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여름 남해군 여행(+광양, 사천)

"독일은 못 가니 독일마을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자."

매년 누나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이번에는 독일마을이 있는 남해로 잡았다. 5월에 독일마을에 숙소를  일단 잡아놓고, 각자 바쁘게 일하다, 여행 가기 일주일 전부터 카톡으로 여정을 짜기 시작했다. 누나네 가족이나 우리 가족 모두 각자 남해를 두세 번은 다녀왔다. 다시 가고 싶은 곳(금산 보리암, 편백숲)도 있고 새로 가보고 싶은 곳(섬이공원, 이순신순국공원, 인근의 고성 상족암)도 있었지만, 요새 부쩍 계단과 경사로를 힘들어하시는 어머니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 중심으로 일정을 짰다.

 

[1일] 광양와인동굴 산책, 미조항 팔랑마을 해상산책길 산책

[2일] 상주은모래비치 해수욕, 메가박스 삼천포점에서 '한산' 관람

[3일] 물건리 방조어부림 산책 후 귀가하는 일정을 짰다. 

 

1. 광양와인동굴

올해 광주일보에서 신문활용교육용으로 매일 신문을 배달해 준다. 독서토론반 아이들과 신문 기사를 읽고 나누다 광양와인동굴 소개 기사를 읽었다. 남해로 가는 길에, 동굴이니 낮 일정으로 좋을 것 같아 점심식사 겸 들렀다.

광양와인동굴은 광양나들목 근처에 있어 광주에서 창평에서 1시간 정도 거리다. 광양제출소로 이어지는 철도 노선이 일부 변경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터널을 와인동굴로 만들었다고 한다. 터널을 와인동굴로 잘 활용했다.

주차장에서 약간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면 동굴입구가 바로 보인다. 동굴에 들어서면 와인 소개, 매표소, 시음장이 바로 이어져 있다. 벽면으로 와인의 역사를 표현한 벽화(부조)가 있는데 빛을 활용해 더 뚜렷한 이미지를 준다. 곧 내부가 가려진 천막이 있는데,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빛을 활용한 작품들, 동작에 반응하는 물고기 연못 영상, VR체험, 와인 족욕 체험장까지 200미터를 즐겁게 산책할 수 있다. 매표소에서 와인족욕 패키지를 구입해 20여분 와인 족욕을 즐겼다. 따뜻한 물에 와인을 한 잔 부은 항아리에 발을 넣고 따뜻한 기운과 와인향을 즐겼다. 마실 수 없으니 이렇게 라도. 가족들과 이후 여정을 이야기하며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주자장에서 와인동굴 입구까지는 100m 정도 된다. 오르막길이 있지만 와인동굴로 들어가면 곳곳에 쉴만한 곳이 있다.
동굴입구에서 매표소까지 부스 안에 와인이 전시돼 있다(좌), 와인의 역사와 소개 익숙한 그림과 연결지어 잘 소개됐다(우)
와인의 역사를 부조로 표현한 뒤 거기에 빛을 입혔다.
와인동굴 왼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에코파크가 있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2. 팔랑마을 해상산책로

광양와인동굴에서 독일마을까지는 1시간 거리다. 마지막으로 남해에 온 것이 2019년 2월인데 그 때보다 길이 더 넓어지고 시원하게 닦였다. 평야에 펼쳐진 논과 그 뒤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시원했다. 벌써 누르스름하게 익은 벼논들이 꽤 많았다. 우리 마을은 이제 이삭이 패는 논들이 보일 정돈데.. 

독일마을에 9명이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가 많지 않았다. 운 좋게 '괴테하우스'에 인연이 닿았다. 파독기념관을 넘어 물건리로 내려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우회전 및 급경사 골목길이 나타나 살짝 긴장했다. 승합차 운전은 이렇게 1년에 한 번씩만 하는 편이라. 골목길을 잘 통과해 주차하고 나서보니 독일마을 및 물건항 앞바다까지 탁 트인 풍경을 선물해 주었다. 숙소는 깔끔하고 넓었다.

 

한 시간 정도 오수를 즐긴 뒤, 미조면의 팔랑마을 해상산책로로 출발했다. 30여 분 걸렸고 해상산책로 앞에 주차장이 제법 넓었다. 입구에서 남해 특산물, 멸치가 우리를 먼저 반긴다. 안전 때문인지 해상산책로 입구에는 출입문이 있었다. 바닷바람이 제법 불어 시원했고 바닷내음도 좋았다.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미조항의 풍경-배들이 나란히 정박돼 있는 모습이 예뻤다. 그래서 '미'자가 들어갔을까? 방파제까지 여유 있게 미음완보하니 약 40여 분 정도 걸렸다.

해상산책로의 중간 2층 구조로 된 전망대에서는 미조면의 마을 소개가 플래카드로, 미조항의 역사가 담긴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읽어보니 '미조'는 미륵불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더 특별해 보였다.

 

해상산책로 입구. 왼편으로 해상산책로 출입구가 있다.

