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구례 수목원

올해 개장한 곳인데, 어머니와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고 추천하신다.

또 거기 그네를 학생들의 쉼터에도 꼭 설치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시고, 어떤 그넨가 싶어 겸사겸사 주말 구례 산동으로 떠났다.

'그늘 정원' 여러 곳에 그네 의자가 설치돼 있었다. 흔들 흔들 오가며 오감으로 숲을 느낄 수 있겠다.

집에서 국도를 타고 담양 무정과 곡성읍을 거쳐 고달면으로 들어섰다. 고달면에서 산동면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이동하는 차가 뜸해 고즈넉했다. 단풍이 진하게 내린 가로수를 눈에 담으며 고갯마루를 넘자 지리산의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고산로' 이 길에도 지난여름의 큰비로 무너진 도로를 복구하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커브길을 돌아 갑작스럽게 공사장이 나타나 살짝 놀라기도 했지만 금방 조화로운 빛깔의 풍경에 눈길이 갔다.

 

산동 소재지를 지나자 '지리산 온천지구'가 나타났다. 이곳에 대한 추억을 나누다 휴양림 입구를 지나쳤다. 바로 새로 안내된 길을 따라 운전했는데, 산촌 마을 길은 차가 다니기에는 비좁고 경사도 심하고 급커브길도 많았다. 진땀을 흘리며 차를 돌리다 간신히 휴양림 진입 도로를 찾았다.(산동 소재지를 벗어나면 3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최대한 오른쪽 차선으로 붙인 뒤 '약수장모텔'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구례수목원'이란 제법 큰 간판도 있다)

 

오르막길을 올라 매표소에 이르렀으나 사람이 없어 바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아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었다.

 

지도로는 수목원의 크기가 가늠되지 않았다. 그런데 걷다보니 A코스에서 C코스까지 다 둘러보았다.
매표소 바로 옆 '겨울정원'의 입구
억새인가 싶었는데, '팜파스그라스'라고 한다. '팜파스'는 남미의 대평원 이름이었는데.. 거기 출신인가? 부드럽고 포근해 보인다.
잘 닦인 돌길을 지나면 한두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산길이 나타난다. 바닥에 잘게 자른 나무조각과 낙엽이 쌓여 길이 푹신푹신하다.
바위 위에 청개구리 두 마리가 앉아 있다. 청개구리 엉덩이가 사람스럽다^^
겨울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수목원 방문자센터와 지리산 온천 지구 일대.
방문자센터 뒷길을 따라 걸었다.
수달이다. 수목원 곳곳에 이런 동물상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늦가을에 벚꽃이 점점이 피어 있었다. 매화도 아닌 것이, 지리산에 곧 눈이 내릴 것 같은데.
단풍과 산수유열매와 벚꽃의 '조화?'
방문자센터 뒤로는 '봄향기원'이 이어져 있다. 철쭉이 많았다. 철쭉 한 그루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5월엔 철쭉꽃이 가득하겠지.
계류생태원으로 향하는 길, 다리 건너 오른쪽 오솔길을 걸어가면 계곡을 따라 전망대로, 다리 건너 왼쪽 오솔길을 걸어가면 기후변화테마원으로 이어진다.
'전시 온실'이 보이는 억새풀 길. 전시 온실로 바로 이어져 있지는 않고 도로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유아 술체험원이 바로 보인다.
'유아 숲체험원'을 알리는 담벼락에 누워 있는 나무 사람. 표정과 포즈가 다양한 나무 사람들이 여럿 있다.
다시 봐도 나무 사람들의 모습이 귀엽다. 이 외에도 지형(동굴)놀이, 통나무 오르기, 징검다리, '다람쥐 미로공원'이 설치돼 있는데 다람쥐 미로공원이 압권이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미로를 헤매다 가족들은 나무 사이로 나가고, 나는 입구로 돌아나왔다. 진정한 미로다.
아쉽게도 전시 온실은 잠겨 있었다.
'그늘 정원' 입구의 나무 늘보와 나무 인형들. 체험학습 나온 초등학생들의 목소리도 경쾌하다.
'그늘 정원' 곳곳에는 나무 곤충과 동물, 그네가 여럿 설치돼 있다. 그늘 정원을 가로지르는 나무데크길.
그늘 정원에서 전망대로 올리가는 길
'아무르장지뱀'인 것 같다. 햇볕에 몸을 녹이고 있는지 움직이지 않는다.
전망대가 보인다. 낙엽길, 가을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북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서쪽), 멀리 구례산수유자연휴양림 가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남쪽)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집에 있고 싶어하는 둘째 아이에게 영광 물무산처럼 유아 놀이터가 있으니 재미있게 놀고 오자며 데리고 나왔는데 차 안에서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런데 90여 분 수목원을 걷고 나서는, 다음 주에 한 번 더 오자는 말을 여러 번 한다.

 

걷고, 뛰고, 만지고, 오르고, 뛰어내리고, 기어다니고, 향기 맡기에 좋은 곳이다.

가을이 다 가기 전, 홀로 걸어도 좋고 누군가와 같이 걸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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