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속 여행 지난 여름 방학 ‘열하’에 다녀왔다. 250여년 전의 선비 박지원 선생의 눈을 통해 압록강을 건너 북경으로, 그리고 열하까지 배움의 눈으로 중국의 모습을 세심하고 다양하게 살펴보았다. 특히 열하일기 속에 그려진 삶의 모습은 한 가지 기준으로는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는 다양성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한족 중심의 중국은 실은 다양한 소수민족의 삶과 역사가 혼재돼 지금의 ‘중’국이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중국을 여행하고 싶었다. 2003년, 첫 해외 여행으로 중국을 찾은 건, 중국 소설가 ‘차오원쉬엔’의 “빨간 기와”와 “까만 기와”였다. 성장소설이란 측면에서 문화혁명을 비롯한 중국 현대사가 아이들에게 끼친 영향도 인상적이었지만, 운하를 배경으로한 중국인의 삶이 우리네와 너무 달라 가보고..
집을 떠나 여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과 어린 아이가 있어 여행을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을 찾아가기 일쑤다. 그래서 가고 싶은 여행마저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끊임없는 자기 독백과 함께 세상, 사람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한다. 여행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자연과 문화, 인성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공통적인 본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도 같다. 에는 그런 여행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당시 가장 선진국이며 여러 문화가 녹아있는 청나라를 방문하면서도 연암이 붙잡고 있었던 것은 문명에 대한 관심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도’였고 ‘덕’이었다. 어떻게 하면 도덕을 이룰 수 있을까. '이용후생'하여야 덕을 이룰 수 있다. 이용후생하기 위해서는 마음에 갇힌 틀, 편견을..
친구가 죽었다. 친구의 유언은 살고 싶었던 킬리만자로에 데려 달라는 것. 친구는 희망을 잃었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건 파충류. 수회는 애완 동물들과 제인 구달처럼 킬리만자로에서 야생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싶었다. 야생 동물과 생활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지금 당장 애완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성적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엇비슷한 아이들이 모인 학교에서 성적은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고, 애완동물을 빼앗기고, 목표가 과정 중에 소멸된다. 킬리만자로를 인터넷으로 훑어보고 무작정 떠났다. 수회의 유골과 함께. 또 실연의 아픔을 오지의 봉사활동을 풀려는 사람과 함께. 그렇게 떠난 지구의 반대편, 케냐에선 가난과 에이즈로 희망이 잃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희망을 훔친다. 반면, 적은 돈을 받..
자전거를 넘어 걷기가 유행이다. 속도에 대한 반발이다. 빛의 속도만큼 빠른 속도록 달려 왔으나 세상은 더 어둡고 절망적이라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서서히 걸으며 골몰하기 시작했다.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속도를 거스르는 이야기가 많다.아빠와 함께 함메르페스트를 향해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의 과거를 받아들이게 된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도 있고, 수배자가 된 친구의 형을 돕기 위해 떠난 여행에 여러 사람이 동행함으로써 여행 아닌 모험으로 성숙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도 있고, 오랜 가정 폭력의 결과 잔인한 가해자가 된 아이가 자신의 마음 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의 마음까지 풀어주게 되는 "스프릿 베어"도 그렇다. 이들 책에 비하면 는 밋밋하게 걷는 이야기이다. 절도와 폭행의 가해자로, 사막의 도시를 벗어..
역설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가진 것이 많은 만큼 더 많이 채워야 만족할 수 있는..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온 우리들에게 이 책의 이야기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오래된 사막화로, 물이 거의 없어 나무 뿌리로 목마름을 달래야하는 사람들과 어느정도 물이 있지만 생활과 농사에 풍족하지 않은 사람들이 샘물을 가지고 다투는 상황은 머리로는 선악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누구의 편을 들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으로만 느껴진다. 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집단적인 이기심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 서로 물러서야하는 공존. 하지만 희망은 현실 속에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들을 수 있다. 아이에게는 현실의 문제를 대신하게 통쾌..
몇 년 전 광주국어교사모임에서 주관한 태백산맥 문학기행에서 조정래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라 아들과 갈등을 풀어냈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소설가에다 성장과정에서 형제까지 많았던 조정래 선생님은 아이를 하나만 낳기로 했고, 그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엄하게 길렀다고 한다.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성인이 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까지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어느 날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단다. 4부를 쓰고 있는 터라 한시가 급했지만 자식이 더 소중했기에 아들과 함께 속초까지 2박 3일 여행을 갔단다. 여행하면서 잔소리..
2005년은 중국 여행의 해다. 여름 방학은 북경을 중심으로 한 북동부지역을 여행하고, 겨울은 실크로드 기행을 해 볼 생각이다. 부디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길 바라며 관심 있는 곳은 매우 꼼꼼히, 어떤 곳은(거의 마지막) 눈으로만 훑었다. 돌도 안된 산하를 돌보며 책읽기란, 운전을 하며 바깥 경치를 음미하는 것과 같은 이중고 또는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한다. 5일 가까이, 야금야금 책을 읽었지만 머리 속으로 들어온 내용은 소쿠리 채에 물빠지듯 시원스럽게 새나갔지만, 나름대로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눈(眼) 기행이었다. 역사와 전설, 거기에 사진과 시까지 곁들여져 굳이 심각해 지지 않아도 나름대로 진지하고 흥미 있는 여행이 되기에 충분했다. 조금 충격적인 것은 지은이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 진순신이 중국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