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구절초 지방 정원

지역 축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 출퇴근길 도로 위다. 버스 옆면에 붙어 있는 광고판을 통해 지역 축제소식도, 계절의 변화도 느낀다. 10월 중순과 하순은 꽃 축제가 한창이다. 어머니와 같이 걸을만한 축제 장소를 찾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정읍 구절초 꽃축제'에 다녀왔다. 

가 보니, 비록 올여름 더위로 구절초 축제 기간 동안 구절초꽃이 만발하지는 않았지만 오르락내리락, 다양하게 열린 오솔길과 산책로를 걸으며 만나는 풍경이 각양각색이어서 어머니와 걷기에 좋았다. 오히려 축제가 끝난 이번 주에 찾는 이가 덜한 공원에서 더 차분하게 만발한 구절초꽃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아참 '구절초'는 한자 이름 그대로 9월에 꺾었을 때 약효가 가장 좋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대체로 부인병에 효과가 있고 국화과에 속한다. 

 

광주 각화동에서 정읍 산내면의 구절초꽃 축제장(내비게이션에서는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으로 검색)까지 가는 길은 담양호와 추월산을 지나면서 굽은 길과 오르막길을 만난다. 고갯길을 오르고 나면 산과 강을 따라 비교적 폭이 좁은 들녘을 만나는데 '쌍치'라는 이름에서 그 고도가 드러난다. 쌍치란 이름을 듣고 두 개의 고개가 있는 곳인가 했는데 '置(둘 치)'자를 쓰고 있어 이름에 고개의 의미는 없다. 그러나 19세기말에 상치면과 하치면을 통합하며 '쌍치면'이 되었다고 하니 틀린 짐작은 아니다.

이제 막 가을걷이를 하기 시작된 들녘은 말 그대로 황금색이다. 들녘을 구경하며 이동하는데 갑자기 '녹두장군 전봉준관운동장'이란 표지가 나타난다. 이곳도 동학혁명의 불길이 세게 일었던 곳이구나 짐작하면서도 잘 연결이 안 되어 자료를 찾아보니 이곳에서 전봉준 장군이 붙잡힌 곳이라 장군을 기억하며 지었다고 한다. 자료를 읽던 중 이 지역이 한국전쟁 동안 '해방구'로 불리며 전투가 치열했고 그 과정에서 양민학살이 벌어진 안타까운 역사도 만날 수 있었다. 아픔의 역사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낯선 경치를 바라보며 1시간 정도 이동하자 '구절초꽃 축제'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정오 무렵의 시각이었는데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회전교차로에는 차가 많았고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 분께 물어보니 바로 앞 '구절초 터널'을 지나면 행사장과 더 가까운 주차장이 나타나니 그곳을 이용하라고 알려준다.(이곳을 제2 주차장으로 표기하고 있다)

아직 주차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옥정호로 흘러 들어가는 개천은 녹조가 심하게 생겼다. 올여름의 흔적이다. 표지판을 따라 농로를 걸어가자 곧 매표소가 나오고, 나태주 님의 '풀꽃'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공간이 열리며 다리와 데크길, 출렁다리가 보인다. 색다른 느낌이다.

 

제2주차장에서 매표소를 지나 만나는 입구(왼쪽 사진). 정읍 구절초 축제가 17회째라고 한다(오른쪽 사진)
구절초터널과 이어진 망경대교와 그 아래 능교. 다리 끝 오른쪽 길이 행사장으로 이어진다.
능교는 영화 '남부군', KBS드라마 '전우' 등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촬영지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능교에서 행사장을 바라본 풍경. 출렁다리와 행사장이 보인다.
추령천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망경대'.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의 옛 이름이 망경대라고 한다. 이곳을 체육공원으로 조성했다가 2006년에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가꾸었다고 한다.
출렁다리 근처 데크길에서 바라본 능교와 망경대교
식당가
식당가 입구 앞에 가격 현황표가 붙어 있다. 지역민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믿음이 간다.