 

 

해상산책로 데크길은 방파제와 연결돼 등대까지 걸어갈 수 있다.
방파제 끝의 오른쪽 섬에는 산 정상에 구름이 걸려 있었다. 지도를 보면 두미도 인 것 같고 그 옆의 옆이 욕지도인 것 같다.
미조남항의 모습.
미조북항의 모습. 오른편에 하나로마트가 오른쪽 정면에 음식특화지구라는 안내가 돼 있다.

 

3. 상주은모래비치

워낙 널리 알려진 해수욕장이라 남해에서 해수욕을 한다면 꼭 가보고 싶었다. 독일마을 쪽에서 남쪽을 따라 25분 정도 달리다 보면 '송정솔바람해수욕장'이 보이고 멀리 크레인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설리스카이워크'도 보였다.  9시 30분 정도에 도착해 주차장이 넉넉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토바이를 탄 남자분이 해변 파라솔을 이용할 것 같으면 소나무 아래 평상을 이용해 보라고 권했다. 샤워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튜브 바람도 넣을 수 있다고. 가보니 괜찮았다.

오전을 여기에서 해수욕도 하고, 모래성도 쌓고, 평상에 드러눕기도 하며 최대한 게으름을 피웠다. 코로나로 오랜만에 맛본 바닷물을 여전히 짰다. 바닷물도 시원하고.

 

 

4. 메가박스 삼천포점 

얼마 전 "한산"이 개봉되었다. 입소문이 좋았다. 한산은 통영이지만 남해도 이순신 장국이 순국하신 노량대첩이 있었던 곳이니 남해에서 낮 일정으로 영화를 같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독일마을 근처의 극장에는 남해읍의 '남해보물섬시네마'와 '메가박스 삼천포점'이 있었다. 이왕이면 동선이 겹치지 않게 삼천포에서 영화도 보고 수산시장도 들르기로 했다. 

 

상주에서 출발해 독일마을을 지나 멸치쌈밥으로 유명한 지족항을 지났다. 몇 년 전, 아내의 직장동료들과 함께 독일마을에 놀러 왔을 때 이곳의 멸치쌈밥 맛집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었는데 이번에 지나면서 보니 대기줄이 긴 맛집이었다. 한 40년 전 일인데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일 년에 한 번씩 멸치를 상자째로 구입해 젓갈을 담그셨는데 그때 제법 큰 멸치들은 김치와 함께 지져 주셨는데 아직은 그 맛이 가장 좋은 같다. 

지족항을 지나 창선교 좌우로 죽방렴이 여러 곳 보였다. 삼천포대교를 지나면 해상케이블카가 보인다. 계속 이동해 메가박스 삼천포점에 도착했다. 극장은 3관이 있는데 한 관마다 좌석이 30석씩 있었다. 우리는 2관에서 상영하는 '한산'을 예약했다. 영화관에서는 삼천포대교 쪽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심지어 남자화장실 안에서도 한쪽 면이 바다 풍경으로 채워져 있다. '바다가 보이는 영화관'이다. 영화는 1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 있었다. 리더의 역할을 새삼 확인했다.

아참, 남해와 사천의 기름값이 1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사천이 훨씬 싸다. 두 곳을 오간다면 사천에서..

 

 

5.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로 여행을 와 놓고, 독일마을에 대한 소개가 별로 없다. 파독전시관와 원예예술촌들을 이미 둘러본 적이 있고, 독일마을의 식당이나 카페는 많이 둘러보지 못했다. 주로 낮에는 다른 곳을 여행해, 독일마을 산책은 주로 저녁에 했다. 비교적 조용해 시골 우리 집보다 풀벌레 소리가 더 진했다.

 

숙소에서 바라본 독일마을 풍경과 물건항
물건리 방조어부림에서 바라본 독일마을 풍경
파독전시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독일마을.

 

독일마을에서 바로 보이는 물건항에는 방조어부림이 조성돼 있다. 이름 그대로 바닷물이 넘치는 것을 막고 물고기가 살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물고기떼를 유인하는 숲이라고 한다. 주차장을 기준으로 700미터 정도 숲이 조성돼 있다. 낙엽활엽수가 많고 팽나무, 푸조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가 많았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데크길을 따라 왼편으로 걷다 숲 바깥길로 다시 돌아오는 길로 산책했다. 햇볕이 화창했지만 녹음이 진해 햇볕을 막아 주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주었는데, 주차장 앞 쉼터에 특히 시원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데크길에 이 길이 '남파랑길', '남해바랫길'과 연결돼 있다는 안내가 있다(왼쪽), 주차장 앞 쉼터. 보도블록이 물고기 비늘 같다(오른쪽)
주차장에서 외편 데크길을 걷다 길 끝부분에서는 숲 바깥 길을 따라 걸었다.
숲 앞 몽돌해변과 물건항
활짝핀 아네모네꽃
나무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여러 곳에 잘 안내돼 있다. 맥문동도 활짝 피었다.

 

항상 여행은 공간만 달라지는 것이 아닌 시공간이 새롭게 흐르는 것 같다. 그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빠르다.

추억도 나기고, 혹 다리가 불편하신 부모님과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을 공유하고 싶어 블로그에 메모한다.

 

*남해 여행을 계획하면서 "남해랑 썸타자"라는 블로그를 잘 활용했다. 남해군 공식블로그라고 한다.

https://m.blog.naver.com/namhae_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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