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의 배경, 사천 비토섬

작년 경남 사천의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수족관을 둘러보다  '수궁'을 꾸며놓은 수족관을 만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싶었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이곳(초량도) 근처에 '별주부전'의 배경인 '비토섬'이 있어 그렇게 꾸민 것 같다. 

'토끼전', '별주부전'의 근원설화는 '구토지설'로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와 동맹을 맺기 위해 고구려에 갔다 억류되었을 때 고구려 신하가 들려준 '구토지설' 이야기를 듣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로만 보면 이곳과는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이야기(설화)가 무수히 많기도 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언제든 사천을 오게 되면 '비토섬'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수족관

 

그러다 올해 학부모독서회와 함께 사천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다솔사와 바다케이블카, 식당 몇 곳을 둘러보았다. 그 중에 한 식당이 서포면 소재지에 있었고, 거기에서 비토섬까지는 3km 정도라 가 보았다. 마침 비토섬특화 문화예술축제 '비토돌당'을 알리는 홍보물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비토돌당'은 '비토섬'과 그 옆 '돌당섬(월등도)'을 합친 말이다.

비토섬으로 가는 길에 '별주부전' 이야기를 벽화로 그린 마을이 있었다. 선창마을이다. 아래 그림의 오른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포구가 나온다.

 

비토섬 가는 길.

 

벽화마을에는 명패에도 토끼와 거북이가 활용되고 있었다. 선창마을을 지나자 곧 비토교가 보였다.

 

비토교, 건너면 비토섬
비토교를 지나면 만나는 삼거리로 왼쪽은 월등도로, 오른쪽은 해안도로로 이어진다.
비토교 바로 오른쪽의 글램핑장. 곳곳에 펜션과 글램핑장, 캠핑장이 많았다.
거북길과 토끼로, 이정표에서도 한목하는 토끼와 거북이

 

'월등도'로 가는 길 주변에는 캠핑장과 펜션, 글램핑장을 알리는 이정표와 건물이 즐비했다. 가다 보니 지명에도, 지명을 알리는 이정표에도 토끼와 거북이가 두루 사용되고 있었다. 월등도로 가고 있는 길의 도로명은 '용궁로'다^^

계속 가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드는 좁은 도로가 나오고 차를 돌리는 게 낫겠다 싶을 때 '별주부전'의 고향임을 알리는 조형물과 별주부전 전설, 화장실이 등장한다.

 

월등도 입구의 '별주부전' 조형물

 

이곳 비토섬에 전해지고 있는 별주부전 이야기와 지명 유래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의 '별주부전의 토끼와 거북을 만나다, 사천 비토섬'에 잘 정리돼 있다. 안내문의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경남 사천시 서포면에 위치한 비토섬에는 토끼와 거북,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있다. 비토섬은 날 비(飛), 토끼 토(兎)를 써서 ‘토끼가 날아오른 섬’이라는 뜻이다. 토끼가 달을 보고 뛰어올랐다는 월등도를 비롯해 토끼섬, 거북섬, 목섬 등이 이곳이 《별주부전》의 배경임을 자연스레 알려준다. 판소리 〈수궁가〉에 “갑신년 중하월에 남해 광리왕이 영덕전을 새로 짓고 대연을 베풀 제”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남해 광리왕이 남해 용왕이며, 비토섬과 월등도의 지명이나 모양으로 《별주부전》의 배경을 삼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토섬에서 만나는 토끼와 거북의 전설은 우리가 아는 내용과 조금 다르다. 토끼와 거북이 다시 뭍으로 나가는 때부터 상황이 급변한다. 토끼가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하자마자 육지인 줄 알고 뛰어내렸는데, 달빛에 반사된 월등도의 그림자였다. 결국 토끼는 바다에 빠져 죽었고, 토끼의 간을 얻지 못한 거북도 용왕을 볼 면목이 없어 노심초사하다가 자살하고 만다. 한편 토끼의 아내는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토끼가 달을 보고 뛰어오른 곳은 월등도가 됐고, 월등도 주변에 토끼와 거북, 토끼 아내가 죽어 변한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전설을 증언하듯 남았다.

 

별주부전 조형물에서 '월등도' 이정표를 보고 걸어갔다. 비포장의 자갈길이 나타나는데 계속 걸어 가 보니 밀물 때라 도로가 잠겨 있었다.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곳이었다. 이 길을 '신비의 바닷길'이라고도 안내하기도 한다.

 

별주부전 테마파크 안내판에는 '별주부전 전설'과 함께 주변 지명을 잘 설명해 놓았다.
비토섬에서 월등도 가는 길. 썰물 때 두 번 길이 열린다. '신비의 바닷길'이라는 설명도 보인다.
물결을 통해 길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별주부전 조형물 삼거리에서 이어진 포구에서 바라본 삼천포대교, 창선대교
같은 곳에서 사천대교 방향

 

이곳에서 전해지는 '별주부전' 전설에는 토끼 부부가 서포면 '자혜리'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사천대교를 지나기 전 '자혜 터널'을 지나는데 이곳이 자혜리다. 스토리가 더해지니 더 신비로운 느낌이 난다. 아마 별자리를 보며 이야기를 만들고 별자리를 만들어가듯, 이곳의 전설도 지형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문학기행은 그렇게 이야기의 배경지를 만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사천을 답사하는 동안 "천 개의 파랑"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돌아다녔다. 인간의 실수로 학습능력을 갖추게 된 기수 휴머노이드 '콜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는 기계와의 만남으로 더 많은 이야기 속에 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와 전설에 '항공'이라는 미래까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흥미로운 곳이다. '사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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