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산 임도 산책
- 행복한 글쓰기/일상에서
- 2020. 12. 31.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일어나 보니 동네 이곳저곳이 눈으로 덮여 있었다. 연휴라 눈 내린 풍경이 넉넉해 보였다.
지난주 어머니, 민주와 함께 걷다 중간에 돌아온 만덕산 임도를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거리를 재 보니 입석 임도에서 청운 임도까지 약 7km 정도, 등고선을 보니 경사가 그리 심한 것 같지는 않았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채우고 컵라면 2개와 간식, 혹시나 싶어 등산 스틱을 챙겨, 대덕면소재지 승강장으로 출발했다.
입석으로 들어가는 군내버스는 창평 상삼천에서 10시에 출발한다. 10시 3분쯤 버스를 탔다. 작년 교육청으로 출근하면서 매일 이용했던 버스 기사님께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다. 5분 남짓 버스를 타니 입석에 도착했다.
임도 입구 양지바른 곳은 눈이 다 녹았다.
임도 입구는 양지바른 곳이라 잘 정돈된 묘지들이 여럿 보인다. 차량을 통제하기 위한 가로막엔 지난여름 수해로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능선을 탈 때까지는 경사가 조금 있다. 새벽에 내린 눈이 길을 안내해 준다.
엔진톱 소리가 들린다. 소나무재선충 방제 작업이 진행된다는 횡단막이 걸려 있다. 쉬는 날인데..
만덕산 정상에서도 활발하게 맴도는 '매'를 보았다. 만덕산 정산에서 여기까지 직선으로는 1km도 안 되니 그 '매'이지 않을까. 맴의 반경이 꽤 크다. 조금만 더 오르면 능선이 나온다.
만덕산 정상과 수양산 정상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다. 또 사유지로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도 붙어 있다. 사유지 가운데로 임도가 있다. 임도로만 조심히!
지도를 보니 수양산은 (대덕면) 산정리 뒷산이다. 만덕산보다 더 높은 산이고.
15년 전 광주에서 이곳 대덕면으로 이사왔을 때 대덕면 경계가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다. 면을 위아래로 가로지르는 큰 산줄기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불과 몇십 년 전에 닦인 도로를 기준에 둔 생각 때문이었다. 이른바 신작로를 기준으로 보면 동네가 다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이 오가던 길(산길)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대덕면의 마을들은 서로 연결돼 있었다. 이 임도가 그런 흔적인 것 같다.
이 길에는 '맹감'이 참 많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자전거 바퀴 자국이 있다. 입석으로 가는 차 안에서 라이더를 한 분 보았는데 이 분이 이 임도로 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4대 강 종주에만 관심 갖고 있었는데, 임도를 중심으로 자전거 타는 것도 좋겠다.
땡감 뒤 흐릿하게 보이는 곳이 용대 마을이다.
등선이 끝나는 곳에, 만덕산 정상과 수양산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수양산 정상 쪽은 내가 걸어온 길이고, 만덕산 정상은 용대리로 이어지는 산길이 있다(지도를 보면)
위의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걷다보면 마치 최근에 개간한 넓은 밭이 나온다. 전기도 연결돼 있고 묘목도 보인다. 여름 수해로 도로 상황도 좋지 않고. 지도를 검색해 보면서 이곳의 지적 정보를 보니 모두 '논'이었다. 이 논에서 산아래까지 계속 주변으로 '논'이 꽤 보였다. 계곡이 있기는 하지만 이른바 천수답이었을 것 같다. 이 높은 곳까지 하늘에 기대 농사를 지었더니 삶은 참 어렵고 숭고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넓은 논을 따라 걸어 오르다 보면 만덕산 정상까지 1.6km라고 안내된 이정표가 나온다. 사진의 중앙 부분이 등산로이다. 이곳이 해발고도 400m 지점이니 정상과 고도 차이가 크지는 않다.
경사가 있는 길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다 보면 만덕산 임도에서 풍경이 가장 트인 곳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선, 수양산, 무등산, 백아산이 다 보인다.
이 임도에서 가장 높은 곳답게 풍경이 가장 많이 열려 있다.
이곳을 지나면 만덕산 동쪽 기슭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동쪽 방향이기에 정오 즈음인데도 해가 나무들 사이, 중간에 걸려 있다. 이 길부터 신우대가 많은 것도 특이하다. 풍광이 확 달라진다.
이 길에도 맹감이 참 많았다. 작은 솔방울도 길을 더 빛나게 해 준다.
갑자기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 궁금하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사진기 배터리가 떨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들.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대덕 참사랑병원이 보인다. 이렇게 멀리 보이는 게 새롭다. 임도의 끝인 청운마을 근처로 오니 지난 여름 수해로 시멘트포장도로에 자갈들이 많이 깔려 있다.
청운 임도 근처까지 내려오면 조경수에, 잘 가꾸어진 2층 저택, 감나무와 매실나무가 잘 관리된 과수원이 나온다.
등쪽으로는 만덕산이 찬바람을 막아주고 앞으로는 비교적 넓은 땅이 펼쳐져 있고 작은 저수지 있다. '배산임수'라는 단어가 바로 떠올랐다. 대덕에 15년 살면서도 이런 따뜻한 곳이 있었다니... 요새 새삼 일상과 주변에 대해 새롭게 느낀다.
대략 1km 정도 청운승강장까지 걸어갔다. 아직 1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산정리에서 1시 40분에 군내버스가 출발하면 이곳에는 1시 50분 정도에나 도착할 것이다. 기다리느니 걷기로 했다. 참사랑병원, 수곡마을, 방아재, 옥천골을 지나 문재 약수터까지 걸었다. 호남정맥 안내 표지판은 묘한 도전감을 불러일으킨다.
1시 50분 정도에 군내버스를 타고 대덕까지 왔다. 승객은 없었다. 2만 보 정도 걸었다.
아직도 걸어 보고 싶은 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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