타바오거리에서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걷거나, 마을 길을 따라 걸어가니 곧 낭도분교가 나온다.

섬둘레길 1코스는 다 걷고 싶었는데, 아쉬어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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