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서해안바람공원(고창)

방학하는 날 친목회 성격의 행사를 준비하며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키워드는 '장어', '산책' 이 두 단어로 정리되었다. 

고창의 장어식당들을 검색하다 몇 해 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주한미군 데이비드 가족이 방문했던 거북선 풍천장어식당이 눈에 띄었다. 겸사겸사 가족들과 먼저 찾았다. 비록 썰물 때라 너른 갯벌밖에 볼 수 없었지만 탁 트인 풍경에 음식도 맛있었다. 게다가 김연자의 "아모르파트"를 배경으로 천장(거북선 등)이 열리는 이벤트까지, 재미있었다. 주위에 구시포 해수욕장이 있으니, 해송림을 산책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밥 먹고 산책하려고 보니 구시포 해송림은 규모가 작았고, 그나마도 캠핑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걷기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머리만 더 무거워졌다. 그래서 시험기간에  조퇴를 하고 고창 동호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자료를 검색해 보니 동호해수욕장에 제법 오래된 소나무숲이 조성돼 있다고 한다. 또 거기서 5km 정도 가면 '서해안바람공원'이 있는데 산책하기 좋다는 글이 있어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냥 드라이브하듯. 출발할 때까지도 흐렸던 날씨는 고창 근처에 오니 제법 햇빛(햇볕이 적절하겠다)도 비추었다. 그늘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니 잘 됐다^^ 

 

학교에서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동호해수욕장은 조용했다. 동호해수욕장을 알리는 상징물 좌우로 1km 정도 소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는데 돌아보니 그늘이 엷었다. 아직 편의시설도 적었고. 해수욕장 개장은 했지만 방학이 돼야 아이들 목소리로 시끌벅적할 것 같다.

 

동호해수욕장. 멀리 백사장 주위로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조개양식장이 있다. 가운데 부분이 해수욕장 겸 조개체험장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조형물도 조개를 닮았다. 자료를 살펴보니 이곳의 '동죽조개'가 유명하다.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동호해수욕장 오른쪽 소나무숲. 숲길 주변으로 가로등과 바닥 조명등이 설치돼 있다. 밤 풍경은 훨씬 다를 것 같다.
동호해수욕장 왼쪽 소나무숲. 캠핑장 데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개별 캠핑장과 주차장이 이웃하고 있다.

 

오른쪽 숲길을 지나면 해안을 따라 동호항까지 해안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군부대의 철조망이 이웃하고 있고, 공사장 펜스가 있어 길이 막혔나 싶지만 통행할 수 있다. 다만 그늘이 없을 것 같아 이번에는 둘러보지 않았다. 편의점이 2곳 있고, '동호씨'라는 카페가 있다.

 

바로 '서해안바람공원'으로 출발했다. 해변을 따라 동호교차로에서 9시 방향으로 간척지 제방을 따라 5km 정도 이동하니 조그만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에서 '서해안바람공원'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전망대가 있는 곳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칠 것 같다.  

 

동호해수욕장에서 서해안바람공원으로 가는 방조제 근처의 갯벌 풍경. 방조제의 민물이 세차게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진한 바다 냄새가 난다.
'서해안바람공원'이란 이름보다 '고창갯벌'이 가장 먼저 눈에 띄였다. '벌판'이란 이름답게 바닷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오른쪽 유리가 있는 건물을 보니 갯벌체험장도 운영되나 보다.
입구 좌우로 데크길이 조성돼 있다. 왼쪽으로 1.2km 해변을 따라 숲길 탐방로가 조성돼 있는데 그늘은 다소 엷다. 표지판처럼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왼쪽 숲길 탐방로 모습. 데크길이 끝나면 폭 1m 정도의 흙길이 1.2km 이어져 있다. 길 끝에도 쉼터와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고창갯벌' 전망대에는 닭이 있다. 바닷새가 있어야할 것 같은데, 바로 옆 산이 '계명산'이어서 만들어 놓은 조형물 같다. 예전 이곳에서 닭이 울면 370km 떨어진 산동성에서도 들려 이곳 지명이 '계명산'이라고 했다는데, 그래서 중국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계림'이라고 했을까.
왼쪽 섬이 '소죽도', 오른쪽 섬이 '대죽도'다. 그 뒤로 보이는 큰섬은 위도다. 오른쪽 가운데, 두 섬으로 향하는 경운기. 갯벌이 단단한가보다.
'바람공원'답게 풍차가 보인다. 솟대도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다.
풍차 쪽에서 바라본 전망대 풍경
바람공원 오른편으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계명산' 정상이 나나탄다.
정상의 우산각 안쪽. 숲이 무성해 고창갯벌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서해안권 지절공원임을 알리는 표지판(좌), 계명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우)
바람공원 주차장. 화장실과 고창갯벌에 관한 안내문, 이 지역 만돌마을 이야기가 안내돼 있다. 빨간색 벽돌 인도 오른편으로 자전거도로가 잘 닦여 있다.
서해안바람공원 전망대에서 1.2km 떨어진 쉼터의 모습. 왼쪽 건너편이 동호해수욕장, 가운데 섬은 위도, 소죽도, 대죽도, 오른쪽 멀리 보이는 육지는 변산모항.
쉼터 옆에는 열매를 맺은 해당화가 모여 자라고 있었다.

 

수시로 해풍이 불어 제법 시원하다. 오늘처럼 구름 낀 날이라면 여름이라 하더라도 제법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아마 저녁무렵엔 바닷물이 들어온 고창갯벌의 낙조도 장관일 것 같다.

이번 더위 보내고, 좀더 선선해지면 저녁 무렵에 한 번 더 오고 싶은데, 직장 동료들과 오기에는 아직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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