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자은도 분계해변과 응암산 산책(2021.4.7.)

목포에 사는 누님에게 밑반찬과 새 이불을 전해주고 싶다고 어머니가 다녀오자고 하셨다. 마침 임자대교가 새로 개통되었고, 튤립 정원도 둘러볼 겸 토요일(4.17)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담양에 확진자가 여럿 발생하면서, 담양군의회에서는 주말동안 군민들에게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를 보냈다.

 

야외에서 먹을 김밥과 누님에게 전달할 음식과 이불을 싣고, 보건소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은 뒤 목포로 떠났다. 진단 검사가 처음은 아닌데 이번 검사는 매웠다. 아프지는 않았는데 그냥 눈물이 나왔다. 

 

광주에서 무안을 거쳐 목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통행량 증가로 곳곳에서 서행을 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누님과 매형, 조카 얼굴을 보고 음식을 전달했다. 임자대교는 많이 막히고 사람이 많으니, 자은도 분계해변도 어머니랑 걷기에 좋다고 거기로 가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압해대교,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에서 안좌도와 자은도로 나뉘는 3거리(할머니 두 분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동백꽃도 마침 예쁘게 피어서)에서 우회전을 했다. 확실히 차가 줄었다. 자은도는 처음이다.

왕복 2차선 좁은 도로를 지나 분계해변 가는 길은 여느 농촌 풍경과는 달랐다. 이곳의 논과 밭은 구역이 참 컸다. 또 물이 채워져 있는 논도 제법 보였다. 

 

주차장은 한가했으나 곧, 관광버스가 들어와 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분계해변의 바람은 거셌다. 

 

분계해수욕장에서 응암산까지 산책길을 '해사랑길'이라고 하나 보다. 프레임이 좋다.

 

해변에서 응암산 가는 길 외진 곳, 바람이 불지 않은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먹었다.

산길이라기보다는 임도에 가까운 길을 사람들이 없어 음악을 들으며 걷기 시작했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계단을 오르니 확트인 풍경을 만났다

 

거친 파도 때문인지 바닷물은 하늘과 대조적으로 흙빛이었다.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응암산이다.

 

500m 정도 걸으면 응암산 정상에 도착한다는 팻말이 눈에 띈다. 눈짐작으로 보아도 훨씬 멀어보인데..일단 걸었다.

해사랑길이라 할 만하다. 왼편에 바다를 끼고 산길이 이어져 있다. 뒤돌아보니 풍경이 그림 같다.

 

응암산 정상까지 300m 남짓한 지점에 바닷가쪽으로 쉼터가 마련돼 있었다. 처음부터 지붕이 없었을까? 아마 지붕이 있었을 것 같은데 바람이 너무 쎄 날아간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은 참 파랗고, 남은 구조물은 뭔가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제단 같은..

 

지칠 때 쯤 200m 남았다는 표지가 보인다. 마치 산 정상을 향해 오르다 힘들어할 때, 하산하는 분들이 30분만 걸으면 정상에 도착한다고 조금만 힘내라는 응원을 들을 때랑 비슷했다. 

 

넓은 길은 오솔길로 바뀌었고, 밧줄로 표시된 길이 많았다.

오솔길을 따라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계단이 보인다. 직감적으로 정상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자연이나 삶이나 '절정'은 이름값을 한다. 그것에만 몰입하게 한다.

 

그렇게 5분 정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랐다. 평지를 걷다 바위를 두 번 정도 에돌아 오르내리니 응암산 정상에 도착한다.

 

<응암산 정상>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 본 풍경>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 본 풍경, 해변에서 걸어온 길이 한 눈에 보인다. 해변에 늘어선 풍력발전소가 제주 월정리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수고로움에 비해 큰 보상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함께 산에 오른 둘째도 풍경이 아름답다고 이곳저곳 사진을 찍어달라며 한다. 일기를 꼭 쓰겠다며. 바닷바람은 여전히 쎘지만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내려오는 길은 금방이다. 해변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분계 해변이 내려 보이는 해사랑길>
<거친 파도에 동글동글해진 돌들이 많다>
<왼편 멀리 보이는 산이 응암산이다. 해변은 단단하고, 파도로 만들어진 파식 동굴도 몇 곳 있다. 세월이 느껴진다.>
<분계 해변에서 여인송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찍은 응암산 사진. 파쇄석처럼 보이는 돌들은 시멘트로 만든 인조석이었다>

 

분계 해변으로 내려오면서 만난 풍경들이다. 모래가 참 단단하다. 

 

해변으로 들어올 때 사람들이 많아 지나쳤던 '여인송'을 차분히 들여다 본다. 전설이 담긴 글자가 많이 지워져 조금 신경써서 보아야하지만 '전설의 고향' 내레이션을 듣는 듯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그런데 나는 여인송보다, 오랜시간 바닷바람에 뿌리를 덮던 모래언덕이 날아갔음에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소나무의 뿌리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삶은 쉽지 않지만 또 그만큼 끈질기기도 한 것 같다.

 

이곳 분계해수욕장을 비롯해 자은도 해수욕장들이 여름에는 사람들이 많이 분비는 곳이라고 한다.

그 한 여름을 피해,  언제든 한 번 더 와 보고 싶은 아름다운 곳을 주말에 우연찮게 만났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아 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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