 

도착한 시간이 점심 때라 밥부터 먹었다. 성인 기준 입장료가 7,000원인데 이 중 4,000원을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식당은 지역주민들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머니와 아내는 청국장을, 나와 막내는 초계국수를 먹으러 갔다. 두 곳 다 음식 가격은 8000원 선이었다. 지역상품권을 활용하니 4명의 밥값으로 10,000원이 든 셈이다. 게다가 익은 김치와 생김치, 깍두기까지 반찬으로 나왔으니 인심이 넉넉했다. 

 

밥을 먹고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구절초 정원을 따라 걸었다.  듣던 대로 구절초가 만발하지는 않았다.

 

구절초 정원 입구
작년 이맘 때보다 개화시기가 더 늦다.

 

능선 쪽으로 걸어 올라가자 '사랑의방송국'과 '꽃밭음악회장이 나타났다. 신청곡도 들을 수 있고, 공연장에는 개그맨 '김영철 강연'이 홍보되고 있었다. 행사장이 한눈에 보이는 좋은 장소이다.

 

꽃밭라디오 방송국. 한바퀴 돌고 오니 쉬는 시간이었다.
꽃밭음악회장. 요들송을 들으며 정원을 거닐었는데 돌아와서 보니 휴식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쉼터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라디오 방송국이 있는 곳에서, 어머니와 가족 사진을 찍고 있는데 관계자가 어머니를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필름을 주셨다. 서서히 드러나는 사진이 궁금했다. 이곳을 지나자 덜 핀 구절초꽃이 아쉽지 않게 만개한 다른 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늘꽃 풍경
코스모스밭. 이렇게 꽃잎이 큰 코스모스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황화 코스모스. 행사장 쪽을 바라본 풍경. 꽃말이 천진난만, 순수한 사랑, 소박한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걸어 내려온 길 쪽 풍경
백일홍 밭
이 길을 따라 열차가 운행한다.
싸리비를 만드는 재료로 쓰여 '대싸리'라고 한다. '겸허, 청초'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추억의 징검다리
구절초 향을 느낄 수 있는 향기부스가 여러 곳 설치돼 있다.
행사장 건너편(부치봉, 솔숲정원 정상)에서 출발한 짚와이어도 보인다.
꽃바람원유관과 바늘꽃, 편의점
편의점 옥상에서 바라본 행사장
지역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
제2주차장으로 나가는 문
제2주차장 가는 길에서 바라본 행사장 모습
구절초 출렁다리. 10미터 길이의 현수교라 발걸음에 따라 흔들림이 상당하다. '구절초 꽃반지'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행사 리플릿. 2주차장(17)에서 출발해 구절초정원(1)과 들꽃정원(3), 참여정원(4), 출렁다리(18)를 지나 돌아왔다.

 

정읍 구절초꽃 축제장(정읍 구절초 지방정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옥정호 주변을 따라 임실군 강진면까지 간 뒤, 순창읍을 거쳐 옥과, 대덕으로 왔다. 역시 1시간 거리.

오던 길에, 아직 산내면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대장금테마파크'로 들어가는 길을 만났다. '대장금마실길' 표지도 있어 이곳에서 '대장금'을 촬영했나 싶어 살펴보았는데, 이곳(산내면 장금리)에서 태어난 여자가 중종 때 입궁해 조선 최고의 어의녀가 됐다며 이곳이 대장금의 고향이라는 내용이었다. 개연성이 있어 보였지만 대장금 하면 제주도의 '황우지해안'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이미지가 각인된 까닭이다.

 

이번 여행은 처음 가본 길이 많았다. 추월산까지는 용마루길을 걸으며 가보기도 하고, 옥정호는 섬진강 자전거 길 출발점인 섬진강댐까지는 가 보았지만 그 사이인 옥정호 주변은 새로운 풍경이었다. 언제든 걷기 좋은 길을 발견해 널리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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