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박물관과 아크앤북(2024.8.9.)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큰애가 집을 옮길 때가 돼 같이 집을 볼 겸 서울을 찾았다. 마침 둘째 생일 즈음이라 기차를 좋아하는 둘째 생일 선물로 SRT를 타기로 해, 한나절 잠실 주변을 여행하다 역삼역에서 큰애를 만나기로 했다. 서울은 수도답게 둘러볼 곳이 많다. 한여름이라 실내 위주로 초등학생과 여행할 곳으로 '한성백제박물관'과 '아크 앤 북'을 정했다.

 

광주송정역에서 SRT를 타고 수서역에 도착했다. 수서역 건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탈 기회가 많지도 않았지만 주로 지하철로 이동해 바로 열차를 탔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건물 자체가 SRT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건물에서 SRT 느낌이 난다. 지하로만 이동해 역사는 처음 본다.

 

수서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성백제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익숙한 지명인 가락농수산물시장, 롯데타워, 석촌호수 등을 지나자 '몽촌토성역', '한성백제역'이 보였다. 버스는 '올림픽베어스타운아파트앞' 승강장에서 내렸다. 승강장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한성백제박물관'까지 걸었다. 길가 건물들이 높아 자연스럽게 그늘이 형성돼 걷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한성백제박물관 외관. 몽촌토성의 윤곽과 배 모양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입구에서 보는 박물관의 외관이 특이하다. 몽촌토성의 윤곽을 나타내면서 건물 자체가 배 모양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한강을 중심으로 해양 국가였던 백제를 상징했다고 한다. 박물관이 토성 모양이니 오른쪽으로 토성을 오르듯 경사로가 형성돼 있다. 

 

위 박물관 사진에서 왼쪽으로 들어 갔다. 입구 근처에 VR체험이 있었는데 두 명의 안내자가 체험하고 가라고 권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둘째 아이의 말에 따르면 VR이 박물관을 전체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지하에서 계단을 따라 중앙 로비로 올라가면 '풍납토성'의 단면을 만난다. 풍납토성을 쌓을 때의 모습을 복원해 놓았는데, 실제 풍납토성을 발굴할 때 성벽 단면을 얇게 떼어내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토성 아래에 박물관으로 옮겨 오는 과정을 영상으로 자세히 설명해 준다. 알고 나니 더욱 놀랍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은 모두 평지에 건축한 토성이다. 토성이지만 시루처럼 흙을 층층이 다져 쌓아 지금까지 성터가 남아일을 정도로 단단하다. 

 

박물관 로비에 전시된 풍납토성 성벽 전사면. 성벽 단면을 얇게 떼어 내 보존 처리 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함.

 

1층 로비 왼편의 기획전시실에는 '이 많은 토기가 왜 우물에 빠졌을까'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풍납 토성 조사 과정에서 우물에 인위적으로 입이 깨진 토기 200여 점이 차곡차곡 쌓인 채 출토되었는데, 종교적 의미와 관련되었다고 한다. 전시실 일부가 공사 중이라 차분히 들여다볼 수 없었지만, 전시실 자체가 우물 속의 느낌을 주었다.  

 

풍납토성 '경당지구' 206호 우물에서 출토된 토기라고 한다

 

한성백제박물관은 구석기 시대부터 한강 주위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의 복원도, 두 토성에서 출토된 유물, 당시 백제와 교류했던 이웃 나라들과 사람들, 당시 민요를 들을 수 있는 부스, 돌널무덤이나 깨진 토기를 조립하는 체험 등을 하다 보니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엄청난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해 문화에 대해 질리게 하거나 피로하게 만드는 부담이 있었는데, 한성백제박물관은 적절한 정도였다.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풍납토성 인근 석촌동의 돌무지무덤과 돌무지무덤 쌓기 체험
한강백제시대 당시의 풍납토성 복원모형
당시 삶의 모습
백제와 교류했던 해외 사신들의 의복. 이런 기록 자체가 해외와의 교류가 활발했음을 방증한다

 

박물관을 나와 버스를 타고 롯데월드몰로 이동했다. 버스에 초등학생도 타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을 때까지, 또 내리려고 미리 일어나니 기사님이 위험하다며 자리에 앉으라고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았다. 친절하시다.

 

롯데월드몰은 규모가 엄청났다.  '아크 앤 북'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여러 번 들여다 봐도 잘 그 구조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한 달 뒤 수학여행으로 롯데월드와 서울스카이를 왔다. 아이들이 롯데월드에 있는 동안 동선을 파악할 겸 서울스카이까지 걸었는데 다시 한번 규모에 놀랐다) 다행히 잘 찾았다. 이런 상업적인 공간에 '아크 앤 북'과 같은 서점이 살아남아 있는 게 다행이라 싶었다. 보통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10%를 할인해 주고 있어 오프라인 서점까지 잘 가지 않게 된다.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크 앤 북'은 이름처럼 실내 디자인이 아치 형태로 돼 있다. 책도 많지만 문구와 장난감, 다양한 굿즈도 판매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쉼터에서 석촌호수 쪽 풍경이 멋있었다. 한동안 쉬면서 책과 기념품을 고르고 구입했다.

 

아크 앤 북 입구
카운터 근처, '술 한 잔은 힘이 세다' 코너. 공감한다.
서가를 아크 형태로 만들어서 '아크 앤 북'인가 싶다. 독서검색대를 공중전화부스로 꾸민 게 인상적이다
통창으로 석촌호수가 잘 보인다

 

송파, 강남구 쪽은 처음 방문했다. 건물과 숲, 다양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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